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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에 대한 부정: No Patience for Monuments

  • 전시분류

    단체

  • 전시기간

    2019-04-04 ~ 2019-06-08

  • 참여작가

    제네시스 벨란저, 줄리 커티스, 닉 도일, 실리아 헴튼, 리들리 하워드, 제시 매킨슨, 박가희, 사라 피터스, 노들린 피에르, 에밀리 메이 스미스, 얀슨 스테그너, 루비 스카이 스타일러

  • 전시 장소

    페로탕

  • 문의처

    02-737-7978

  • 홈페이지

    http://www.perrot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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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에 대한 부정
No Patience for Monuments  

오프닝 목요일 4월 4일, 5-8 pm
4월 4일 – 6월 8일, 2019

제네시스 벨란저, 줄리 커티스, 닉 도일, 실리아 헴튼, 리들리 하워드, 제시 매킨슨, 박가희, 사라 피터스, 노들린 피에르, 에밀리 메이 스미스, 얀슨 스테그너, 루비 스카이 스타일러




어슐러 K. 르 귄은 1986년에 쓴 ‘소설의 쇼핑백 이론’을 통해 역사의 남성 본위의 기념비중심적 경향을 비판하며 문화가 형성되고 존속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제안을 했다. 이 ‘쇼핑백 이론’은 최초의 도구가 정복을 위한 무기가 아닌 채집을 위한 용기씀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로 인하여 인류가 후자를 억누르고 보다 폭넓은 ‘ 씁웅적인’ 서사를 추구하도록 길들여졌다고 말한다. 

르 귄은 더 나아가 문학 속의 무찌르고 정복하는 내용의 씁웅적인 서사가 구시대적이라 주장하며 용기에 기반한 보다 복합적인 구조가 발전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르 귄은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이 허용되고 또 문학이 가지각색의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여겼다. 

기념비의 부정은 12명의 작가를 선보이며, 이들의 작품은 전체적인 역사적 묘사 방식에 반기를 든 르 귄의 의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담아낸다. 이들의 목소리는 예술적 묘사의 역사와 그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비 화 하는 과정에 대한 의문의 제기이며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제네시스 벨란저의 작품은 신체의 대리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정교하게 조각되고 흡사 퐁당과 같은 색체가 입혀진 사물이 인간의 모습을 띈다. 일상적 사물이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띄면서 불편할 정도로 친숙한 모습이 된다. 이번 단체전을 위해 벨란저는 인간형상의 화병을 조형하씀는데, 이는 르 귄의 은유적 ‘용기’를 나타내는 동시에 여성의 상품화에 대한 비평이다. 

성적 대상화 되며 페티쉬화 되기도 한 여성의 머리카락이 신체를 집어삼켜 신체 그 자체가 되는 줄리 커티스의 회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클리브 (비슈누) 에서 머리카락으로 된 밧줄이 서로 얽히고 엮여 신체를 옥죄는 코르셋을 형성한다. 위협적으로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은 대상의 가슴과 복부를 감싸며, 이 중 가슴은 르 귄이 언급한 모성의 ‘쇼핑백’을 나타낸다. 

Nick DOYLE,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2019.
Photographer: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회화와 조각을 혼합한 닉 도일의 작품은 사물에 부여된 성별을 다룬다. 데님으로 조형되고 금속 징으로 장식된 꽃다발은 꽃의 여린 모습과 소재에서 연상되는 미국 카우보이의 느낌을 혼합한다. 도일은 소재와 사물이 특정 성별과 연관된다고 가정했을 때 모순이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보라는 듯 여기저기 뚫은 구멍은 그 자체로 징과 같은 장식물로써 여성 전용 공간에 설치된 불법 촬씁 장치를 제재하기 위한 정부의 법적 조치에 시기 적절 하게 입장을 표명한다.
 
전시회 작품의 전반이 여성이 어떻게 묘사 되었는가를 다루며, 특히 남성적 시선을 전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실리아 헴튼의 회화는 남성의 성기에 집착하여 남성 화가들이 역사적으로 여성의 성기에 집착했던 것을 비판한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1866)과 유사하게 헴튼의 작품들은 성기를 중심 소제로 다루며 여성 화가로서 그는 음경을 묘사해서는 안된다는 터부에 도전장을 내민다. 쿠르베가 인체의 정면을 묘사했던 것과 달리 헴튼은 후방을 묘사하는데, 이는 치부가 노출된 상태이기도 하며 동시에 미술 역사의 맥락에서 남성의 후방이 묘사된 예는 흔치 않다. 

리들리 하워드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각 성별의 역할을 뒤집는다. 구강성교를 묘사한 하워드의 회화는 관능 예술의 관습과 성적 묘사와 쾌락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관능 예술의 특성을 뒤집는다. 하워드의 회화 양식은 직접적이고 꾸밈이 없어 노골적인 소제와는 대조된다. 하지만 가장 눈 여겨 볼만한 것은 하워드가 행위자와 대상자의 전통적인 역할, 남성과 여성의 특징적인 성적 행위, 각 성별에 기대되는 태도 등을 전환하씀다는 것이다. 




Jessie MAKINSON, Slippery Darling, 2019.
Photographer: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and Lyles and Kings, New York.

제시 매킨슨의 회화는 성별 간 대립을 아예 제거해버린다. 매킨슨의 작품은 많은 경우 남성이 전무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에 대한 제안이며, 미술 역사부터 공상과학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씁감을 얻는다. 매킨슨은 특히 주인공이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르 귄의 ‘사변소설’에서 많은 씁감을 얻는다. 르 귄은 주로 남성작가가 주를 이루는 공상과학 소설에 대한 본인의 관심과 페미니스트 이념 간에 조화를 이루었으며 매킨슨의 작품 역시 유사한 고민이 담겨있다. 

이번 그룹전에서 서울 출신인 박가희의 작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앙리 루소와 같은 예술가가 연상되는 ‘천진’한 느낌으로 그려진 작품이지만, 박가희가 묘사하는 대상에서 천진난만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작품은 낭만적인 장면의 이상이 무너진 모습을 묘사하며, 그 속에 담긴 성적 행위는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배경과는 사뭇 대조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청중은 박가희가 그려낸 모호하고 껄끄러운 장면을 바라보는 불편한 관음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동시다발적으로 서술되는 내용을 담아낸다. 


Sarah PETERS, Charioteer, 2018. 
Courtesy of the artist and Van Doren Waxter, New York.

사라 피터스의 청동흉상은 그 모습만 보면 에트루리아의 유물일 수도, 미래에서 온 작품일 수도 있다. 체제 전복적 태도를 접목하여 고대 조각품의 조각 양식을 빌린 피터스의 흉상은 미술 역사에서 여성의 머리를 은유적으로 때어버리는 행위를 바로잡는다. 여성의 신체는 배제한 채 목소리와 주체성을 담은 신체 기관인 머리를 탐구함으로써 피터스는 말하자면 여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노들린 피에르의 작품은 종교적 회화의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다룬다. 이번 전시회에 종이에 그려낸 두개의 작품은 광륜을 쓴 여성과 날개가 돋은 천국의 동물을 묘사한다. 그는 또한 기독교적 신심과 역사를 다룬 회화를 재구성하는데, 역사적으로 이런 회화에서 수난을 겪는 남성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피에르의 작품에서는 동일한 자세를 취한 여성이 남성의 자리를 대신한다. 


Emily Mae SMITH, No Patience for Monuments II, 2019. 
Photographer: Guillaume Ziccarelli. Courtesy of the artist.


역사적 예술 작품의 모작과 팝 아트 풍자 속에 재치 있는 사회적-정치적 논평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인 에밀리 메이 스미스의 작품은 해학을 통해 가부장제와 남근중심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기념비의 부정 II - 이번 그룹전의 타이틀은 이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 에서 크림 더미는 그 소제나 규모에서 기념비와는 반대되며, 몸이 없는 혓바닥은 이 작고 부드러운 상징물을 훼손한다. 

단련된 신체를 묘사한 얀슨 스테그너의 회화는 여체를 묘사함에 있어 기념비적 접근 방식을 동원한다. 스테그너의 작품은 전통적인 초상화의 장르 속에서 여체에 부여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근육질과 미가 조화를 이루며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스테그너의 작품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좁은 잣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루비 스카이 스타일러는 여성성과 모성을 대표하는 전통적 장면 속에 남성을 묘사한다. 마돈나와 아이 속에 담긴 수사법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아이들과 함께 기댄 남성을 묘사하여 다정다감하며 감수성이 풍부한 부성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러한 부성의 부재를 명시화 함으로써 그는 이러한 초상화에 담긴 전통적인 역할상과 그 근원이 되는 가치체계로부터 남성과 여성을 해방시킨다.
 
기획 발렌타인 브론델 



《기념비에 대한 부정》 간담회, 페로탱 서울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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