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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유통되지 않는 그림은 어디로 가야하나?

조관용

김일용 작가 작업실


‘신자유주의에 희망은 없다’는 절규와도 같은 어느 작가의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는 아니다. 모든 것들이 자본으로 환원되는 사회에서 전시가 끝나고 작품들이 작업실로 돌아오는 순간 그것들은 공간을 점유하며 끊임없이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애증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은 작가에게 작업실의 한 공간을 비워놓아 작가로 가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통행료로 생각할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의 창작 개념은 ‘하나밖에 없는 것’, ‘새로운 것’ 또는 ‘발명품’의 개념과 동등하게 이해되고 있어 새로운 창작품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문화에서 한번 전시된 작품을 다시 전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호전되기보다는 더욱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는 예술적인 재능을 지닌 인재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그러한 문제를 작품을 선별하고 구입하는 사회시스템을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국가가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을 정하고, 재원을 조달하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것도 작가들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이 그러한 상황을 일부 모면할 수 있을 뿐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으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신자유주의의 개념과 현행의 창작의 개념은 양립할 수 있는가? 아니 그보다 질문을 단순화시켜 보자. 작가들은 작업실에 쌓여만 가는 작품을 해소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개념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하는가? 더 쉽게 말해 작가는 재단사가 특정 손님을 향해 양복을 재단하듯이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어 작업해야 하는가?

작가가 특정인을 위해 제작한 작품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을 위해 제작한 작품이라면 그 작품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통해 선별되고 보호받아야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주의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은 문화에서 그러한 작업 방식은 작가로 하여금 사회구성원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게 함으로써 점점 더 사회구성원들과 단절시키게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선택하고 있는 시스템이 사회구성원들을 위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스템을 선택하고 있는 사회인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던 작가의 개념은 그러한 사회주의 시스템이 선택할 수 있는 작가의 개념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던 작가의 개념은 고흐와 같이 가난하게 살며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에 반해 일부 작가들은 그러한 작가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앤디 워홀과 같이 자본주의 문화를 향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취향에 맞추어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어느 순간 작업실에 작품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작가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작가의 개념으로 향하건 또는 자본주의 문화를 향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취향에 맞추어 작업하는 것을 선택하던, 그 어느 경우에도 작가들은 주문 제작이나 세일하듯 작품을 파는 경우가 아닌 이상 작업실에 작품을 쌓아 놓을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 문화에서 창작의 개념은 개인이 선택하고 실천하는 문제이지만 작가들 대부분 작업실에 작품을 쌓아놓고 가슴앓이를 하는 상황에서 그 문제를 한 개인이 자신의 창작 개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현재 수용하고 있는 시각 미술에 대한 창작의 문화를 다시 점검해보고 시각미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구축하고 있는 사회시스템이 어떤 개념을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다시금 어느 개념을 수용하여 어떤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수용하고 있는 시각 미술의 창작 개념은 그러한 사회시스템 속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 조관용(1963- ) 홍익대 미학박사. 한국미학예술학회 부회장, 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기금 평가위원, 선화랑 큐레이터, 영은미술관 학예팀장, 동국대 겸임교수, 홍익대, 전남대, 국민대 등 강사 역임. 현 「미술과 담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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