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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민중미술 아카이브

김종길

5월 셋째 주 토요일, 곤지암에 있는 송창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학고재 전시를 앞두고 있는 그의 신작을 보기 위해서였고, 또 그가 참여했던 1980년대 민중미술 그룹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이하 임술년)의 활동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1982년에 창립했으니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도 ‘임술년’은 아직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제대로 역사화 된 적이 없다. 어디 ‘임술년’만의 문제일까?

나는 민중미술을 연구하는 젊은 동료들과 2014년에 미술동인 ‘두렁’의 멤버들을 초대해 콜로키움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이 올해 자료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2009년에 기획한 ‘현실과 발언’(이하 현발) 콜로키움은 그 이듬해인 2010년에 창립 30주년 기념전으로 치러졌고, 다시『 정치적인 것을 넘어서』(현실문화, 2012)로 정리된 바 있다.

‘현발’은 이미 역사화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창립 5주년,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며 활동사를 책으로 두툼하게 묶어낸 바 있기 때문이다. 세 권의 기록물이 나왔으니 이제 미술사가들에 의한 2차 연구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중미술의 어느 그룹보다 평론가 회원이 많았던 터라 이론적인 접근도 용이하다. 그에 비하면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나 ‘임술년’, ‘두렁’은 그들의 독립적인 그룹 활동사가 단행본으로 묶인 바 없다. 1985년 늦가을 민족미술인협의회로 모여들면서 1987년을 전후로 대부분 해체되거나 산개되었을 뿐이다. 또 6.10민주항쟁을 거치면서 거대한 민주화의 투쟁 속으로서 합류하면서 그들은 그들이 참여했던 소집단 활동을 정리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대표적인 소집단만을 거론했을 뿐 사실 그 시대에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소집단이 탄생해서 활동했고 그만큼 작가들도 많았다. 1994년 ‘민중미술 15년 1980-1994’전을 기점으로 민중미술은 역사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 그들의 후예들이 포스트 민중미술의 시대를 담론화하면서 새로운 전환이 시작되기는 했으나, 그 15년의 역사는 빠르게 뒤로 밀렸고 역사화 되지도 못했으며, 평가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 출발로부터 37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충분히 역사화 되지 못한 민중미술이 시장을 들썩이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장이 먼저 민중미술을 인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이라도 민중미술사 서술 및 연구를 위한 체계적인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7년 전부터 나는 민중미술 자료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의 단행본, 도록, 리플릿, 포스터는 물론 민중미술 관련 연구논문과 신문 기사를 스크랩했다. 원본은 거의 구할 수 없으니 사본이라도 구하면 다행이었다. 1980년대에 출간된 단행본은 헌책방을 뒤져서 찾았고, 다른 활동 자료들은 민중미술 관련 전시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사진을 찍고, 작가를 만나 복사본을 만들었다.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계간지, 월간지 등의 미술잡지 기사와 기사에 달린 이미지를 연도별로 스캔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두렁’연대기를 정리했다. 콜로키움 자료집에 실릴 연대기였다. ‘두렁’의 미술평론가 라원식의 기록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었으나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게 적지 않았다.


‘송창: 잊혀진 풍경’ 전시포스터 (2.10-4.9,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송창의 작업실에서『 시대정신』(일과놀이, 1984) 1권을 발견했다. 그 책 뒤쪽에 ‘두렁’이 창립전할 때 사용했던 고축문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두렁’ 연대기의 한 장면을 채울 수 있었던 가장 흥분된 자료였다. 작은 기록을 찾아 비단실로 꿰는 작업이 민중미술사 서술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 이제 그 시간이 되었다.


김종길 / 미술평론가 gjg68@hanmail.net
(1969- ) 국민대 대학원 미술이론학 박사 수료.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큐레이터. 정관 김복진미술이론상 수상 (2011).『 포스트 민중미술 샤먼 리얼리즘』(삶창, 2013)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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