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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수·이상현 : 창고 등은 우리의 미러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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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Ⅱ

Shed's bulb became our disco ball.

창고 등은 우리의 미러볼이야.




1.
우리는 살아가며 각각의 존재들에게 부여된 한정된 시간을 목격한다. ‘가장 생생한 아픔은 아는 것보다, 보는 것에서 더 많이 온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먼저 세상을 떠나가는 이들은 사람들에게 많은 괴로움을 남기고 간다. 또한, 자연스레 유한한 시간과 삶에 대한 불안 등, 실존적 질문에 휩싸이게 만든다.

삶과 죽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유한함. 이상현과 심동수는 유한함에서 실존적인 문제를 고민하기보다, 정해진 시간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어린아이가 바다에 가면 조개껍데기를 줍고, 산에 가면 솔방울을 줍듯이 그저 자신의 눈앞의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하며 기록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선 담대한 마음을 가졌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로 결심했고, 미친 것처럼, 정신이 다 나가버릴 정도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롤랑바르트/애도일기)

삶에 있어 가장 무섭고 슬픈 일은, 우리가 수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헤어지는 일 아닐까. 심동수와 이상현은 무언가의 수명이 다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곳에 다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껴안는다. 이 과정은 유한함에 대한 환대나 비판적인 고찰은 아니다. 다만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먼저 달려가 세계의 유한성을 깨닫기보다는, 삶의 바로 옆에 있는 불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의 가슴에 두려움이 머리대고 있어도, 우리는 숨을 쉬어야 하기에...


2.
유한성은 시작과 끝, 탄생과 소멸의 시간표를 이행하기 위해 세계를 순환시킨다. 하지만 시공간의 개념인 유한성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물리적 형태가 없지만, 분명히 실존하며 작동하고 있는 유한성은 마치 유령 같다.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사물처럼, 드러나지 않는 존재가 당신의 시간을 지상에 머물도록 붙잡는 것을 느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와 당신은 유령이 강제하는 묵시적인 체념의 시간 속에 있고,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체념의 안락함을 순응하게 만드는 유한성의 궤도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탈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 <창고 등은 우리의 미러볼이야 Shed's bulb became our disco ball>이라는 문장을 덧대본다. 이 문장은 의미를 알아채기 힘든 건조한 단어의 나열로 보일지 모른다. 과연 이 문장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허름한 창고를 밝히는 등이 왜 우리의 미러볼이 된 걸까.
세계의 기억과 시간이 소멸하고 재생하는 창고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곳에 밤이 찾아오면 유령이 정한 선로를 따라, 변주의 가능성은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사로잡기 전에 실낱같은 빛을 천장의 미러볼에 향하게 한다. 미러볼에 반사된 빛은 정해진 정방향의 선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난반사를 통해 예상할 수 없는 경로로 향해갈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유한성의 규율을 늦추고 교란한다.

삶과 죽음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러볼의 회전을 통한 난반사는 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직시할 수 있는 실마리이다. 아울러 빛의 교란이 결말로 매듭지어지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섣불리 완료시제를 사용하며 미래를 체념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3.
그렇다면 체념에 갇히도록 만드는 유한성의 무게와 부피는 어떻게하면 줄어들 수 있을까? 이러한 세계의 유한성이 반사하는 빛의 흐름에 대하여, 두 작가는 능동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의 표면을 감각하고 조형적 실체로 옮겨 담는다. 하지만 강렬한 매니페스토로서의 선언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엽서를 적어 보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자신의 애정을 담는다. 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무형의 인지-지시 체계를 추리해보는 것이다.


이상현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밀렵 시리즈는, 자신이 거주하는 인천 인근 개발 택지/간척지 현장을 성실하게, 그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가능한 한 많이, 다양한 풍경을 충실히 기록한다. 작가는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야외로 나가 직접 풍경을 대면하고, 미세한 빛과 공기의 흐름을 관찰하여 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옮긴다. 건조하게 명명된 작품 제목은 어떠한 성실한 다짐을 보증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기록한 일일의 축적을 반증하기도 한다. 19세기 인상주의 회화의 방법론과 유사해 보이는 회화적 재현-수행의 과정을 통하여, 작가는 자신이 목도하는 풍경에 대하여 능동적인 오독을 시도한다.


심동수가 선보이는 3개의 영상 작업은 이미지-매혹을 기반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스펙터클, 광학기술의 변화와 가속화된 자본주의 세계의 발전에 따른 변화 양상을 영상으로 표현한다. 세계의 모순을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단서를 이용하여, 작가의 관점으로 재구성하고 보이지 않는 질서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직접 찍은 촬영본과 구글 검색으로 찾아낸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텍스트 나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사용된 이미지의 의미를 흐트러트리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비평적 사고를 유도한다.


이상현 ∙ 심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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