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82)21세기 미술관의 교육정책과 실천

김종길

미술관의 꽃은 전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함축적이고 다의적이다. ‘전시’라는 시각적 스펙터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공존하는데, 전시에 앞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각도의 선행 조사 및 연구, 작품수복, 전시를 위한 공간연출, 도록제작, 전시홍보,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 전시안내·해설 서비스 등이 결부되어 있단 얘기다. 그 외에도 뿌리구조는 더 많다. 전시기획을 구성하는 이와 같은 핵심적인 관계망의 조직이야말로 전시를 빛나게 하는 힘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전시의 하부구조에서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만 작동했던 ‘교육’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박물관·미술관대학’이란 개념이 활발하게 연구되었고, 내용적으로도 풍부해지고 있다. 자칫 주민자치센터나 백화점 혹은 평생교육센터의 ‘청춘대학’이나 ‘문화클럽’, ‘노인대학’과 같은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미술관대학은 그것들과 크게 다르다. 박물관·미술관대학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 작품과 소장품 분석에 따른 전시활동을 인류문화유산을 교육하는 주요 콘텐츠로 생각한다. 사회교육으로서의 학교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간화의 성장교육이라면, 박물관·미술관대학은 지구인간학에 가깝다. 인간중심에서 지구중심, 우주중심으로의 인식전환과 모든 생명활동의 현상을 근본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인간학의 실체를 따져 묻는 것이 박물관·미술관 대학 교육기획의 철학이다.



그동안 교육은 전시연계, 사회연계, 학교연계의 틀 안에서 움직였으나 이제는 그 연계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혼합하고 재구성하는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거북이 몰래 토끼야 놀자’를 기획했는데, 기획의 주체는 학예팀이 아닌 교육팀이었고, 팀은 전시효과보다는 교육효과를 기획취지에 두었다. 교육철학을 선두에 두고 교육효과를 고민하면서 전시의 틀을 잡기 시작하니 전시구조와 성격이 완전히 달리 보였다. 전시를 어떻게 교육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교육을 어떻게 전시화 할 것이냐의 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일 터! 긴 논의를 거처 “2011년 토끼해→별주부전→용궁→현실의 은유·이야기의 초현실성→마당:서사:해학”을 차용하되, “마당:서사:해학”을 어떻게 교육과 결합할 것인가를 다시 연구했고, 그래서 창발적인 스토리텔링을 창작하기에 이르렀다. 영화처럼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큰 줄기가 되었고 거기에 작품 공간 체감이 뼈대가 되어 기획되었다. 예쁘고 황당하거나 기이한 작품들의 총출동이 아닌 각각의 개념과 역할, 스토리에 맞는 작품이 섭외되고 배치됨으로써 교육전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시유형을 탄생시켰다. 전시와 더불어 ‘마당’에서의 연극공연, 인형극, 음악회, 마술쇼와 같은 프로그램이 부가적으로 기획되었고, 교사형 스텝들에 의한 전시 도슨트프로그램은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미술관 교육의 패러다임

누구나 듣고 어디나 하는 미술사아카데미는 각양각색 미술사로 다각화하고, 지역아동센터 교사 재교육과 지역통화를 결합한 ‘확산형’ 어린이 시각문화강좌를 개발하였으며, ‘아트+’라는 모토로 패션 음식 과학 등의 테마강좌를 기획했다. 공연프로그램도 미술관의 특성에 맞게 미술사와 음악사를 아울러 보고 듣는 ‘미술이 음악을 만났을 때’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이러한 예는 그저 사례일 뿐이다.


근대 미술관의 역할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못 박아 놓았지만, 21세기 미술관을 거기에 꿰어 맞출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유물에서 체험으로, 보존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계몽에서 에듀테인먼트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국가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기억 저장소에서 평생학습센터로, 학예연구사 중심에서 다기능 전문가로, 관료주의에서 경영합리화로의 변화가 벌써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교육은 ‘미술교육’이 아니라 ‘교육미술’이 되어야 한다. 미술교육이 실기교육이라면, 교육미술은 미술을 통한 교육일 뿐이다. 미술은 교육을 위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의 많은 미술관이나 아트센터는 실기교육이 중심이다. 포괄적으로 예술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통해 우리가 깨우쳐야 할 것은 지구인간학의 미학이요 철학일 터이다.



- 김종길(1968- ) 경희대 예술경영학과 석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평론상 수상.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역임. 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