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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주: 결 Gyeol_Breathe Light, Weave Shade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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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제목 : 홍순주 개인전 ー 결 (Gyeol_Breathe Light, Weave Shade)
2. 전시기간 : 2019.5.15.수 – 5.27 월
3. 오픈시간 : 2019.5.15.수 오후 6시
4. 전시장소 : 동덕아트갤러리 전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Tel _ 02-732-6458)
               

한 작가의 삶과 시대정신 – 전통을 딛고 현대를 마주하다.

김상철 |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 미술비평

  한 작가의 삶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속한 시대의 특정한 상황을 내밀하게 기록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혁의 격변기일 경우 그 내용은 보다 깊은 곡절을 아로새기며 상대적으로 큰 진폭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작가 홍순주가 감내한 시공의 역사는 혼돈과 열정, 추구와 모색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비약적인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였으며, 문화적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미술에 있어서 이는 결국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적인 가치의 통합과 조화였으며, 세계성이라는 보편성과 우리 것이라는 특수성의 충돌과 융합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작가로서 홍순주의 작업은 진지한 아카데미즘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수묵을 기조로 한 인물에서 비롯된 초기 작업들은 필묵을 통한 수묵에의 천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수묵을 전통의 실체로서 인식하고, 이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해석을 통해 현대적 심미관을 표출하고자 하던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매우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완정한 조형체계로 동양의 전통적 심미관을 대표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현대라는 시공의 요구를 수용하고 가치를 표출하고자 한 것이다. 고답적인 필묵의 방법론에서 탈피하여 보다 분방하고 개성적인 수묵의 형식을 지향하고자 하는 작가의 추구는 다양한 실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 풍경에 대한 개성적 표현이나 필선의 다양한 실험 등은 필묵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해석 의지를 잘 드러내는 것이다. 비록 작가의 작업이 아카데믹한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지향점은 이의 경직된 수용이 아니라 부단한 실험을 통해 개별화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향후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가치관이기도 하다. 즉 작가의 관심은 그것이 어떠한 소재, 혹은 재료이든 형식주의에 머무르지 않는 실험성을 전제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표출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순주_결_24.3x33.5cm_한지,먹,석채_2018


  이러한 작가의 자각과 모색은 결국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전통적인 기물이나 조각보 등에 대한 관심은 당시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던 주체적이고 자주적이라는 문화적 인식과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미술과 문화에 대한 일종의 자각과 자성 운동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 구분되는 우리미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서양에서 비롯된 현대라는 가치에 대응하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에 이르게 되었다. 작가는 새삼 보자기 등 전통적인 기물들을 통해 이러한 것들이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그리고 독특한 심미적 요소들의 현대적 가치를 발굴하고 표출함으로써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전통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 대상의 재현이나 묘사를 통한 즉물적인 것이었음에 반해 작가는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해석하고 수렴해 내었다. 그것은 형태는 생략되었지만 전통 기물을 통해 포착된 미묘한 색채감각과 섬세한 시간의 흔적들을 특유의 방법론을 통해 해석해 냄으로써 전통과 현대라는 시공의 거리를 해소하고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된 가치를 융합하는 것이다. 무수한 노동의 집적을 통해 구축되는 깊이 있는 색채심미는 여타 재료에서는 발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작가는 수묵에서의 우연과 필연이라는 핵심적인 가치와 침잠하는 동양 채색 특유의 색채심미를 융합하였다. 당시의 작업이 추상이라는 형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단지 형식의 문제일 뿐 그 근본적인 것은 전통미술에서 채집된 시각적, 감성적 경험의 결과를 동양회화 고유의 물성과 체계로 수렴하여 표출한 것으로 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화면 형식을 마름모꼴로 변형하거나 특정한 구조적 규율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분방한 화면 구성을 통해 개성을 십분 발휘하던 당시의 조형 의지는 향후 작가의 작업을 특정 하는 중요한 특질로 자리 잡게 되었다. 즉 작가의 작업은 아카데미즘을 기반으로 한 수묵에서 출발하였으나, 우리 것에 대한 추구라는 시대적 상황과 연계되어 진행되며 현대적이라는 가치를 표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수묵과 채색, 전통적인 것과 민속적인 것 등을 망라하며 개별적인 독자성을 확보해 나간다. 그것은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혹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 제약이 통용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혼융과 절충의 개성적인 화면이었다. 


홍순주_결_63x47cm_한지,먹,흑연_2018


  이후 작가의 작업은 점차 자신만의 개성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내며 독특한 전형을 통해 수렴되고 있다. 필획을 중심으로 한 순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구현되는 우연의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화면은 점차 흑과 백, 혹은 청색 계열의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단순한 색채로 수렴되고 형상은 제거된 채 행위의 흔적만이 화면에 나타나는 독특한 형식이 바로 그것이다. 재료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물성과 작가의 조형의지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융합하며 이루어내는 이러한 화면은 온전히 작가의 호흡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형식상 추상회화의 틀을 지니고 있으나 그 이면을 관류하는 것은 서예, 혹은 동양회화에서 조형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필선의 확장된 해석을 담고 있다. 즉 작가의 호흡을 반영하며 오묘한 떨림과 울림, 그리고 물성에서 비롯되는 스미고 번짐의 흔적들은 통해 발현되는 동양적 심미가 내재되어 있음이 여실하다. 더불어 재료의 물성은 십분 용인하되 작가의 조형 의지는 최소화하는 ‘숨김과 드러냄’의 작업 방식은 비록 채색 등 다른 재료를 차용하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맥락은 수묵의 그것과 잇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행위의 흔적들이 교차하며 축적되는 가운데 언뜻 언뜻 드러나는 독특한 심미는 분명 추상의 형식이 아니라 고유한 우리의 전통에서 발견되고 채집된 정서이자 감정이며 상징으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작위와 무작위라는 추상적인 내용들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작가의 작업 전반을 규정하는 형식이자 내용이다. 그것은 함축과 절제의 심미이며 이는 수묵의 정신과 잇닿아 있다. 더불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동양적 사유의 심중한 해석이자 진지한 표출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작가로서의 개별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는 결국 우리미술이 전통에서 현대로, 그리고 보편성에서 특수성으로 발전해 온 과정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평생을 작업으로 일관하며 시대와 더불어 한없이 고민하고 거침없이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작가가 마침내 안착한 곳이 다분히 전통적이며 매우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 그리고 사유의 세계라는 점은 미망(迷妄)에 든 오늘날 우리 미술에 주는 건강한 이정과도 같은 것이다.  

홍순주_결_96x264cmx2_한지,먹,석채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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