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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바람난 미술’이 ‘집’에 돌아오다

안진국


2016년 아트캠페인-바람난 미술사업의 ‘바람난 미술-그림가게 with Kakao’ 포스터



지난 몇 년을 떠올리면 미술계에 이상한 일이 많았다. 특히 정부 미술지원정책이 시장주의적으로 변한 부분이 이상했다. 2015년을 떠올려 보라. 공공영역인 시립미술관이 미술작품 거래가 주요 목적인 아트페어를 열었고, 정부는 새로운 사업으로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이하 미술장터)을 시작했다. ‘굿-즈’를 포함한 10개의 단체에 장터를 만들어 작품 판매하라며 돈을 지원해줬던 사업이 ‘미술장터’사업이다. 그리고 2012년 ‘찾아가는 전시’로 시작한 서울문화재단의 ‘아트캠페인-바람난 미술’(이하 바람난 미술)은 2015년에는 작품 유통 플랫폼(미술시장) 기능을 확대했다. 2015년에 열린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 공허한 제국’ 전시는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그린 홍성담의 <김기종의 칼질>(2015)로 정치적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시립미술관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없었다. 또한, 신생공간들이 힘을 모아 열었던 일종의 직거래 미술시장인 ‘굿-즈’는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판매 활로를 개척한 성공사례로 회자되었을 뿐, 정부의 미술지원정책과 어떻게 연동되는지 논의되지 않았다. 2016년에도 서울시립미술관은 ‘SeMA 예술가 길드’전시를 아트상품을 제작·판매하는 형태로 변화시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미술장터 외에도 ‘우리동네 아트페어’(이하 동네 아트페어)라는 또 다른 미술장터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바람난 미술은 2016년에 완전히 작품 유통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업 ‘바람난 미술-그림가게 with Kakao’로 변모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의 미술 지원 정책은 미술시장 확대로 기울어져 있었다. 정부 관료들은 미술시장만 활성화하면 작가들의 삶이 윤택하리라 생각한 것일까?




2017년 민간 창작공간 운영 지원사업 공모 이미지



다행인 것은 2017년부터 예술가를 자영업자 취급했던 정부 미술지원정책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술작가 창작보수 지급이 시험적으로 도입한 부분이나 동네 아트페어를 미술장터에 통합하여 2016년 총 19개였던 사업을 17개로 줄인 점 등은 긍정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서울문화재단의 사업 변화다. 서울문화재단은 미술시장 기능에 경도되었던 바람난 미술 사업을 종료하고, 새로운 지원사업인 ‘민간 창작공간 운영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6개월의 임차료를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이 사업은 2017년 5월에 접수하여 7월에 총 33개소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여기서 ‘민간 창작공간’은 연극, 무용, 문학, 음악 등 예술 전 영역의 창작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선정된 공간의 수에 비교해 미술계 지원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미술가의 창작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먼저 작업을 위한 ‘공간’이고, 이후 작업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실이 없는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생겼던 레지던시(미술창작공간) 프로그램이 현재는 작가의 경력을 쌓기 위한 스펙으로 전락하면서 초기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1년 단위로 떠돌아다니는 작가들은 늘 불안정을 감수해야 하며, 가장 취약한 신진작가에게는 그 혜택조차 접근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문화재단의 민간 창작공간 지원은 작가가 작업 공간을 지속하는 데 실재적 도움을 주기 때문에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은 그 규모를 더 확대하고, 서울문화재단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문화재단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바람난 미술 사업 종료와 민간 창작공간 운영 지원사업의 시작에 아무 연관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사업을 생각하면, 바람나서 집 밖을 떠돌던 미술에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2018년이 시작되었다. 이런 좋은 정책이 더 개발되고 확대되어, 실재적인 작가 지원이 이뤄지길 간절하게 바란다.



안진국(1975- )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말과활』 편집위원, 월간 『BIZart』 고정 필자.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국제평론가협회(AIC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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