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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풍족한 예술지원 vs 빈곤한 젊은 예술가

백곤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밥 로스의 말처럼 참 쉽다. 바로 예술가라는 지위를 획득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지위 타이틀에 국한된 말이다. 일부 예술을 사랑하는 작가들은 스스로 예술가라고 명명하고 제도권을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미술계 (예비) 작가들이 진정 취득하고자 하는 지위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일 것이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로 사망한 계기를 통해 제정된 「예술인 복지법」이 예술가의 지위를 확인시켜주고 있지만, 여전히 경력인정시스템의 틀 밖에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는 거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젊은 작가가 예술가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미술계 곳곳에서 젊은 작가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들과 각종 지원정책, 각 지자체의 예술지원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2017년 1월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하여 지역별 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지원사업만 100여 개가 넘고 지자체 지원과 레지던시 프로그램까지 900여 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사립미술관, 갤러리, 문화단체까지 합치면 1,000여 개가 훨씬 넘는 지원사업이 있다. 지원유형 또한 창작지원, 아트마켓, 문화예술치유, 생활문화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넘쳐난다. 더불어 전시공간도 늘고 있는데, 2016년 기준 전국 등록미술관이 전년 대비 17개가 늘어 219개가 되었으며, 갤러리와 단체까지 합하면 500개가 훨씬 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작가들은 여전히 예술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대체 왜일까? 

1999년, 불과 18년 전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대안공간들의 지원을 통해 작가들은 자신을 드러내며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다. 이후 2004년 서울문화재단의 출범과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1973)이 민간 자율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 그리고 시대적 붐을 탄 각 단체와 지자체의 다양한 예술지원 정책들이 젊은 예술가의 지위획득과 인정을 본격적으로 도왔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앞서 말한 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은 여전히 예술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kawfartist.kr) 메인화면


생존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
“작업 안 해?”, “작업해야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된 ‘작업’은 대체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까? 한해 배출되는 미술대학 졸업생만 1만 명이 넘는데 예술가로 성장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각 과목의 평가를 위한 수많은 텍스트 과제들과 야간작업을 해도 쉬이 완성되지 않는 고품질의 마감에 몰입해야 하며, 비평시간 철저히 짓밟혀야 하는 개념들로 무장된 자기 철학의 비사유적 멍 때림의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대학(원)도 졸업한 놈이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냐?”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씁쓸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이들의 나태함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치열한 경쟁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비) 예술가들은 다름 아닌 지금 현재의 젊은 작가들일 것이다. 작가의 지위가 상품가치로 평가되어 작품 한 점도 팔리지 않은 실력 없는(?) 예술가 코스프레를 견뎌내야 하는 젊은 작가들의 아킬레스건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예술가를 위한 지원정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왜 예술가로 창직(Job Creation)하지 못하니?” 이러한 물음이 과연 개인의 몫일까? 반대로 풍족한 예술지원정책들이 이러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까? 성과를 요구해야 하는 지원은 수혜자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배보다 큰 배꼽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 젊은 작가, 아니 모든 예술가의 배고픔이자 숙명이 되었다.


- 백곤(1977- ) 홍익대 미학과 박사수료. 대안공간루프, 토탈미술관, 스페이스캔, 모란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근무. 현 서울시 공공미술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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