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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세 작가의 사례로 생각해보는 지원정책

고원석

지난여름 3개월간 어느 대학의 방문연구원으로 런던에 머물렀다. 한국 현대미술의 수용과 인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주된 동기는 공공기관에서 영국과의 교류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런던의 문화적 영향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며, 때문에 런던을 주목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Korean’이라는 단어가 수식어로 등장하는 제반 행사들은 콘텐츠의 내용을 소개하기보다 ‘한국의’ 콘텐츠임을 강조한다. 일례로 영국박물관이나 V&A뮤지엄의 한국관에 대한 관심은 한국문화의 소개 방식보다 한국관의 물리적 규모나 운영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된다. 이처럼 한국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는 것에 반해 구체적인 콘텐츠의 소개가 빈약한 이유는 정부의 성과측정 시스템 자체가 국가주의적인 지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일까? 이에 대한 생각을 위해 올해 런던에서 있었던 세 작가의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런던의 주요 화랑 중 하나인 화이트큐브는 지난 1월에 ‘박서보개인전: 묘법 1967-81’을 개최했다. 최근 단색화가 미술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화이트큐브의 박서보 개인전 개최를 단색화에 대한 마켓의 수요로 오독하기 쉽다. 그러나 전시를 기획한 화이트큐브 디렉터 캐서린 코스티알은 가장 중요한 동기는 일생에 걸쳐 진행된 박서보 개인 화업에 대한 관심과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의 작품들을 모을 수 있었던 여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전시는 성공적이었고, 아마 다음에도 유사한 전시가 추진될 확률이 높다.

강익중, Floating Dream 2016, ⓒ고원석


지난 9월에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운집하는 밀레니엄 브리지 아래 템스강에서 강익중의 공공미술 작품 <Floating Dreams>가 전시되었다. 그의 작품은 남북한 대치의 상황에서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들의 향수 어린 드로잉들을 수집하여 큐브 형태의 구조물로 제작한 것이다. 이는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이슈인 난민 문제와 연관되며 더 주목을 받았는데, 난민이라는 이슈가 정치적으로만 이해되는 현실에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정서적 문제로 환기함으로써 공공 미술적 매력을 보여줬다.



이승애, A Frog Animation-drawing, 2016, pencil on paper ⓒ이승애

발레리 베스톤(Valerie BESTON)은 유서깊은 화랑인 말보로파인아트의 디렉터이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정신적 동료이며 루시앙 프로이드와 같은 작가들의 후원자였다. 그의 사망 후 유족과 친구들은 트러스트를 설립하고 ‘발레리 베스톤 아티스트 어워드’를 창립, 매년 런던의 젊은 작가 중 한 명을 선정, 상금과 1년간 런던의 작업실 지원, 홍보 컨설팅과 개인전 개최 등의 지원을 실행해왔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런던의 젊은 작가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어워드로 손꼽힌다.

지난 6월, 이 상의 열 번째 수상자로 한국의 이승애가 선정되었다. 그동안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유화 중심의 영국 작가들을 선정해왔는데 올해는 최초로 아시아 출신이자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영상작품을 보여준 작가를 숏리스트 없이 만장일치로 선정하여 화제가 되었다.

위의 세 사례는 이들의 국적이나 배경적 맥락보다 작가 개인과 작품의 미학을 주목한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에게 국적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렇게 작가들과 작품이 조명되는 이상 이들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자연스럽게 한국미술의 다양한 면모와 특징들이 존중되고 감상 되는 것이다.

이 사례들은 가장 효율적인 교류의 토대를 사고하게 한다. 기실 국적 중심의 국가주의적 포장은 소제국주의의 콤플렉스에 기반을 둔 후진적 이미지로 연결되기 쉽다. 특히 런던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으로, 여기서 국적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진부한 접근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작가들의 개별성에 내재한 우수성을 잘 찾아서 전파하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 연결점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세련된 전략이 아닐까?


- 고원석(1973- ) 예술경영 전공. 대안공간풀, (주)로렌스제프리스, 공간화랑, 아르코미술관, 베이징 아트미아재단, 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근무. 동아미술상, 문화체육관광 부장관 표창 수상. 아르코미술관 ‘군중과 개인: 가이아나 매스게임 아카이브’전 기획(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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