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서울아트가이드 디.에디션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58)상업화랑의 미래

양찬제



상업화랑 전경

“‘상업화랑’ ㅎㅎ, 대놓고 상업이래. ㅋㅋㅋ” 부스에 걸린 간판을 본 사람들 대부분 이런 대화를 나누며 웃으며 지나갔다. 지난 9월, ‘상업화랑’이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에 참가한 것도 작명 덕인지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방 전에 지어졌다는 을지로 3가의 낡은 건물 4층에 올해 1월부터 ‘상업화랑’이란 상호로 전시장 문을 열었다. 그간의 전시가 상업적이진 못하였지만 아무튼 상업의 최전선에 첫발을 디딘 것은 분명하다. 

전시장을 만들면서 ‘상업화랑’이란 명칭을 선택한 것에는 몇 가지 계기와 이유가 있었다. “상업화랑에서 나 만날 일이 없는데?” 몇 년 전 평생을 실험 미술에 투신하신 이승택 선생과의 첫 대면에서 받은 인사말이다. 선생께서도 화랑에서 찾아가니 무슨 일인가 싶으셨지만, 그렇게 팔십 평생에 처음 상업화랑의 전시를 하시고 이제는 해외 유명미술관과 소장가들에게 호평받으며 수많은 전시의뢰가 이루어지고 있다. 뒤늦은 감도 있지만 평생을 기인 취급받으시며 작업하신 그 많은 작품이 이제라도 재평가를 받으니 상업화랑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상업이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화랑이 아닌 “상업화랑”으로 포털 창에 검색해 보면 상업화랑과 연관된 뉴스는 주로 부정적 시선의 기사가 대부분을 이룬다. 사실 화랑은 작품을 매매해서 운영하는 영리사업이기에 굳이 상업이라 안 해도 당연히 상업인 것이다. 반면 대안공간이나 미술관은 굳이 비영리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지만 화랑은 주홍글씨 같은 “상업”을 고유명사로 지칭한다. 하지만 한국의 화랑들을 진정한 “상업화랑”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런데도 한국의 화랑들이 “상업화랑”으로 분명한 자리매김이 되어야 건실한 한국미술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상업화랑’을 찾아오신 분들이 맨 처음 던지는 궁금함은 화랑 이름에 대한 것이다. 전시 보러 오시느라 돈 벌 시간과 기회를 놓치셨죠?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만족을 채우셨다면 우리가 정말 상업적이지 않으냐고 답해드린다. 작가분들께는 더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만드시는 작품 다 팔리십니까? 안 팔리는 작품은 왜 만드십니까? 속은 쓰리지만 순간 이제 알겠다는 표정에 마침표를 드린다. 전시장을 운영하는데 돈은 들지만 무슨 보상 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사실 작품 판매도 못 하고 관람객도 많지 않은 이곳에서 전시를 해주시는 작가분들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 생각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교통이나마 편리한 을지로를 전시장소로 운영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지만 정말 전시 보고 싶은 분들이 오셨으면 그만이다.



홍장오 전시 전경(10.12-10.29, 상업화랑)

최근 작가 직거래 행사들이 한국미술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가 직거래 행사에 대한 내 생각은 일단 찬성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를 두고 있다. 행사의 입장료 수익에 급급한 주최 측의 판 벌리기와 공적 기금에 기대어 목적성이 상실된 행사 진행이라면 당연히 반대한다. 물론 모든 행사가 순수하게 치러지고 예술가의 자생적 활동을 위한 것이라면 두 손 모아 응원할 일이다. 행사의 목적이 영리는 아니지만 전체 행사를 통해 창출한 작품 판매 수익이 행사 진행을 위해 투입된 공적 기금에 크게 못 미치는 몇몇 행사를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미술시장 육성에 의미를 갖는다지만 작가들의 자생적 활동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양질의 작품 제작과 내용 있는 기획전시에 직접 지원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지원된 기금 대부분은 행사 홍보 및 운송설치 업체들의 수익에 집중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근래 세계적인 화랑들의 서울지점들이 눈에 띄게 안착하고 있다. 시장은 고사 위기라 아우성인데 고가의 해외 미술품은 장사가 잘 된다는 반증이다. 화랑들이 무너지고 작가 직거래에서 행상으로 연명하는 우리 미술시장이 그들에게는 더없이 만만한 놀이터일 것이다.

생전에 김환기는 수필 그림 안 파는 이야기에서 “세상에 어디 미치지 않고서야 그 비싼 값을 지불하고 내 작품 살 사람 없을 거라 생각하여 싸니 비싸니 흥정하기 싫어서 ‘그 그림 안 팝니다’라고 하니 그렇게 통쾌했다”고 한다. 사실 그런 예술가의 호기는 예나 지금이나 멋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양찬제(1971- ) 중앙대 조소학과 동대학원 졸업. 갤러리사간, 몽인아트센터, 갤러리현대 기획실장 역임. 현재 AK갤러리 기획실장, 갤러리현대 객원이사, 상업화랑 운영.

하단 정보

FAMILY SITE

110-020 서울시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5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