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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포스트 뮤지엄의 단초, 뮤지엄의 기관기록

김철효

백남준, N245_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 1995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현재 한국박물관·미술관협회에는 전국적으로 700여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회원으로 가입되어있다. 수적으로는 풍성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의 기능을 제대로 갖춘 곳이 얼마나 되는지 들여다본다면 매우 실망스럽다. 더구나 실제모습을 가늠하기 위한 각 뮤지엄의 기록관리 실태는 확인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기록관리 기능이 없는 곳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뮤지엄이란 소장하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 및 각종 프로그램, 연구 등 학예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기관이다. 큐레이터, 레지스트라, 에듀케이터, 전시디자이너 등의 학예업무와 이를 실행하게 하는 행정업무가 맞물려 돌아가며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숨 가쁘게 진행해야 하는 곳이 뮤지엄이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기획을 위해 과거의 기록을 참고하고자 할 때, 이미 지나간 전시나 프로젝트의 온전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우리는 적절한 공간에 과거의 기록들을, 한데 모아 질서정연하게 관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장소가 뮤지엄의 ‘기관기록 아카이브’이다.

뮤지엄 700개 시대의 수준을 높이고 진일보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할 때 가장 기초적인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전문 아키비스트가 관리하는 ‘기관기록 아카이브’이다. 관리가 잘된 기관기록은 현업부서의 업무수행에 활용될 뿐 아니라 내외부 연구자들의 연구자원으로 활용된다. 행정부서에서 수행하는 계약 혹은 뮤지엄 규정 변경 시, 홍보나 마케팅 업무에 사진이나 영상기록 등을 활용할 때, 큐레이터나 에듀케이터가 특정작품이나 과거전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또 내외부 연구자들이 해당 뮤지엄의 소장품과 역사, 전시와 각종 프로그램에 관해 출판을 하거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관련 기록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은 오로지 잘 관리된 ‘기관기록 아카이브’ 만이 수행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국내 뮤지엄 가운데 체계적으로 기관기록을 관리하는 ‘기관기록 아카이브’는 두 곳, 국립현대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 뿐이라는 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늦게나마 여기저기 널려있던 수백 개의 박스를 찾아 1969년부터의 기록들을 정리하여 이제 막 공개하기 시작하였고, 백남준아트센터는 유일하게 2008년 설립 당시부터 착실하게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뮤지엄아카이브에서 관리해야 할 기록의 유형을 기능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1)

1) 운영 관련: 운영을 결정하는 각종 위원회 기록, 관장의 기록, 정부 혹은 공공기관의 뮤지엄 정책이나 공문 등 
2) 소장품 관련: 구매목록, 소장처와 과거 이력, 기증서약서 기타 작품연구자료 등. 그 외 소장품과 전시용 대여 작품의 입/반출, 포장, 운송 등의 기록. 대여계약서, 컨디션리포트, 운송 및 보험기록 등
3) 전시기록: 전시회의록, 작품 체크리스트, 작품 설명, 가치평가 및 보존기록, 기타 전시장 설계기록, 홍보 및 보도자료, 운송기록 등
4) 학예기록: 학술연구(발굴 등 외부 프로젝트, 장기연구프로젝트 및 강연)
5) 보존/복원기록: 생성부서에서 관리하고 활용
6)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 기록: 단체 관람객 대상 교육프로그램, 성인 교육프로그램, 학술세미나와 심포지엄, 토크와 강의, 전시설명 투어 등 관련 기록 (강사계약서, 교수계획서, 교육용 텍스트, 인쇄된 프로그램, 활동지, 교육프로그램 사진, 오디오 및 비디오 등)
7) 재정자원 발굴 및 행정 기록: 홍보 및 마케팅 기록, 법률기록, 연례보고서, 기타 소장품 저작권 관련내용, 웹사이트 관련, 소개 출판물, 브로셔 등
8) 뮤지엄 건축 관련 기록                                    
                                         
뮤지엄의 ‘기관기록 아카이브’를 시작하려면 무엇보다도 기관의 수장(首長)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설립을 결정해야 한다. 정책수립과 관련 조직구축, 사업예산을 확보한다. 적절한 환경의 공간을 확보하고 항온항습기와 같은 기술적 설비들, 아카이브 프로세싱 재료들, 기타 자산과 전문인력 비용과 각종 자문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입수 또는 이관을 위한 평가작업을 시작으로, 이관이 이루어지면 분류원칙에 따라 내용적으로 물리적으로 배열하고 목록과 기술(記述)작업, 그리고 동시에 보존작업을 수행한다. 최종단계로 DB화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열람 등 효과적 활용을 지원한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모든 뮤지엄들이 자관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영구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들을 ‘뮤지엄의 기관기록 아카이브’에서, 전문 아키비스트 주도하에 관리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의 포스트 뮤지엄을 여는 단초는 이와 같은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김철효(1945-) 서울미대 회화과 학사, 성신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박사. 월간 미술세계 평론수상. 삼성미술관리움 자료실 수석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 수석객원연구원, 국립예술자료원 자문위원 등 역임. 『미술전시기획자들의 12가지 이야기』(공저, 한길아트, 2005) 저술. 현 안상철미술관 관장.                                
       

1) Wythe, Deborah ed. 2004. Museum Archives: an introduction. Chicago: 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 2014년 12월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워크샵’ 박상애 발표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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