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서울아트가이드 디.에디션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32)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의 암울한 미래

최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명이식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은 창설이래 최대의 난국에 직면해 있다. 선장 없는 난파선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무사태평이다. 미술관 하나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이란 태도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모든 사태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아는 한 저 괴물 같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전락하면서부터다. 미술관을 기형으로 만들어버린 주범인 저 해괴한 제도에 대해서는 수차례 글로 발표했으므로 되풀이는 피하기로 하자. 

어떤 조직이건 조직의 역량은 인사권과 예산권으로부터 나온다. 기관의 수장은 바로 그 권한을 적절히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권한을 상급기관이 가져가 버렸다는 데 있다. 서울관이라는 거대한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단 한 명의 정규학예사도 허용하지 않은 채 모두를 계약직으로 선발한다거나 심지어 관장이 뽑아야 할 학예사를 상급기관이 뽑아서 내리는가 하면 하나의 기관이어야 할 과천관과 서울관의 지휘체계를 분리해 이원화시킨다거나 하는 소문 따위가 흉흉한데 ‘한마디로 엉망’이라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게다가 전임관장이 퇴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임관장을 뽑지 않은 채 일 년이나 방치해 버렸다. 파국을 앞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비밀작전 수행하듯이 뽑은 신임관장의 미래는 아름다운 장밋빛이 아니라 암울한 먹빛이다. 신임관장이 그 누구건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마주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를 나열해 보면 왜 먹빛인 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져가 버린 인사와 예산권을 회수하는 일이다. 감독이나 지휘기관 행세를 하는 상급기관은 지원기관으로써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미술관이 정상화된다. 
둘째 기형화의 근원인 책임운영기관이란 굴레를 벗겨내고 또 상급기관이 그토록 집착하는 미술관 법인화라는 유령을 퇴치하는 일이다. 책임운영기관이 미술관을 황폐화해 왔듯이 대책 없는 법인화는 미술관을 몰락시키는 최악의 길일 수밖에 없다. 
셋째 3관 체제의 위상에 합당하게 관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높이는 일이다. 관장 공모제와 임기제 따위가 어떻게 미술계를 능멸해 온 제도인지는 몇 차례 경험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급인 국장급에도 못 미치는 ‘2.5급 관장’이라는 자조 섞인 슬픈 탄식을 벗고 인사권, 예산권을 회복하는 차관급 관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 세 가지 과제를 신임관장이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당면한 근본문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임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세계수준의 미술관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성취해야 할 과제를 나열해 보면 바로 ‘세계 곧 서구수준’이 무엇인지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런던의 테이트모던, 뉴욕의 MoMA 수준과 비교해 그 일천분의 일 수준만이라도 갖추기 위한 작품구입 5개년 특별계획을 수립, 성사시키기 위해 국회 예결위 의원과 정부 기재부 관료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세계수준이란 무슨 건축규모 따위가 아니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다. 그러므로 일단, 매년 1-2,000억 원씩 10년 동안 ‘세계수준’의 작품을 꾸준히 사들여야 한다. 이게 많다고? 고흐, 피카소, 폴락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저 얼마 전 모딜리아니 작품 한 점이 1,900억 원에 거래되었음을 생각해보라. 그런 생각이 없다면 앞으로 ‘세계수준’이란 말은 잊어야 한다. 전임관장은 국가가 못하니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에 이르는 장기협찬을 끌어냈다. 신임 관장은 어떻게 할 텐가. 
둘째 국립근현대미술사연구소 설립, 셋째 국립근대미술관 창설 그리고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넷째 정규 학예사 100명 정원 확보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립미술사연구소와 근대미술관 창설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미국 LA의 Getty에 있는 연구소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미술자료센터다. 지금 과천관에 설치한 연구센터는 기증받은 자료를 토대로 출발해 호평을 받고 있거니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또 국립근대미술관은 근대미술의 거점기관으로써 공백으로 남아있는 자산인 19-20세기 미술을 빛나게 할 것이다. 끝으로 1968년 미술관 창설이래 정규학예사 정원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신임관장은 대체 무엇부터 해결해 나갈 것인가.


최열(1956-) 조선대 미술학과 학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석사,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역임, 제2회 한국미술저작상(1999), 대한민국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2008), 제15회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부문 대상(2010) 수상. 저서로는 『한국근대미술비평사』, 『미술과 사회』 등.

하단 정보

FAMILY SITE

110-020 서울시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5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