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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공사 共生共思

  • 전시기간

    2024-04-05 ~ 2024-05-05

  • 참여작가

    한원석x이예찬(작곡), HITO (김희수, 최영토)

  • 전시 장소

    복합문화공간 더릿

  • 유/무료

    유료

  • 문의처

    02-1661-0288​​

  • 홈페이지

    http://instagram.com/thelit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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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더릿 < 공생공사 >전 개최
공생과 상생의 메시지 담은 예술의 협연 ‘共生共思’ 

한원석 작가 x 작곡가 이예찬, HITO(김희수, 최영토) 단체전

​일시 : 2024.04. 05 ~ 05. 05​ |  13:00 ~ 19:00 (월요일 휴무)
장소 : 복합문화공간 더릿​ 02-1661-0288​​
주최 : 더릿 / 주관 : (주)프리다츠 / 기획 :아트앤컴퍼니



공생공사 共生共思

이번 전시는 분야별 전문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통해 예술적 한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를 조명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탐색합니다. 

한원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 탐욕의 결과로 '버려짐'과 '소외'를 겪는 유물론(唯物論, materialism)적 대상들을 통해 환경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형연泂然>은 3,088개의 버려진 폐스피커를 이용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을 재현하여 자연을 의미하는 초록색 불빛과 함께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테크노 사운드와 결합하여 공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 다른 작품 <불이화不.二.火>는 버려진 검정 종이관으로 거대한 심장 모양을 설치미술로 완성해 내부에서 붉은빛을 발산하며 뜨거운 감정과 생명력의 상징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이예찬의 명상적인 음악 <1 + 1>과 함께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위로 받는 시간을 얻을 것입니다.






김희수와 최영토로 구성된 팀 HITO는  로봇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간 상호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합니다. 이들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 자연, 기술 간의 관계와 공생의 의미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공생공사共生共思'는 단순히 예술작품의 전시를 넘어, 지역사회와 예술가, 그리고 관람객을 서로 연결하여 사유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상생과 공생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고 지구의 소리를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처럼 '공생공사' 전시는 예술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술 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새롭게 모색하는 동시에,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하남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과 함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예술을 통한 공생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회는 하남 지역 문화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기존의 전시 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예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복합문화공간 ‘더릿’과 ‘아트앤컴퍼니’의 협업을 통해 지역의 예술 생태계 조성과 상생의 네트워크를 위한 전초지로 자리매김될 것입니다.




공생공사(共生共思) –실험적 컬래버레이션과 예술생태학  

김성호Sung-Ho Kim, | 미술평론가

복합문화공간 더릿(The Lit)의 기획전 《공생공사(共生共思)》는 전시명부터 의미심장하다. “삶과 죽음을 함께 한다”는 의미의 공생공사(空生空死)로부터 빌려온 것이 분명한 이 한자어는 글자대로 “삶과 사유를 함께 한다”는 의미를 제시한다. 우리에게 통용되는 한자어 공생공사가 원래 “함께 살고 함께 죽을 만큼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낸 막역한 사이”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전에 사용된 변용된 한자어는 ‘함께 살고 함께 사유하는 주최 공간과 참여 작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하나의 메타포로 작동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기획 주최와 참여 작가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어떠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작업을 선보이는가? 이들 출품작에 나타난 공생공사의 미학적 함의는 무엇인가?
I. 지역의 예술 생태 플랫폼 구축과 상생의 네트워크
이번 기획전에는 전시 공간과 기획 주체 그리고 장르가 다른 참여 작가들의 협업이 돋보인다. 이른바 ‘공생공사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기획전은, 하남에 자리한 복합문화 공간 더릿이 전문 기획사인 아트앤컴퍼니와 전시 아이템을 공유하고 큐레이팅 실무를 요청함 으로써 전문 기획의 장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기획전에 초대받은 설치미술 그룹 ‘HITO’(김희수 × 최영토), 그리고 미술가와 작곡가가 협업하여 팀을 이룬 ‘한원석 × 예찬’ 두 팀의 참 여 작가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면서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간 것이다. 게다가 작품 장르와 개성이 제각각 다른 참여 작가들이 전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토론과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 율해 가면서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연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획전을 마련한 주최, 주관 기관의 실용과 실리를 도모하는 유기적인 협업 그리고 초대받은 참여 작가들이 모색했던 ‘함께 따로’ 혹은 ‘따로 함께’를 지향하는 협업은 매우 주요했다. 
여기서 주최, 주관처의 협업이란 과연 무엇이고 무엇을 지향했는가? 또한 각기 창작의 감수성 과 지향성이 다른 네 예술가의 ‘따로 함께’의 작업이 어떻게 두 팀으로 된 ‘공생공사의 컬래버 레이션’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이 글은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이 지향하는 바를 두 범주로 살펴본다. 하나는 ‘지역의 예술 생태 플랫폼 구축과 상생(相生)의 네트워크 조성’이고 또 하나는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공생적 연대’에 관한 것이다. 이 글의 I장에서는 전자를, II장에서는 후 자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전자는 여타 수도권에 비해 문화 예술 창작의 장과 향유 기회가 미미한 하남 지역에 다음과 같은 일들을 추진하는 것과 연계된다. ‘지역의 문화 예술 기반 조성과 예술생태계 마련’, ‘현 대 예술 창작과 향유를 위한 인프라(infra) 확충’, ‘실험적 예술 교류를 위한 플랫폼 구축‘, ‘하남발(發) 현대미술 네트워크 조성’과 같은 과업이 그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과업은 기본적으 로 하남시의 지자체 행정이나 하남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진흥사업이 구조적 체계를 갖추고 실행되면서 병행될 성격의 것이다. 특히 이런 과업은 하남문화재단의 ‘공연 및 전시 활동 진흥과 지원’ 정책과 맞물려 함께 검토, 실행되어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는 이번 전시가 복합문화공간 더릿이라는 한 민간 단체의 소소한 기획에서 출발하여 ‘하남 예술생태계 조성’이라는 거시적 화두를 지역에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생각해 보자. ‘지역의 예술 생태 플랫폼과 상생의 네트워크’를 위해 구축할 ‘예술 창작/향유의 인프라’는 같은 목적의 ‘플랫폼’과 관계한다. 인프라가 ‘생산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 물’을 가리키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줄임말이듯이, 예술 창작과 향유의 인프라는 ‘예술 생산과 소비의 장’ 또는 ‘예술 창작, 감상, 향유가 집결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주 지하듯이, ‘예술가와 관람자가 오가는 집결지’가 되는 이러한 플랫폼에서 비로소 창작과 향유의 상생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복합문화공간 더릿이라는 플랫폼을 중심에 둔 채, 시각미술가- 예술가, 예술가-예술행정가, 예술가-예술기관 그리고 예술가-비예술가 혹은 예술가-관객 사이의 만남이라는 상생의 창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 더릿은 전문기획사 아트앤컴퍼니와 협업함으로 이러한 상생의 창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전초지로서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우사로 쓰였던 거대한 유휴 공간을 개조해서 만든 Storage 1, 2, 3와 함께 카페, Box룸과 정원을 갖춘 이 복합문화공간은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아트 이벤트와 워크숍, 포럼, 플리마켓 등의 커뮤니티 행사를 지속하면서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의 콘텐 츠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최근까지도 실험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기획전은 ‘예술 생태 플랫폼과 상생의 네트워크’를 지금, 하남에 구축하려는 실험적 행보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평가해볼 수 있겠다. 

II.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공생적 연대’ 
기획전 《공생공사(共生共思)》가 지향하는 협업의 또 다른 범주는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공생 적 연대’에 관한 것이다. 공생적 연대라니? 공생이 “서로 다른 종의 개체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할 때, 공생적 연대란 ‘서로 다른 예술의 실험적 양상이 만나 공존, 상생해 나갈 수 있는 공유의 연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출발은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인 ‘HITO, ‘한원석 × 예찬’이라는 두 팀 사이에서 실행되는 만남과 연결이자, 두 팀의 개별 구성원을 한꺼번에 이번 전시에 연결하는 개념이 된다. 그 연 결은 느슨하다. 그룹 HITO의 경우 구성원인 김희수, 최영토 작가가 지닌 각기 다른 작업 색 깔이 맞물려 하나의 멀티플 작업을 만들면서도 그 안에 ‘공생공사’와 같은 공통된 주제 의식을 담아내지만, 이들의 작업 자체가 ‘한원석 × 예찬’ 팀의 작업과 일치하는 하나의 내용으로 묶이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이 경우는 대규모 설치에 매진해 온 한원석 작가와 국악 중심의 음악을 선보여 온 예찬 작곡가가 의기투합한 협업 작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함께 따로’ 혹은 ‘따로 함께’를 실천하는 4인 2팀의 공생적 연대는 팀 안의 구성원 사이에서 그리 고 팀과 팀 사이에서 공생적 연대를 실험한다. 나아가 이들은 관객과의 사이에서 공생적 연대에 대한 요청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관심을 기울일 것은, 참여 작가들이 실험하는 ‘공생적 연대’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생태 학(ecology)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 채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태학이 “생물들 사이 그 리고 생물과 물리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생물체를 연구하지도 않는 이들의 협업 작업이 어떻게 생태학에 기초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생태학은 자연 생물체뿐만 아니라 인간 집단으로 그 연구 대상을 넓힘으로써, 더 이상 생 물학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학의 위상을 표방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 작가들 이 천착하는 ‘공생적 연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생태학/육상생태학. 초지생태학/산림생태학 과 같은 생물체 연구에 집중하는 생태학과 개체생태학/행동생태학/생리생태학처럼 생물체와 환경을 연구하는 생태학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관계 연구’로 확장한 생태학적 담론에 관심을 기울일 일이다. 생태철학자 캐럴린 머천트(Carolyn Merchant)가 언급하는 심층생태학(Deep ecology)이나 정신생태학(Spiritual ecology), 더 나아가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의 관점이 그러한 것이다. 유념할 것은 심층생태학이나 정신생태학이 ‘자연과 인간의 공생과 통합’을 위해 ‘자연 중심주의’를 옹호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성적 개입을 전격적으로 반대하는 것과 달리, 사회생태학은 인간의 이성을 폐기하지 않으면서 자연/자연, 자연/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인간의 관계마저 연구의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회생태 학은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한 지배/피지배 관계에 대한 불평등과 자본 독점과 같은 문제의식 또한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참여 작가들이 시도하는 ‘공생적 연대’는 다분히 사회생태학의 입장을 견지하는 예술 실험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겠다. 미술관, 갤러리와 같은 주류와 제도권의 공간을 탈주하고 지역 복합문화공간을 거점으로 재편하는 예술생태계 실험, 그리고 전시 준비 기간 동안 작업실과 전시 공간의 개념을 탈주하는 창작, 전시의 복합적 운영 실험과 같은 것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주요한 공생적 연대가 있다. ‘따로, 함께’를 병행하면서도 개 인 예술가의 독창적 위상에 집중하는 ‘따로’보다 서로의 창의성을 공유하는 ‘함께’에 더욱더 골몰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예술 실험을 공유하는 이들의 연대는 ‘모든 것들이 관계의 다양한 시스템들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의 위상’을 넉넉하게 실천한다. “다양성의 복합적 연 관성 탐구,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ity)와 교차학문성(transdisciplinarity)”을 주요한 특징으로 간주하는 생태학의 연구 방법론을 주저 없이 가져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는 미술 창 작과 더불어 음악,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실험하거나 제2의 창작자로서의 관객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만남의 관계학을 종횡무진으로 실험하는 까닭이다. 

III. 《공생공사(共生共思)》전 출품작 해설 
참여 작가 두 팀은 ‘같은 듯 다른 색깔’로 사회생태학 입장에서의 공생적 연대라는 함의를 흠 뻑 담은 작업을 선보인다. 그것이 무엇인가? 팀 ‘HITO’는 전시장을 가득 메운 무수한 멀티플 기계 생명체를 통해 인간-자연, 예술-기술, 작가-작품-관객 사이의 만남의 관계학을 실험하고, ‘한원석 × 예찬’은 두 전시장에 각각 한 덩어리씩의 거대한 조각을 설치하여 인간-자연- 문명, 예술-기술, 비주얼아트-사운드아트 사이의 만남의 관계학을 실험한다. 
먼저 팀 ‘HITO’의 출품작 〈관객이 밟아도 되는 것들〉을 살펴보자.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이 작품은 가로 12mm, 세로 13mm 크기의 작은 전동모터가 내장된 틀 위에 검은색 재사용 빨대를 촘촘히 붙이고 마디를 꺾어 마치 체절이 분화된 다리를 가진 거 미, 지네와 같은 절지동물을 연상하게 만든 형상으로 된 대략 가로 40cm, 세로 15cm 크기를 지닌 움직이는 조각(kinetic sculpture)이다. ‘같은 듯 다른’ 형상의 500개의 ‘멀티플 키네틱 스컬쳐’는 커다란 전시장 안에서 관절을 부러뜨리는 듯한 규칙적인 소음을 내면서 회전 운동을 지속한다. 그뿐인가? 모터 속도를 조절하여 어떤 것들은 느릿하게 회전하고 또 어떤 것들 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서로 부딪혀 상대방에 의해 넘어지거나 상대방을 넘어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 작은 기계들은 각기 다른 형상과 움직임 속도로 인해 마치 각기 다른 인격체를 지닌 기계 생명체와 같은 위상을 부여받는다. 
그러한 까닭일까? 육각형 패턴 무늬가 바닥에 투사되고 있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 ‘멀티플 키 네틱 스컬쳐’가 기이한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장면은 전시장 자체를 어떠한 ‘집단 서식 지’ 같은 모습으로 장대하고도 웅장하게 시각화한다. 참여 작가 최영토의 언급처럼 “로봇들이 살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인상을 주기에 족해 보인다. 가히 ‘만들어진 기계 생명체들이 집단으로 펼치는 한 편의 사회적 생태 풍경이’라고 할 만하다. 
한편, 이 작품은 ‘관객이 밟아도 되는 것들’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강렬한 시각적 체험 너머에서 관객의 반응에 골몰한다. 실수이든, 고의이든, 관객이 실제로 로봇을 밟아도 아 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관객을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제명이 제시하는 내용은 피상적으로 “밟아도 된다”는 용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밟아 달라”는 청유가 숨겨져 있음을 관객은 이내 간파할 것이다. 일정한 패턴의 움직임을 선보이던 로봇 생명체가 관객이 접근해 올 때 저항하 듯(혹은 반려동물처럼 반기듯)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두려운 듯 불안한 움직임을 선보일 때 관객은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로봇을 밟을까? 아니면 그것을 피해서 갈까? 
참여 작가 김희수는 다음처럼 말한다: “이번 전시는 (중략) 관객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고, 관객들을 한 차원 더 이해하기 위해 만든 작업이다. 작업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에 대해 고민한 결과이다.” 이런 진술에 근거할 때, 팀 ‘HITO’의 작업은 기계 생명체 혹은의 인화된 로봇을 통해서 현대 사회가 당면한 인간-자연 혹은 인간-인간의 관계, 나아가 지배-피 지배, 주체-대상뿐만 아니라 예술-기술, 작가-작품-관객과 관련하여 공생의 의미를 되묻는 작 업이라고 할 만하다. 즉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생태학적 입장으로 제기하는 공생의 예술생태학에 관한 질문인 셈이다. 
다음으로, ‘한원석 × 예찬’의 출품작들을 살펴보자. 이 팀은 두 곳의 전시장에 각각 한 점씩의 거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하나는 거대한 종 형상의 조각 〈형연泂然〉이고, 또 하나는 커다란 심장을 형상화한 조각 〈불이화(不二火)〉이다. 전자는 인간 문명의 기술적 소산으로부터 후자는 인간의 생명력을 함유한 자연적 소산으로부터 각각 공생을 향한 의지를 표방한다. 
작품 〈형연〉은 일명 에밀레종으로 불리기도 하는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을 3,088개의 버려진 스피커로 모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통일신라의 경덕왕이 부친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고 백성의 복락을 기원하는 의미로 만든 국내 최대 크기의 범종을 작가 한원석이 ‘지 금, 여기’에 불러온 까닭은 현대인에게 예술 소통과 더불어 ‘모두 함께’라는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버려진 스피커를 통해 재생한 통일신라의 화려했던 문명, 사회적 인간의 존 재를 은유하는 범종의 생태학적 세계관, 숭고한 보시(布施)를 위해 어린 자식을 시주하였다는 에밀리종의 설화에 담긴 공생의 정신과 실험 예술의 정신성, 시각 예술에 소환한 실험 음악의 탈장르적 만남과 소통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작가 한원석이 전하는 예술 소통과 공생의 메시지는, 작품 외형뿐만 아니라 스피커를 통해 전 해지는 작곡가 예찬이 만든 음악이라는 점에서, ‘비언어적 소통’에 기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적 소통’을 도모하는 글쓰기나 말하기보다 더 직관적이고 강렬하다. 스피커로부터 심장 박동처럼 반복적으로 울리는 타악기 리듬과 함께 빠른 속도로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신비로운 테크노 음악곡 〈88〉은 하나의 역설이다. 그것이 관객에게 성덕대왕신종의 숭고하고도 장중한 종소리에 확연하게 대비되는 산뜻한 무엇처럼 인식되는 까닭이다. 
작품 〈형연〉의 내부 구조에 장착된 80개의 앰프가 재생하는 음원과 그것을 전달받은 3천 개 가 넘는 스피커는 작품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울림통으로 만든다. 또한 소리에 반응하면서 무 수한 스피커들의 사이 공간을 비집어 뿜어나오는 초록색 불빛은 어떠한가? 그것은 어둠 속에 깊이 묻혀 있던 검은색의 둔중한 조각 작품을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의 모습으로 전환한다. 
또 다른 작품 〈불이화〉는 심장 형상의 조각을 통해서 인간의 예술 소통과 공생의 메시지를 전 한다. 한원석은 검은색의 굵은 종이 관을 얼키설키 연결해서 4미터 크기의 거대한 심장 형상을 만들고 그 안에 붉은 조명을 점멸하게 하거나 엄숙하고도 장중한 사운드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게 함으로써 어둠 속에서 뜀박질하는 ‘붉은 불꽃 심장’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여기서 사 운드는 작품 〈현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곡가 예찬이 작곡한 것으로, 현악기와 관악기의 음색을 전하는 신시사이저 연주가 볼륨의 고저를 반복하는 리듬 속에서 청아한 고음 연주가 지속되는 명상적 음악을 지속해 나간다. 음악은 마치 종교 음악처럼 엄숙하고도 비장한 느낌이다. 두터운 종이관 안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스피커, 종이관은 물론이고 커다란 전시 공간 자체를 하나의 울림통으로 사용함으로써,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 음악은 〈1 + 1〉이라는 곡명처럼 하나와 또 하나가 만나는 소통과 공생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족해 보인다. 너와 내가 만나 ‘함께 하는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예찬의 곡명은 한원 석이 작명한 작품명 〈불이화〉를 만나 공생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생각해 보라. 여러 개의 불 꽃이 모여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도 그것은 하나의 불이 아니던가? 그가 전하는 ‘불이화’의 세 계는 다시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는 리원(re-one)의 세계이기도 하다. 거무튀튀한 채로 죽어가는 심장을 불꽃 심장으로 살린 것은 뜀박질하는 붉은 조명과 장중한 사운드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살고 있는 주체는 아마도 저 검은 심장을 품은 자 들이었으리라. 한원석은 고사의 위기 속에 있는 이들에게 인공호흡을 실행하면서 생명을 전한다: “지금 우린 돈에 미쳐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서로를 죽이고 있다. 그 속에서 소중한 이들 과 우리의 대지 또한 병들어 가고 있다.” 


IV. 에필로그 
《공생공사》전은 지역의 한 복합문화공간을 중심으로 한 채, 주최, 주관 기관, 참여 작가팀과 개별의 참여 작가들이 ‘따로, 함께’ 혹은 ‘함께, 따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지역의 예술 생태 플랫폼을 구축하고 상생의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실험이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실험은 ‘지역 문화 예술의 재편’과 함께 동시에 ‘창의적 작가주의’를 독려하는 지속적인 기반이 된다. 특히 참여 작가인 ‘HITO, ‘한원석 × 예찬’은 ‘같은 듯 다른’ 색깔의 작업으로 ‘인간-자연-문 명, 작가-작품-관객’ 사이에서 그리고 ‘예술-기술, 비주얼아트-사운드아트’ 사이에서 ‘공생’을 화두로 소통과 만남의 관계학을 실험한다. 이들의 작업은 제도권과 주류의 전시 시스템을 탈 주하는 일련의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공생적 연대’를 통해서 새로운 예술생태학의 지형도를 그리는 실험이기도 하다. 생태학의 과제는 자연에 국한된 것이기보다 자연-문화-문명의 지속 적인 관계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기에, ‘공생’은 문명과 예술의 장에서도 여전히 탐구되어야 할 과제가 된다.
전시장을 방문한 관객은 참여 작가들의 강렬한 비언어적 메시지에 주목한다. 이들이 전하는 뜨거운 메시지는, 사회생태학의 입장을 견지하는 공생이다. 즉 현대 사회에서 ‘오늘날의 공생의 생태학적 가치’를 탐구할 때, 지나친 ‘자연 중심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이성적 태도를 절대 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으로서 말이다. 
자, 이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수의 관람자가 《공생공사》전이 지향하는 공생의 예술생태학을 함께 사유하고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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