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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한국에서의 비엔날레 과제

송미숙

비엔날레는 일종의 미술올림픽
몇 해 전 제 2차 국제큐레이터 워크샵에서의 토픽중의 하나가 비엔날레였다. 당시에 초대되었던 큐레이터들은 대부분이 국제비엔날레 전시기획의 경험이 있었던 이들로 구성되어 토론은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토론을 주도했던 입장이었던 필자는 우리의 비엔날레의 현황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비엔날레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거론되었던 몇 몇의 중요한 사항들만 기억을 더듬어 정리하고자 한다. 제일 먼저 대두되었던 쟁점이 특히 이전에 거의 전무했던 국가들에서 폭증해가고 있는 국제비엔날레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만일에 받아들인다면 주최나 기획자 또 여기에 참여하게 되는 큐레이터들은 어떠한 사항들을 고려해야할 것인가로 토론은 이어졌고 여기서 가장 초점이 되었던 요소는 관객의 문제였다.

비엔날레는 여느 통상적인 미술관전시와 크게 다를 바는 없으나 규모나 자원에 있어 메가급이어서 연출면에 있어 대형공연장에 비견되며 그래서 일반전시와 달리 무대/전시공간, 배우/작품, 관객의 요소가 일차적 조건이며 사항들이다. 아울러 대개의 비엔날레들은 주최자 측의 지정학적 고려에서 시작되는 것이 통례이다. 비엔날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베니스가, 상파울로가, 또 한국의 광주비엔날레 또한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출발하고 있다. 특히 광주의 경우는 80년대 말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소외된 지역, 혹은 국가들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나타난 요하네스버그, 이스탄불비엔날레와 더불어 시의적절하게 출범한 사례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비엔날레의 설립은 국제미술축제를 통해 낙후되고 잊혀져가는 지역/도시의 부흥과 홍보뿐 아니라 나아가 관광효과를 노리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비엔날레는 일종의 미술올림픽이라 할 수 있겠다. 

비엔날레의 명암
비엔날레의 명암은 바로 이러한 정치적 근간 때문에 홍보의 효과 그에 따른 관객 수로 성패나 명암이 좌우되기도 한다. 가령 전시의 평가가 참여 작가나 작품의 예술성, 시의성 혹은 상품적 가치나 전시장의 연출효과 같은 내용이나 방법 보다는 대중성이 얼마나 확보되었는가, 즉 관객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그에 따른 수지타산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역대 비엔날레중 하나가 첫 회 광주비엔날레 -세계비엔날레 역사상 가장 관객 수가 많았다는 -와 이천의 도자기 엑스포를 꼽을 수 있겠다. 따라서 알게 모르게 주최 측은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며 전시기획을 맡은 예술 감독 또한 전시의 타깃 즉 관객의 고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지나친 대중성의 배려는 ‘재미’있는 전시의 기획으로 이어져 게임장인지 미술제인지 존재여부를 의심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근자의 비엔날레, 특히 한국의 비엔날레의 경우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심각한 문제는 포퓰리즘 자체가 아니라 우리문화를 부지불식간에 잠식시키고 있는 포퓰리즘의 폭력적 힘이며 그 영향에 좌우되는 미술계의 반응이다. 우리는 자주 이른바 미술이론가들이 경제 관료들이나 참여연대의 그것과 유사한 잣대로 비엔날레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을 목격한다. 최근 참여정부의 슬로건인‘문화는 돈이다’라는 논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의 각종 비엔날레의 증가에 대해 긍정적이다. 적어도 지방자치제의 실행에 따라 증폭하고 있는 문화센터들의 난립-프로그램과 전문 인력도 없이 하드웨어인 건물 그것도 최 첨단시설을 완비한-보다는 그래도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기획되는 각종 예술페스티벌이 더 낫다는 단순이유만으로도 그렇다. 비엔날레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도 조금은 시간적 여유와 호흡을 길게 갖고 지켜볼 일이다. 

비엔날레의 이모 저모
제일 처음 시도된 광주비엔날레도 기껏해야 12년, 6회에 접어들며 미디어_시티 서울은 3회에 불과하지 않은가. 단지 위에서 언급한 워크샵 토론에서 제기된 몇 가지 대안으로 한국미술계의 비엔날레에 대한 시선을 조정, 선회할 필요를 요청하면서 이글을 끝낼까 한다. 전문미술인보다는 일반관객-대중성-포퓰리즘의 폭력을 대처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미술계는 어떤 저항의 힘과 근기를 보여야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에는 미술계의 통일된 컨센서스가 요구된다. 저항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우선 전시평가의 기준을 상향시켜야한다는 것과 준비기간의 연장과 더불어 최종전시와 관련한 각종 예비 프로그램의 계발이다. 다시 말해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배려다. 

관객과 관련해 부언한다면 사실 역사가 가장 오랜 국제비엔날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베니스비엔날레는 6개월간 관광시즌인 6월에 시작하는데도 관객이 통틀어 매회 60만 정도를 상회한다고 한다. 베니스를 찾는 관광객 수의 10내지 20% 정도라고 한다. 아울러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 우리의 경우와 달리 다른 여타 공연기획이 줄을 잇고 있어 미술제는 그 중의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고려해야할 점이며 이것은 한국의 미술계가 비엔날레의 주최 측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하는 부분이다. 또한 명실 공히 국제미술제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이른바 선수 급 전시감독의 영입도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일단 영입하면 이들의 힘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미술인들의 경우 이러한 메가 급의 국제미술제를 접할 때 전시기획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주제와 전시와의 연계는 물론 지금 이 시점의 ‘커팅 에지(cutting edge)' 작품들, 또는 적어도 그와 관련된 대가들의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선수 급의 감독이 요구된다. 


광주의 경우 1, 2회시 중요한 큐레이터의 영입이 한국미술가들의 해외진출 뿐 아니라 비엔날레의 홍보에도 상당한 몫을 했으나 이들의 힘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최근에는 지방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시각을 좁혀가고 있어 원래의 시도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게임중심의 유행하는 포퓰리즘 시각으로 재단된 미디어_시티 서울의 경우 미디어미술 전문가의 영입으로 전시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사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의 숫자는 나날이 증가해 가고 있어 영향력 있는 전시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 e-flux 페이지를 펼치면 비엔날레주최 측에서 전시감독을 구하는 구인광고를 빈번히 접할 수 가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외국의 유명큐레이터들을 만나면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는 일이 꽤 영예로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기피하는 경우를 흔하게 접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엔날레 발전 과제
마지막으로 비엔날레의 출발이 지정학적이었다 해도 궁극적으로 한국미술계 나아가 미술가들이 비엔날레에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한 장소에서 접할 수 있다는 기회 외에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엔날레가 단발성 혹은 1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연결된 프로그램의 계발이다. 하나의 비엔날레가 끝나면 모든 것이 없어지고 다음해에는 새로운 비엔날레같이 무에서 시작된다. 

즉흥적이지만 하나의 대안으로 국제미술시장, FIAC의 기획을 비엔날레와 연계해 설립할 것을 필자는 제안한다. 여기에는 물론 비엔날레의 참여 작가들뿐 아니라 한국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수용되는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결론은 한국의 비엔날레의 명암에 대해서는 미술계가 조금은 시간을 갖고 조망하되 그러지 않아도 1회성에 그치고 있는 비엔날레를 유행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시각으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의 계발로 지속성내지 특성을 유지해 나갈 것인 가에 대해 비엔날레주최, 전시감독과 더불어 한국미술계가 고민하고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 이 글은 길어 서울아트가이드 5월호는 줄여진 원고가 실려졌다.


- 송미숙(1943- ) 미국 펜실베니아 미술학 박사. 서울신문 문화예술평론상 수상, 서양미술사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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