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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한국미술 국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김유연

1998년쯤 인기있던 검색엔진 '알타비스타(Alta Vista)'에는 형태·색상 등을 구분하는 ‘포토파인더(Photo Finder)’라는 프로그램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중층적인 인간의 초상을 개발하는 웹의 능력을 확장해 주었고 현실에서 우리의 상황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삽입해 다중적인 데이터 흐름을 인격화했다. 만약 우리가 ‘방화벽’이 없는 곳에 살았다면, 학술·논문에서 섹스·폭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공간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재구성되겠는가? 그 답은 보이는 것과 보는 것에서 기인한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가상공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화합하며 다양한 지역과 문화들 사이에 공존할 것인가?


지금까지 예술가들은, 무역로·원격통신 등의 채널을 통해 얻은 사고와 형태들이 새로운 지역적 관계로 변형되고 재창조되는 필터 역할을 해 왔다. 큐레이터는 전시를 통해 개념과 가치들을 문화가 다른 국가로 전달하며, 이 과정에서 장소를 막론하고 그 가능성을 촉진했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한 방향이 아니라 전달자와 수용자가 무엇을 다루는가에 따라 변화 되며, 문화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에 따라 정의된다고 할 때 원래의 장소에 닻(문맥)이 없으면 그 의미가 감소한다. 따라서, 문화적 ‘세계화’는 다국적인 문맥속에 변위되는 시스템으로 의미가 평가절하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항상 과도기적이며, 수용된 것과 그 문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이가 예술가와 큐레이터일 것이다.


이러한 공유된 기술, 또는 그것을 매체로 사용하는 예술 작품이 특정 국가의 정체성을 반영하는가? 전 세계적인 소비 목적으로 개발되는기술이 삶의문제를 시적으로 통렬하게 표현하고 개인적 언어로 전달하는예술가에 의해전복될 수 있는가? 역으로, 어떤 기술의 사용은 그 자체가 필요의 변형이며 특정 사회의 편향이며, 따라서 그것을 사용하는 예술작품의 형태와 메시지모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기술의 통합이 이루어낸 국제 소통의 수단으로서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에서 매체와 첨단 기술이 일상화된 현상은 그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를 생각하는 방법도 변화시켰다.


중국 천안문 사태 4개월 전인 1989년 2월 5일, 북경의 국립미술관에서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후 수 년간 회고된 대대적인 그룹전시가 열렸다. 개관날 작가 샤오루와 탕 송의 퍼포먼스 <대화>는 작품에 총격을 가했으며, 이들의 역사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전시회는 개관 후 불과 3시간 만에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다. 거의 10년이 지난 1998년 뉴욕 P.S.1미술관과 아시아소사이어티미술관에서 이 전시를 소개함으로써 세계미술시장에 중국현대미술의 첫 장을 열게 되었다.


‘Inside Out : New Chinese Art(1998)’, Gao Minglu 기획


일본의 주요 국외전시 사례는 1994년 뉴욕 소호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1945년 이후 일본미술 : Scream Against the Sky’전으로 2차 대전이후 일본역사의 암울한 시기의 삶과 죽음의 궁극적인 표현으로 퍼포먼스·행위·액션 페인팅을 통해 표출한 작품이 소개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연으로 회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본 고대문화와 선(禪, Zen) 사상에 근거한 자아의 존재성을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구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Japanese Art After 1945 : Scream Against the Sky’, Alexandra Munroe 기획


한국미술 국제화를 위한 제안

한국미술의 해외전시 방향은 그룹전이든 개인전이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시를 활성화 시킬 수 밖에 없다. 지난 15년간 국내에서 개최된 광주, 부산, 서울, 인천 등 국제 비엔날레를 통해 Inbound program의 국내로 외국작가를 초청하는 사례는 많지만, 역으로 Outbound의 국내작가가 외국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현대의 ‘글로벌’ 문화란 합리적으로 동화될 수 있는 문화개념이상의 빠르기로 전파되는 다원주의적 문화이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는 도달되는 즉시 지역성과 관련되어 항상 변절한다. 비록 이곳에서 우리가 인본 중심의 공통적인 어떤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해도 문화라는 복잡한 상호작용은 수많은 차이로 극명히 나타난다. 글로벌 문화의 발전은 지역성의 보존과 병행한 활발한 교류일 것이다.


한국미술의 국제화를 위하여 첫째, 해외 문화재단·미술관·비영리단체·화랑과 국내 미술기관과의 다각적 교류 활성화. 둘째, 인터넷·디지털 공간에서의 작가·큐레이터·평론가의 국제적 네트워킹 구축. 셋째, 한국 현대미술의 국외출판물 강화, 외국시장을 위한 작가어록과 인터넷을 통한 전시 정보자료 구축이 시급하다. 넷째, 작가의 창의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비영리 문화공간 확장과 지속적인 운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Outbound 프로그램 양성으로 해외에서의 전시활성화를 위해 정부 및 문화 재단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유연(1956- ) 건국대 영문학 학사. 광주비엔날레 중남미 커미셔너, 해인아트프로젝트 총감독 역임. 현 뉴욕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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