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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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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덜, 다음에는 또 언제 그림 그리요?”

 

마디마디가굵어 고목나무처럼 투박해진 손,그 흙빛 닮은 손등 너머로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가 서 있다. “30오년 도라다였다. 내 손”이라는 서투르지만 짤막한 문구에서 그 손의 내막을 얼핏 느낄 수 있다. 9년여 더덕을 캐고,17년을 전봇대 공장에서 일하고, 공사장에서 10년을 또 보낸 근동댁 할머니, 아니 조봉엽 어머니의 그림이다.지겨울 법도 할 텐데, 그 분은 더덕꽃이 예쁘단다.“더덕꽃이 예삐제.영 예뻐.”


롯데갤러리는가족의 안부를 묻는 오월을 맞아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한다. 5월3일부터6월 3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엄마의 뜰>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많게는 여든 여덟, 적게는 예순 살 드신 어머니들의 그림일기이다.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인 오치근,박나리 부부는 지리산씨협동조합, 그리고 구례 하사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지난 3년간 그림책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진행된 본 프로젝트는 윗 세대 어르신들의 생애사 아카이브구축 작업의 일환이며, 그림 그리기, 그림일기 쓰기,그림책 체험 등을 통해 주로 나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회기별로 약 스무 명의 어머니들이 농번기를 피해 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여했고, 올해도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특히 그동안의 그림과 글, 구술 채록을 엮어 그림책으로 출간할 예정이어서 한 분 한 분의 삶이 기록매체의 형식으로 아로새겨질 계획이다. 


어머니들의 그림에는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섬진강 건너 배를 타고 시집 온 월전댁, 신랑이 월급 받아 사온 마마밥솥,우리 아이 다섯과 함께 조카 셋까지 도합 여덟 개의 도시락을 쌌던 그 때, 꽃무릇 앞에 선 어릴 때 우리 딸,오리에 먹이를 주는 예쁜 손녀, 공기놀이와 소꿉놀이 하던 유년시절,교복 입고 소풍을 갔던 중학교 여학생,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좋아했던 우리 애인, 힘들었던 전봇대 공장, 많이도 울었던 큰 아들 졸업식까지,그저 일상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지난날들이 한 장 한 장의 그림에 빼곡히들어차 있다. 


어머니들이 수필처럼 그려낸 그림 속에는 특별한 어떤 이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너무나 소소해 보여 그 가치를 가늠하지못했던 그분들의 생의 면면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순간이었음을 하얀 도화지 위의 서투른 그림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올해 첫수업을 진행한 지난 사월 둘째 주께,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어머니들의 시선이었다.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머니들의 해사한 표정, 힘들기도 할 터인데 막 들일을 마치고 달려온그을린 얼굴, 그림책 구연을 하는 선생님을 향한 꼿꼿한 자세, 그리고 그림과 연관된 시대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여놓는 어르신들의 눈빛 그것에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존중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가 우리의 삶, 우리의 삶이 있게 해준 그분들의 삶까지 더불어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가정의 달, 어르신 세대에 새삼 존경의 마음을 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편, 이번 전시의 이벤트 중 하나로 어머니들의원화를 소재로 한 아트상품과 프린트화를 한정수량 판매하며, 화엄사, 사성암, 수락폭포, 쌍산재, 운조루등 제시된 구례명소에서 셀피를 인증한 관람객에게 아트상품 파우치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김귀순-손녀



김순복-공기놀이



참여 어르신   18명 

김귀순(유동댁) 김동순(한동댁) 김복순(강실댁) 김숙자(마산댁) 김순복(대동댁) 김점례(월국댁)

김종례(오봉댁) 문승영(월전댁) 박복임(서울댁) 유정순(바들댁) 이정님(사동댁) 임봉덕(회전댁) 

정경숙(순천댁) 정도님(봉동댁) 정쌍이(날몰댁) 조봉엽(근동댁) 故 조순복(학동댁) 주길자(여수댁)

 

프로그램 소감 

“온몸으로 살아오신 이야기가 글잘 쓰는 시인의 시 보다도 더 진하게 그림으로 표현되어져, 목울대가 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_ 오치근 〮 박나리 작가

“오랜 ‘공동체성’에 묻혀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었던어머니들의 이야기 그림책은 자체로 삶의 ‘치유’이고, 시대와 지역성을 성찰하는 ‘문화 브랜드’이다.” _ 지리산씨협동조합임현수 대표 

“그림 그리니까 좋지 뭐.학교도 못 다녀서 그림 그릴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세상이 좋아져서 그림 그릴수 있게 해 주니까 고맙고 좋지.저번 달에 새끼들한테 내 얼굴 그린 거랑 사진 가져가서 보여줬어. 엄마 죽고 없어도 이 사진 보라고 했어.”_ 김복순(강실댁)

“행복하지 뭐, 재밌으니까 나와서 계속허지. 조기도 기리고, 갈치도 기리고. 

닭을 그리면 오리가 되뿌러. 기가 맥히게 웃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 머리하고 다릉께, 그림이, 말도 몬해, 웃음이나 죽겄어, 말도 안되게 그리놓고 웃어.” _ 김동순(한동댁)

“재밌고, 시간도 보내고. 여럿이 모인께 재밌제, 항상 어떻게 좋게 그릴까 걱정이구마.” 

_ 문승영(월전댁)

“그림 그리믄 모든 잡념이 없어지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너무 재밌어, 집에서도 그리고. 딸들도 내 그림 보고 잘 그린다 하네.” _ 정경숙(순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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