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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카르텔과 미래권력 : 아트솔라리스 리뷰

김준기


아트솔라리스 화면(artsolaris.org) : 2016년 4월 20일 기준, 813개의 전시정보와 860명의 인물정보로 구성되어있다.


미술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 가운데서도 공공미술관과 비엔날레를 비롯한 국제미술축제, 대안공간 등 공적 자금을 사용하는 전시프로그램의 향배는 작가와 큐레이터, 평론가, 관객 등 거의 모든 미술 주체들에게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물론 갤러리와 옥션도 있고, 건축적 공공미술, 국가 단위 공공미술 등은 사뭇 달라진 미술계의 지형도를 반영한다. 하지만 역시 비영리 영역의 전시프로그램이야말로 한 시대의 예술정신을 갈무리할 수 있는 본격적인 상징투쟁의 장이자 예술공론장을 이끄는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그 지형을 가늠하는 것은 동시대 미술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히곤 한다. 캄캄한 우주의 한 점을 클릭하면 빅뱅이 일어나며 꿈틀거리는 에너지들이 뒤섞여 혼돈 가운데 질서를 만든다. 아트솔라리스다. 수백 개의 별들이 서로 얽혀 촘촘한 그물망을 이룬다. 아티스트 듀오 뮌이 올 연초에 발표한 온라인 네트워크 작업 <아트솔라리스>(www.artsolaris.org)는 동시대 미술장의 지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시각화했다. 시사인을 비롯해 한국일보, 조선일보 등이 연속기사를 내며 논란이 더 커졌다. 대략 짐작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 눈앞에 그물망으로 펼쳐지자 다들 ‘과연 그렇군!’ 하는 표정이다. 

나에게도 간간이 여파가 미쳤다. 웹사이트를 둘러본 지인들이 김준기 별은 변방에서 희미하게 떠돌고 있다며 놀려먹곤 했고 나의 반응은 그저 담담한 단문 뿐이었다. 그건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 나에게는 성좌 중심의 빛나는 별이 될 만한 배경과 실력이 없기도 하거니와, 지난 10년간 서울 사대문 바깥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냐며 무시하곤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답변은 한갓 변명에 불과했다. 그동안 미술언론과 갤러리, 미술관, 비엔날레, 공공미술 등을 거쳐왔던 자신의 행장을 돌이켜보면, 나는 분명히 한국 미술계를 구축하는 제도미술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아트솔라리스를 다시 들여다봤다. 이 작업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감염적 소비였다. 한 별이 다른 별과 많게는 10회 이상 반복적으로 전시프로그램을 통하여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그것이 핵심이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지속해서 반복한 네트워킹의 결과를 ‘카르텔’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감염적 소비를 할 만한 기회를 갖지 안/못해왔고, 당연히 카르텔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변방을 떠돌 수밖에. 필자가 한동안 『서울아트가이드』에 연재했던 “한국큐레이터열전”에서도 카르텔의 중심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 김홍희, 김선정 두 큐레이터를 다룬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이 카르텔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고 해서 큐레이터로서의 실력을 상찬했던 나의 인물론이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트솔라리스가 내보이고 있는 동시대 한국미술계의 그물망은 20세기 말까지의 한국미술계와 비교해보면 놀랍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1990년대의 애매한 권력구조를 깨고 오늘날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으니, 한국현대미술사 전체 맥락에서 보면 그들의 20여 년이 동시대 권력구조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트솔라리스>가 들려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동시대 미술권력이 지나치게 단일한 성좌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카르텔은 미필적 고의에 의해 종다양성을 훼손한다. 종다양성이 살아있지 않은 생태에서는 건강한 생명을 낳아 기를 수 없다.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전시와 컬렉션, 레지던시, 어워드, 비평, 언론, 교육 그리고 시장에 이르기까지 미술계 시스템을 구성하는 제반 요소들이 일극의 중심으로부터 탈중심의 다원화 양상으로 진화하도록 하는 일은 기성의 카르텔이 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미술계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 이외의 구성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있다. 이것은 자본 권력과 제도 권력이 합세하여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엄혹한 대한민국에서의 일이다. 누군가를 탓하고 힐난하는 일은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뒷담화일 뿐이다. 예술적 근대주의와 자본주의 미술시장의 카르텔을 넘어서 예술체제의 구조변동을 촉구하는 새로운 예술 담론과 실천이 새로운 주체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감염적 소비에 기반을 둔 재생산 구조를 넘어 미술계 바깥의 사회적 주체들과 새롭게 만나는 법을 배우는 일. 그것은 혼돈을 조직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미래권력의 상상력에서 나온다.


- 김준기(1968- ) 홍익대 예술학과 학사 및 동대학원 석박사 졸업.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및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 역임. 경향신문사 “김준기의 사회예술비평” 필자. 석남미술상 젊은이론가상(2007)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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