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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따른 미술계 대비

윤태건

최근 신문에서 눈길 가는 기사 한 꼭지. 지난 7월 13일자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호전 기대로 (주식시장에서) 서울옥션이 급락장 속에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서울옥션은 전날보다 8.06% 올라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며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어 최근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면서 경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미술시장, 또는 미술경매와 관련된 기사는 신문지면에서 종종 볼 수 있었으나 미술을 주식시장과 연결해서 다루는 기사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제는 미술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서울옥션 경매의 낙찰율은 77.5%로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경매의 약진을 필두로 한 미술시장의 호전(Turn Around)을 놓고 201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양도소득세가 논란 끝에 2년 유예된 것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같은 분석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사실 양도소득세 유예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유예를 놓고 사회적 시각이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지만 다행히 미술계 입장에서는 한 숨 돌린 셈이다. 때맞춰 미술시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바람에 설득력과 당위성이 보다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미술계 입장에서는 양도소득세 자체가 쟁점화 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양도소득세 문제를 굳이 꺼내는 이유에 대해 볼멘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번 유예됐으니 2012년 말에 가면 또다시 유예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은 빨리 털어야 할 것이다. 이미 5차례나 유예된 끝에 결국은 백지화시켰던 2004년의 달콤한 기억이 데자뷰처럼 남아 있기에 2012년 말에 가면 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위험한 관성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비해 정책방안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양도소득세 부과시 미술계가 입을 타격을 줄이기 위한 미술계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2013년 양도소득세 시행을 보다 입체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정치일정상 2012년 말은 총선과 대선이 막 끝나고 새로운 정부와 의회가 구성되는 시기다. 경험상 막 출범한 정부와 의회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번 더’ 유예를 외치기에는 정치일정상 여러모로 불리한 시기다.



자 이제 우리의 선택은 많지 않다. 하나는 또다시 당면해서 유예를 위해 필사적인 로비·읍소·탄원을 하는 것이다(대책이 없지만 가장 확률이 높다). 하나는 그냥 손 놓고 있는 것이다(이럴 일은 없을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양도소득세 시행에 대비해 미술시장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다지는 일이다. 이것은 1990년 처음 양도소득세가 등장했을 때부터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다.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수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제 1년 반도 채 안남은 시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더 이상 코 앞에 닥쳐서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미술계가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방안을 간구해야 할 시기다. 우리 미술시장은 의외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별다른 정책이 없다. 대부분의 정책이 창작과 향수(享受)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미술품 구입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 신설 등 개인 컬렉터 확대 방안이나 법인의 미술품 구입 손비 처리의 현실화, 미술품의 업무용 자산화, 미술품 기부시 세제 혜택 확대, 공공기관의 미술품 구입 활성화 방안 등 미술시장을 선진화하고, 국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제도를 입안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가까운 몇몇 분에 의해 산발적으로 제안할 것이 아니라 화랑협회와 미협 등 미술계 내의 거시적인 차원에서 미술계 외부 인사를 포함한 전문연구소 등을 설립하여 체계적, 전문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무엇보다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를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빨리 바꿔야 하겠다. 그동안 마치 미술품을 구입하는 이유가 변칙증여, 탈세, 비자금조성 등 어두운 면만 부각되어 왔다. 물론 미술계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국내 컬렉터들은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도소득세 시행으로 추징되는 세금이 고작 적게는 10억에서 많아야 30억 정도로 예측된다. 세금 부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계는 컬렉터들이 신원과 거래내역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오히려 음성거래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 미술품 거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양도소득세를 놓고 해바라기처럼 정치권만 바라보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고 양도소득세 유예에 호의적인 정병국 문화체육부 장관이 2012년 말까지 장관직에 계시길 바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 윤태건(1968- ) 홍익대 석사.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겸임교수, 카이스갤러리 디렉터 역임. 현 The To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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