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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미술 감상을 위한 창조적 플랫폼이 필요하다

변종필

미술 감상을 위한 창조적 플랫폼이 필요하다

_‘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를 보면서



지난 4월 2일 정식으로 오픈한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는 21세기 미술 감상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0개 국가 151개 미술관(Museum)에 소장된 미술품을 뛰어난 기획력과 기술력으로 현장감 있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로 벌써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오르세미술관에서 열린 오픈행사에 각국의 시선이 모인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반영이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大家)부터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의 편차를 뛰어넘어 다자적 관계(Multilateral Relationship)를 형성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9개 국가 17개 미술관의 1천여 점 미술품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3만 점 이상의 미술품을 확보하고, 서양화에 국한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장르의 다양성까지 확보했다. 360도 회전하며 감상할 수 있는 46개 미술관의 스트리트뷰(Street View)를 비롯해 각국의 소장품(예, 소마미술관, 카타르 이슬람미술관 등)을 집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 전체는 아니지만, 인지도가 높은 대가의 작품은 부분 확대로 섬세한 붓 터치까지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별, 작가별, 작품명으로 검색할 수 있고, 특정 작품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감상하면서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채팅기능까지 갖추었다. 그야말로 창작과 비평, 소통과 향유라는 미술 감상의 기본적 특성을 빠짐없이 탑재한 시스템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 현대미술은 연동과 소통을 기본으로 세계화와 지역성이 공존하는 글로컬리티(Glocality)를 추구한다. 순수성에서 혼성(Hybrid), 중심에서 주변, 상층지향성에서 대중성으로 옮겨가는 현대미술은 차이, 다양성, 다원성, 공유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대미술의 공통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미술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떠한 흐름과 질서를 지향하는지 그 양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구글에서 펼쳐왔던 도전만큼 ‘불가능과 상식에 대한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구글망을 통해 전 세계의 미술정보를 모아 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와 이익 창출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구글은 아트 프로젝트로 최대의 유용성을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정작 그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사자(국가 혹은 협회)의 몫이다. 우리는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소속 미술관에 소장된 98명(4,302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아트 등 은행연합회처럼 대다수 미술관이 대표적 소장품을 소개하는 것과 다르게 작가 중심으로 참여했다. 한국처럼 작가 중심으로 참여한 경우는 미술관 중심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98명의 집중과 선택이 한국 미술의 우수성과 독자성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의 98명 작가는 글로벌 미술이 지향하는 상호작용과 상호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점에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한층 확장된 관점에서 우리 미술의 미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에 대한 소개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창조적 사이트 구축이 필요

사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보면서 느끼는 아쉬움은 우리미술의 참여방식보다 세계적 문화 콘텐츠를 갖고도 언제나 다른 나라보다 한걸음 늦거나 뒤따르기만 하는 우리들의 자세와 태도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IT기술의 최강자이다. 어느 나라보다 혁신적이며 탁월한 기술로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제일의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세계문화를 이끌만한 프로젝트에는 무관심하고, 참여하는 수준정도에 머물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동안 전국을 뒤끓게 했던 아이러브스쿨이 사실상 페이스북의 원조라는 지적도 페이스북의 세계화를 부러워하는 시샘만으로 볼 수 없다. 창의적 아이템을 세계화시키는 부분은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국 예술문화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 최강의 IT기술을 활용하여 구축하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한국의 자부심을 곧추세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만하다. 세계 제일의 IT기술이 우리 창조적 문화와 예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은 뿌듯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박물관·미술관 1,000개관 시대에 맞춰 우리 예술의 독자성을 지구촌에 소개하는 창조적 사이트 구축이 필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 구글 아트 프로젝트 : www.googleartproject.com



변종필(1968-) 경희대 미술사 박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 연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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