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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정책과 제언,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제4회 오픈스튜디오

고충환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가 문을 연지 5년여의 세월이 지났다. 2002년에 창동스튜디오가 그리고 2004년에는 고양스튜디오가 각각 개설된 이후 그동안 적지 않은 작가들이 배출되었고, 이제는 상당할 정도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사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지역 창작스튜디오 사업 그리고 각종 개별주체들이 운영하는 유사 프로그램의 설립을 끌어낸 것은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이제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지역 사업 중 하나가 되었고, 작가들마저도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과정이나 주요 이력으로까지 여기게 되었다. 더불어 그 자체가 대안공간의 활성화를 견인하는 보이지 않는 원동력으로마저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5, 6년 전만해도 생소했던 창작스튜디오나 레지던시 프로그램 그리고 대안공간과 대안미술이라는 용어는 이제 제도권미술을 움직이는 핵심 개념이 되었고, 심지어는 상업화랑의 생리마저도 바꿔놓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픈스튜디오 행사, 지원이 더 필요하다
이번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제4회 오픈스튜디오 행사는 지금까지 매년 한차례씩 열리던 것을 올해부터 매년 봄과 가을 각 한차례씩 총 2회 열기로 결정한 이후 그 첫 행사로 열린 것이다. (참고로 창동의 경우 작년 겨울에 워크샵을 개최한 관계로 올 봄에는 따로 계획하고 있는 행사가 없다고 들었다) 창작스튜디오는 그 입주기간이 일년이며 더욱이 단기작가의 경우 6개월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스튜디오로서보다는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더 힘이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통해 저 홀로 작업할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채 간과했던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뜬다거나,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거나, 무엇보다도 미술제도와 시스템을 몸소 체험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특히 이날 행사를 정식으로 오픈하기 이전에 수주 전부터 준비해온 입주 작가 어드바이징 프로그램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유토론 형식의 장이 만들어졌는데, 미처 글로 옮기지 못한 과정에서의 일화를 상세 소개하는 자리였던 만큼 비록 논쟁으로까지 심화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그 대략을 보면 자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석(고충환), 큐레이팅과 작가의 상품화 전략(이추영),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한 작가와 작가, 작가와 비평주체 간의 교류기회 확대의 필요성(이선영), 그리고 종 다양성이 갖는 의의(김준기)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운데 자폐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및 해석과 관련해서는 자폐가 기본적으로 자기반성적인 경향성을 띠기 마련인 것이며, 따라서 상식과 통념을 넘어서 개성적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적의 환경일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상품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최근 각종 옥션을 중심으로 한 특정 경향성으로의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한편, 작가가 자신을 상품화 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전략이 모색 되어져야 하며, 작가와 더불어 미술관 또한 큐레이팅을 통해 이를 흡수하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종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이를 소위 문화 권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설정하는 한편, 그 자체가 건강한 미술문화를 증명해주는 지표라는 입장이 제기되었다. 돌이켜보면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장이 아니었던 만큼 아쉬움은 남지만, 자폐가 갖는 미학적 의의나, 미술시장 바깥에서의 상품화 전략, 그리고 종 다양성의 현실화 방안 등의 주제는 추후 그 논의를 더 진작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연 2회 열기로 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본다. 이는 사실상 스튜디오로서보다는 본회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 현실과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작가끼리의 교류도 활성화되고 작가와 다른 이해당사자(이를테면 비평가와 큐레이터 그리고 화랑주 등)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잦아진다. 접근성이 어려운 것에도 불구하고 오픈스튜디오 행사 때마다 몰리는 인파를 생각하면 그 전망은 밝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적구조(기금운영지원)와 인적 구조(큐레이터 팀 확충)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져야 할 것이다.


고충환(1961-) 홍익대 미학과 석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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