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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 VENI VIDI VICI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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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 VIDI VICI
이명미 개인전
2020. 01. 09 - 03. 13 우손갤러리 기획전


이명미(b.1950 대구)는 1972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직후부터 국전을 비롯하여 《앙데팡당전》, 《서울 현대미술제》, 《한국실험작가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찍이 화단에 등단했다. 1974년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대구 현대미술제의 창립 멤버이자 최연소 여성 미술가로 참가하면서 남성 중심의 체계 속에서 존재가 두드러졌다. 반면, 1975년 창립된 《에꼴드서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위원 회의 권한자가 출품작가를 지명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당시 한국 화단의 동향을 집약하고자 했다. 당대의 대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미술사조의 거대한 흐름을 따르는 것은 20대 중반의 젊은 작가에게 미술계에서 고립하지 않을 안전한 진로 방향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70년대 중반까지 이명미는 스펀지를 불에 태우거나 캔버스에 비닐을 부착시키는 등 물성을 이용한 단색화 스타일의 실험성 강한 작품을 제작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갈 곳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이명미는 논리적 개념을 중요시했던 기존의 미술 경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의 감성과 직관에 따라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구축하고 예술적 표현의 즐거운 관능으로 향하는 자유로운 길을 열었고, 이것이 ‘놀이-PLAY’의 시작이었다. ‘놀이’는 작품 제목을 비롯하여 1977년 서울 그로리치 화랑에서 열린 이명미의 첫 개인전에서 전시타이틀로 붙여진 후, 그 후로도 수많은 개인전의 타이틀로 사용되어왔으며 40여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중요한 작업 요소이며 삶의 원천이다.

이명미의 ‘놀이’는 기존의 추상미술이 추구했던 현시할 수 없는 영적 정신세계, 무한의 공간, 선행하기보다는 개념적 이론을 먼저 세우고 이론에 접근하는 유토피아식 발상에서 해방된 것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듯 단색화와 개념 미술의 흑백시대에 파격적인 컬러와 사유의 자유로움을 제시하고 삶에 대한 강렬한 생명력과 새로운 가치 기준을 암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놀랍고도 신선한 전조였다. 그것은 모든 관습과 형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이기에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이명미 자신의 작업과 ‘놀이’가 가진 우연적, 불연속적, 불완전한 속성이 문맥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놀이는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삶의 조건 속에서 예상치 않게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우연에 대한 긍정은 세계와 삶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veni vidi 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는 다름 아닌 이러한 이명미의 삶을 향한 강한 열정과 긍정의 자세에 보내는 아낌 없는 찬사이다.

이명미의 작품에는 동물과 사람, 식물 등 생명을 가진 존재들부터 집과 의류, 음식, 가구 등과 심지어는 숫자와 문자 등의 사회적 의미를 가진 존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적 삶의 모든 요소가 회화적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모든 척도의 기준이 되어 가치를 수치화하는 오늘날, 이명미는 사회에서 가치를 잃고 소외된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화려한 채색 위에 원근감도 없이 아이처럼 단순하고 명백하게 표현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표면을 통해 사물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시대 속에서 태어난 삶의 패턴처럼 이미지의 언어적 기능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호적 이미지와 함께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이명미의 '문자 TEXT'는 마그리트의 파이프 옆에 쓰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식의 이미지의 역설적 작용이 아닌, 그림 속 사물을 지칭하거나 일어나는 상황을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이렇듯, 이명미의 작품은 일면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정서로 돌아가는 근원 주의적 태도로 세상을 바라본 듯 하기도하고, 일상생활의 소재를 화려한 컬러와 반복적 패턴으로 표현하는 팝아트적 요소를 갖는 동시에, 보편적 진리보다는 주관적 감성과 형식으로 삶의 본질을 표현했던 표현주의 등 여러 전통 모더니즘의 미술 형식과 관련성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내지만, 그 어떤 장르에도 속해있지 않고 제한받지 않는 놀라운 자유로움과 주권에서의 해방을 느낄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시각적 이해와 언어적 이해 역시 양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자적 개념에도 시각적 이미지에서도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이명미 특유의 지적 '놀이 PLAY'를 통해 회화와 언어의 서술적 능력과 구조적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명미가 말하는 놀이가 삶을 모방하고 있어서 과거에서도 종종 유사한 전통적 유래를 찾을 수 있지만 모든 놀이가 시대와 함께 변화하듯이 이명미의 작품에서 근대적인 전통회화의 모습을 목격하는 이유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원동력은 전통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지속해서 형성되고 재구성되어야 하는 놀이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미술 평론가들이 이명미를 어떤 특정 미술 양식에 포함할 수 없어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서 아티스트를 하나의 특정한 미술 양식에 포함하려 하는 것조차 어쩌면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이다. 모더니즘 이후의 오늘날까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한 시대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 속에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지속해서 재구성되는 것으로 이명미의 작품은 미술 양식이 아닌 이 시대 미술 정신의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2020년 1월 큐레이터 이은미

Lee Myungmi, Talking about Dinner, 1999, acrylic on canvas, 181 x 227 cm

Lee Myungmi, In the Jungle, 2000, acrylic, oil and pencil on canvas, 146 x 224 cm (2pcs)

Lee Myungmi, 마셔버리자, 2002, acrylic on canvas, 181.8 x 227 cm

Lee Myungmi, Pouring Water, 2015,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 x 162 cm

Lee Myungmi, 동물그리기, 2017, acrylic on canvas, 91 x 116.7 cm

Lee Myungmi, Dear, 2019, acrylic and oil on canvas, 112 x 145 cm



이미지 제공: 우손갤러리 ⓒ 작품이미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우손갤러리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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