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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언제까지 열정만 강요받아야 하는가

강효연

국내의 여러 분야 중, 가장 발전이 없는 곳은 한국미술계인 듯하다. 아마도 국민적 호응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우연히 한 기자분이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예술계 소식은 뒷전이 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해를 구했다. 이해는 되면서도 안타깝고 서글펐다. 사실 그 문제의 내용이 너무 깊고, 넓어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문성을 담보한 미술관 관장들의 부재, 큐레이터의 역할 강조 그리고 부당한 처우, 10여 개가 넘는 허울뿐인 국내 비엔날레들, 문화재단의 역할, 지역 미술관과 자치단체의 역학관계 등등 이미 너무나 많은 사건과 문제점들이 언급되었음에도 개선된 것이 없는데 굳이 다시 이야기한들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

그런데도 다시금 이야기한다면, 미술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거론하고자 한다. 이것이 어쩌면 자존감의 부재 즉, 우리 미술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 동아시아의 식탁, 2014-17, 한국, 중국, 일본 식당에서 모은 소, 닭, 돼지뼈, 가변 사이즈


가장 근본적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요즈음의 미술은 일반인들이 쉽게 사들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추한 것이 미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인정되었고, 작품의 제작 방법이나 설치된 모습을 보면 전시장과 같은 특정 공간에서나 소개가 가능한 예가 많다. 특히나 설치작가들은 판매를 우선으로 고려해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몇몇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 때론 일부 공무원들의 생각은 전시할 기회를 주니 감사하라는 식이다. 뭐 이러한 전시가 판매를 담보하는 경우라면 수긍할 수 있겠으나 상당수의 설치작품은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이는 복권 당첨과도 같다. 다시 말해 이 모든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문화예술이란 행위를 없어도 살 수 있는 삶의 부차적인 내용으로만 인식하고 예술인들의 행위와 실천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예술 창출에는 무관심하다. 우리가 현재의 미술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자신을 대변하듯 전통과 같은 근본을 언급하는 것과 같이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작가를 통해 문화예술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에 있게 될 우리의 문화를 가치있고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하광석, Reality-Shadow #12, HD Digital video, Projector, Wire, Resin


그럼, 왜 우리는 국고보조금으로 미술인들을 도와야 할까? 필자가 기관을 나와 독립적으로 활동할 때가 떠오른다. 초기에는 열정적으로 출판도 하고, 세미나도 개최하고, 지원금 받아 해외에도 나가 전시도 했다. 그러나 항상 자기부담금 10%는 의무조항이었다. 그나마 올해부터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기부담금은 사업을 수행하는 측에서 의무사항은 아니게 되었지만, 인건비 명분으로 지급은 여전히 불가하다. 이 말은 기획을 위해 수고한 비용이나 아티스트 피(보수)에 대한 지급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조금 신청자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그 비용은 감수하라는 거다. 물론, 국가보조금을 받아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라면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대부분 지원사업의 목적은 예술인 육성과 돈 없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장려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 우리 미술을 소개하는 경우는 한국문화예술을 알리는 막중한 일로 지원 동기와 명분 확인은 물론, 지원자나 팀원의 외국어 실력까지 체크 하면서 지원자를 선정한다. 그럼, 이들이 수고한 비용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는가? 여전히 작가나 전시기획자들의 열정을 사는 행위로 일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해외에 한국문화예술을 알리는 일은 국가 정책으로 인식해야지, 자선사업처럼 여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공공기관은 이들의 사회적 역할을 도와야 한다. 자신이 일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독립기획자나 작가 스스로 본인의 노동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너무 작다. 모두가 예술인들의 노동을 인정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 강효연(1975- ) 팡데옹-소르본 파리1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시기획 석사.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및 대구미술관 전시팀장, 2018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 큐레이터 역임. 『현대미술, 글로벌 트렌드의 권위를 넘어서』(누스페어, 2015) 지음. 현 경북대 및 대구예술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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