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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정 : The Unrecogn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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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공모 손수정 ‘The Unrecognized’

2021. 1. 27 (수) ~ 2020. 2. 2 (화)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손수정 ‘The Unrecognized'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1. 27 (수) ~ 2021. 2. 2 (화) 


어느새 코앞에 다가서는 것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뜨거운 바위를 품은 오래된 흙을 밟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저마다의 삶과 시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에서 해와 달의 위치를 바꾸고 계절의 색으로 느낄 수 있는 세월은 그 누구의 수명도 편애하는 법 없이 같은 속도로 모든 위치에서 무정하게 흐른다. 손수정은 특별한 사연이나 계산적으로 의도된 작위적인 비극으로 과장되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예술가의 도구와 재료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과 그 풍경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재현하는 방법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사물이 지닌 물질적 특성을 빌어 모래시계의 원리처럼 단순하고 담담하게 구성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간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 가운데 죽음은 타인에게 주어졌을 때 주목하고 자신에게 다가올 때 외면한다. 질병이나 재해와 같은 사건과 다르게 시간이 선사하는 죽음은 세상을 스쳐가는 모두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손에 쥐고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작은 물건을 꽉 움켜쥔 손아귀의 힘이 자기도 모르게 빠지면서 서서히 펼쳐지듯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고요하고 꾸준히 다가온다. 한 방울씩 떨어지며 흔적을 남기는 물감은 그릇에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 한 방울을 흘리고 텅 빈 껍데기를  남기게 된다. 그릇에서 흘러나온 물감 역시 바닥에 그동안의 시간과 그릇을 채웠던 수명이라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메마르고 멈추어져 있다. 마치 노즐에 굳어서 엉겨 붙은 샴푸처럼 사물이 제 역할을 알맞게 수행했다는 증거이지만 관점에 따라 닦아내야 할 하찮은 오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굴을 채운 석회질과 수증기라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요소가 만들어낸 석순과 종유석에는 경외심을 느낀다.

  사람은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거리를 움직이고 수십에서 백단위의 무게로 존재했으며 그 무게를 무색케 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품고 살아가지만 삶의 끝에 도래했을 때 지니게 되는 자신의 물질은 작은 항아리에 충분히 담길 만큼 가볍고 작은 가루일 뿐이다. 작가는 흙에서 난 생명의 끝이 남기는 한 줌의 흔적뿐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기억으로 채워주는 빈자리도 바라본다. 대답해주지 않는 떠나간 존재를 향한 질문과 다짐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그 비이성으로 인해 사람은 자신의 끝을 알고 있음에도 허무를 멀리하고 작은 도약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힘을 쥐어짜낸다. 


  손수정은 시간과 죽음이 빚어내는 흔적과 부재를 보여줌에 있어 드라마가 아닌 실험실 유리장 속의 샘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사건에 이입하지 않으려 하는 무감정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꾸밈없는 반응이 포함하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슬픔을 알고 있기에 한걸음 물러서서 사소한 부분조차 빠짐없이 다루기 위해 실험자에게 요구되는 차분함이다. 작가의 절제로 인해 관객은 격한 감정의 고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직관적으로 읽고 관람자의 시점과 거리를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The Unrecognized



나에게 죽음은 뜬구름과 같다. 하지만 가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보며 그때서야 삶과 그 끝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잠깐 의식하고 다시 망각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맞닥뜨릴 죽음에 대한 진지한 준비가 있을까? 나는 삶의 끝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인식되지 않는 것’,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죽음을 인지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세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성찰하고자 한다.



첫째 <물감시계> 프로젝트이다. 초단위로 떨어지는 물감이 모래시계가 아닌 물감시계가 되어 할당량의 물감을 소진하고 그 소진된 물감이 판넬에 쌓이는 작업이다. 한 방울이 점이 되어 시각을 나타내고 그 떨어지는 움직임이 시간이 되어 쌓인다. 무한할 것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에서 결국에는 소진되고 마는 유한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물은 언제 수많은 개체들로 이루어졌냐는 듯이 한 덩어리로 마무리된다. 나는 인생을 이 물감시계에 비유했다. 우리는 찰나의 시각들을 거쳐 나름의 시간들을 살아간다. 그리고 모두가 끝을 맞는다. 이는 더이상 증식되지 않는 삶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마감된다. 인생이라면 삶의 끝을 맞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중 일이라며 무관심하고 진부하게 여긴다. 자신에게 시간은 관대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인생의 끝, 마감에 대해 인지하지 않은 채 쌓이는 무명의 시간 속에 함께 존재하며 수많은 교집합들로 우리들의 시간 또한 덩어리진다. 날짜와 시간으로만 표기된 제목으로 우리의 인생이 마감된 후 기억되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둘째 <Skin> 프로젝트이다. 생물인 사과에 핀을 구의 형태로 꽂아 부패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죽음을 기억하지 않고 겉치레와 표면적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의 허망한 욕구를 사과와 핀에 빗대어 표현했다. 반짝이고 화려하지만 키치적인 핀이 아름다운 구의 형태로 울퉁불퉁한 사과의 진짜 스킨을 가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진행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는 계속해서 더 썩어간다. 내가 생각하는 완전함의 표상인 구의 형태에 다다르려 하지만 화려해지는 겉표면과는 다르게 부패된다. 이를 통해 아름다움, 완전함에 도달하고자하지만 그럴수록 불완전해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려고 한다. 즉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망각과 삶의 허영심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고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지 고민하게 한다.

셋째 <전구> 프로젝트는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전구를 다시 수집해 빛을 투사하는 설치 작업이다. 전구가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해 보이지만 그 빛은 다른 조명 장치에 의한 것이다. 전구가 빛을 낼 때는 빛에 대해 무감각 했지만 빛이 사라지고 나니 그 존재를 인지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그것을 인지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른 조명에 의해 빛이 나게 된 전구가 나름의 속도대로 깜빡이는 빛을 품게 됨으로써 모스부호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는 삶과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일종의 메세지이다.

세가지 작업 모두 특정한 행위가 반복된다. 이는 반복적인 움직임이 무한한 시간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오히려 끝에 도달해가는 과정 속의 한정적인 시간임을 말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반복되기에 계속 주어질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에 제동을 건다. 즉, 일상이 일상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지하지 못했지만 모든 인생은 제한된 끝을 향한 여정이라고 메멘토모리적 메세지를 선사하고자 한다. 동시대적 언어로 세가지의 바니타스 형식을 제시하며 유한한 인생에 대한 고찰과 허락된 시간 속에서 유의미한 삶을 이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detail)











Skin, pins on apple, 25.1 x 25.1 x 25.1cm each



손수정 

 

2020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재학

2019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1 <The Unrecognized>, 갤러리도스, 서울

단체전

2019  <ASYAAF> 2부, DDP, 서울

2019  <우리가 지니는 다섯 가지의 불필요한 것들>, 공간 동소문, 서울

2019  <#aotd>, 가온전시실, 서울

2019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전>, 에코락갤러리, 서울

2019 <우수졸업작품전>,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18 <공전>, 파이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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