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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축과 한류 네트워크를 통한 미술문화 협력 가능성 진단

김홍희

글로벌 시대 아시아,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을 포괄하는 동북아의 사회, 경제, 정치의 변화는 지역주의, 국가주의를 초월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예견시키고 있다. 초지역적, 초국가적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 구축에서 유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문화협력이라는 견지에서 근자에 파급되고 있는 한류열풍이 비상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억제가 한국 문화계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대중문화 공연은 물론 미술 전시회까지 최소화되는 실정에서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한류의 효과 및 그것의 지리정치학적, 지역문화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의 아시아 담론과 동북아 문화공동체
1990년대 이후 아시아는 대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리즘, 신자유주의의 편재와 함께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적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는 정치적 분쟁지대에서 경제공동체의 주요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아시아 담론은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강조하는 지역주의 사상에 입각해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는 한자문화권, 유교문화권으로서의 문화적 유산의 동질성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연대론을 파생시켰다. 그러나 이 이론은 시각 자체가 과거지향적일 뿐 아니라 서구의 가치체계와 미국 패권을 견제한다는 공격적 입장 때문에 국가 간 일치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탈근대 시대 아시아 담론은 아시아 연대론에 대립되는 초지역적 글로벌리즘을 표방한다. 환경파괴, 핵 위협 등 인류 공통의 위기의식과 함께 지구공동체 성립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된 글로벌리즘 사상은 자유무역, 시장개방 등 경제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20세기 후반의 최대 화두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러나 글로벌리즘이 주창하는 경제의 세계화는 문화의 세계화, 나아가 전지구적 획일화를 동반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획일화가 서구중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성에서 비서구, 또는 주변부의 지역성을 중시하는 글로컬리즘(Globalism+Localism)이 대두되고 있다. 

글로컬리즘은 비서구가 서구 사회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맥락을 확장시킨다는 지점에서 시대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세계화가 지역적인 것의 대치가 아니라 지역과 세계의 의미 있는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방자치의 확대, 나아가 지역공동체 구축을 촉구한다는 글로컬리즘 시각에서 보면 아시아 공동체 역시 탈지역주의, 탈민족주의적 비전과 질서로 구현될 수 있다. 특히 문화유산의 동질성뿐 아니라 유사한 근대화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은 그러한 동질성이 과거지향적으로, 자민족중심적 분쟁으로 오도되지 않도록 상호호혜적 문화공동체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문화는 정치와 경제가 제공하는 물리적인 이익보다는 질적인 만족과 정서적 공감대와 유대감을 제공한다. 이것이 문화의 “부드러운 파워”로 바람직한 지역공동체 구축의 근간이 된다. 또한 전지구적 공생을 성취하기 위하여는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문화공존주의, 문화상대주의, 복합문화주의에 입각한 문화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한류 네트워크와 미술문화의 한류 가능성 모색 
탈근대 시대 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상은 전근대 중화사상이나 근대기 일본 제국주의적 대동아공영권에 근간하여 형성되었던 문화적 위계질서를 지양한다. 한류는 바로 기존의 한중일 문화 위계를 탈피, 재편성하는 한국 주도의 문화적 기제로서, 무엇보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문화연대, 비공식적 네트워크의 실행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한류는 이전의 일방통행적 문화교류, 또는 양자교류 패턴을 역류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소통이다. 이제까지 동북아 문화교류는 한중 또는 한일의 양자 교류에 치중되었지만, 한류는 한중일 뿐 아니라 동남아 중동 회교권을 포괄하는 전세계적 다자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역주의 패권을 추구한 역사가 없었던 만큼 한류가 문화국가로서의 한국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순기능적 역할로 그 당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한류란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한 한국 TV 드라마, 팝뮤직 등 대중문화의 파급 현상을 염두에 두고 중국 언론이 H·O·T의 베이징 공연을 계기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이러한 대중적, 자연발생적 한류가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한류를 통해 동아시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코드를 발견하고 근대기부터 억압되고 상실된 문화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찾아진다. 좀 더 직접적인 동인으로 한류가 자국의 전통이나 토속문화에 진부함을 느끼고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동아시아 신세대들의 감성에 부합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청년들에게 어필한 것이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적 혼성, 한국성과 서구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현대 아시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 기초하여 한류열풍과 90년대 이래 동아시아에서 성행하고 있는 대안공간과 신생 비엔날레의 파급을 유추하며 미술을 통한 한류의 확장 또는 미술문화의 한류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미술문화의 동아시아 교류는 1990년대 이후 역내 도시들을 배경으로 탄생, 아시아의 새로운 현상으로 성행하고 있는 비엔날레와 대안공간과 같은 대안적 네트워크를 통해 증폭될 수 있다. 

아시아 대안공간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신세대 작가들의 창작과 전시 활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아시아, 제3세계라는 지역적, 의식적 공감대 위에서 비서구적 가치를 모색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아시아 비엔날레 역시 탈식민주의 의지로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문화적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구에서 비서구로의 지리정치학적 이동을 의미하는 아시아 비엔날레의 함의는 역내 국가들 간의 정보교환과 상호소통의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 문화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네트워킹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한류와 마찬가지로 아래로부터의 교류와 비공식적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아시아 대안공간, 비엔날레 간의 협력 네트워크가 공동체 강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견지에서 글로컬한 미술을 유통시키고 있는 아시아 대안공간, 비엔날레가 한류를 지리적, 문화적으로 확장하는 순기능적 사이트가 될 수 있고, 역으로 한류는 미술문화 네트워크를 통해 질적, 양적으로 발전, 신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본다.


‘2006광주비엔날레 아시아미술포럼: 아시아의 눈으로 본 세계 현대미술’. 

이 포럼은 아시아 미술전통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고 나아가 아시아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전지구적 문화 공동체 비전의 실현가능성을 논의한 2006 광주비엔날레 연계학술행사이다. 총감독 김홍희.

본 도판은 편집부에서 추가한 것입니다.


- 김홍희(1948- ) 캐나다 몬트리올 콘코디아대 미술사학과 석사, 홍익대 서양미술사 박사.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2003), 광주비엔날레 총감독(2006), 카셀도큐멘타14 감독선정위원 (2013) 역임. 제18회 김세중기념사업회 한국미술 저작출판상 (2015) 등 수상.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산다』(현대미술 담론과 현장III, 눈빛출판사, 2014) 외 다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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