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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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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묵,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작가
   우리의 현재적 삶을 우주로 확장하여, 삶의 본질을 탐구한 예술가 
-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기하추상의 거장, 한묵의 첫 유고전
-  한묵의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전시기, 전장르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로 한묵의 유작에서 엄선한 130여 작품 전시로 한묵 단독 최대 규모  
-  최초 혹은 국내 최초 공개 작품 60여 점 포함 전시     
-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37점의 드로잉 작업은 한묵의 작업세계 이해의 폭을 심화시킬 것으로 기대
-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한묵의 작품세계를 규명하여, 한국미술사에서 한묵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함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한묵(韓黙, 1914-2016)은 한국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기하추상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며, 한국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한묵은 서울에서 태어나 만주와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웠으며, 미술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1961년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독자적인 작업 활동에 매진했다. 

한묵은 평생 동안 동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사유를 바탕으로,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성찰하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했다. 그의 회화는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의 절묘한 융합으로 특징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 평면 밖으로 무한대로 퍼지며, 울림이 느껴지는 ‘미래적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색, 선, 형태라는 순수조형요소를 통해, 현상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와 생명력의 실체를 구사하고자 했던 작가의 예술관의 발현인 것이다. 

본 전시는 한묵의 첫 유고전으로, 그가 이룩한 화업(畫業)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명하여, 작가가 추구한 작업세계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는 지리적으로는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크게 구분하고, 1950년대의 구상작업부터 시공간이 결합된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까지의 작업을 시기별로 분류하여, 작품 변화의 특징을 조명하였다.  

특히 기하추상작업의 근간이 된 1960년대 순수추상 작업들과 1970년대 판화 작업의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980년대 이후 지속된 종이 콜라주 작업과 붓과 먹을 사용한 작품도 포괄하여, 이를 한묵의 후기 작품의 변모된 양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드로잉 작업 또한 한묵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게 할 것이다. 본 전시는 한묵이 도달하고자 한 정신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전경


제1부. 서울시대 : 구상에서 추상으로 : 1950년대

한묵은 어려서는 부친께 동양화를 전수받았으나, 10대 후반부터는 서양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주, 일본 유학시절, 금강산 시절에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작업이 모두 유실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한묵의 작업세계는 작품이 남아있는 1950년대부터 살펴볼 수 있다. 1950년대는 작가의 작업세계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시기로 서울시대라 구분하고자 한다. 

1950년대 전반기는 구상과 추상이 함께 나타나며, 한국전쟁 이후시기로 전쟁의 참상, 가족이산, 가난에 대한 경험들이 작품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대상을 제거하며, 추상의 시기로 변모해 간다. 홍익대학교 미대교수가 된 이후 사실주의 화풍이 지배하는 국전에 반대하여, 1957년에 《모던아트협회》를 유영국, 박고석, 이규상, 황염수와 결성하여 현대미술운동의 선두에서 활동했다. 이 시기에는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 종합하는 입체파 경향이 작품에 나타났다. 점차 순수조형에 전념하면서 추상적 형태가 화면을 채워가게 된다. 주제적으로는 사회적 부조리와 사회상에 대한 개인의 감성들이 주요한 소재가 되며, 가족, 십자가 등이 주로 그려진다.

전시전경


제2부. 파리시대 I : 색채에서 기하로 : 1960년대

도불한 1961년부터 1969년까지 한묵은 미의 본질을 모색하기 위해, 대상의 형태를 버린 순수추상으로 화풍을 바꾸어 평면구성에 주력한다. 대상이 완전히 사라진 평면을 색, 선, 형태로만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구성하고자 한 것이다. 

1960년대 초기에는 색채구성과 형태의 분할에 몰두했으며, 마대의 거친 촉감이 드러나는 콜라주가 결합된 유화작업들을 함께 진행하면서 색채효과와 재료의 질감이 결합되는 작품들이 나타난다. 1960년대 후반에는 화면공간을 분석하는 논리성을 결합시켜, 수직, 대각 등의 엄격히 절제된 기하구성 작업으로 변모한다. 후반기 작업들은 80년대 후반에 완성된 역동적인 공간의 기하추상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전시전경




제3부 파리시대 II : 시간을 담은 동적 공간 : 1970년대 

한묵의 예술세계 변화에 결정적인 사건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다. 작가는 달까지 도달한 인간의 힘을 미지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용기와 치밀한 과학으로 파악하며, 인류에게 새로운 질서가 더해졌다고 언급했다.
이후 1970년대 동안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4차원 공간을 실험하면서, 공간에 속도를 담아내는 새로운 공간개념을 모색한다. 

그는 평면에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1972년부터 스탠리 윌리엄 헤이터(1901-1988)가 운영하는 ‘아틀리에17’이라는 판화공방에서 동판화 작업에 매진한다. 이때부터 수평, 수직 개념을 벗어나 화면에 구심과 원심력을 도입하기 위해, 컴퍼스와 자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엄격하게 계산된 동적 공간구성을 시도한다. 그의 실험은 동심원으로 시작하여, 시간의 연속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나선으로 나아가며, 여기에 방사선이 결합되고 교차된다. 

판화작업으로 독창적인 방식을 체득한 작가는 이를 캔버스에 도입하면서,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 선들이 이루어내는 또 다른 회화세계를 개척해 갔다.  

전시전경


제4부 파리시대 III : ‘미래적 공간’의 완성을 향해 : 1980년대 이후 

한묵은 현실의 삶을 우주의 열려있는, 유기적인 공간 개념으로 확장하고, 이를 ‘미래적 공간’이라 명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색과 선이라는 조형요소만으로 완전해지는 시각예술의 독자성을 모색했다. ‘미래적 공간’에 대한 탐구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작가는 서정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색채와 기하학 도형이 교차하며 확장하는 리듬을 조형언어로 조화시켜, 평면 화면이 캔버스 바깥으로 확산되는 효과에 이르게 된다. 1980년대 후반에는 원심과 구심의 작용과 반작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공간의 울림’이 있는 역동적인 화면을 구현한다. 이 시기에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기하추상의 대작들이 완성된다. 

기하추상작업과 더불어, 1980년 후반에는 구상과 추상의 구분에서 벗어난 작업들이 제작된다. 작가의 관심이 우주에서 인간, 그리고 탄생의 비밀로 심화되면서, 동양적 색채와 동양사상에 근간을 둔 작업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제5부 파리시대 IV : 생명의 근원을 추구하는 구도자 : 1980년대 이후 – 먹과 종이 

기하추상작업과는 다른 범주로 1980년대부터 말년까지 지속되는 작품세계는 먹과 종이 콜라주로 특징된다. 이는 구상이 등장하는 아크릴 작업과도 연장선에 있다. 후기 작업들은 1970년대 후반에 다시 먹을 갈아 글씨를 쓰고, 노자 등의 동양사상을 사유하며, 우주 공간 외에 인간의 문제로 관심사가 확장된 것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동양화의 재료인 먹과 한지를 사용한 작품들이 1980년에 나타나며, 1980년대 중반에는 냅킨과 휴지와 같은 재료를 사용한 콜라주 작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먹과 한지, 종이 콜라주는 1990년대 후반기까지 지속되어, 작가 후기 작업에 주요한 매개가 된다.

위의 변모 속에서 공간에 대한 작업과 아크릴물감이 먹 작업과 함께 융화되면서, 자유분방한 색채와 구성이 나타난다. 먹의 유연한 필치들은 때로는 아크릴 물감으로 나타나며, 흩뿌려지는 색채효과로 변주한다. 종이 콜라주에는 색채와 구성에서 원숙기를 넘어선 예술가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시기에는 공간개념이 더욱 원초적인 생명 근원의 사유로 심화되었으며, 특히 조형의 호방함이 두드러진다.  

드로잉 작업 : 1970년대~1990년대까지
연필, 수성펜, 과슈 등으로 제작한 37점의 드로잉은 한묵의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

에필로그 : “붓대 들고 씩 웃으며 가야지” 
한묵의 서예와 전시관련 자료 및 작가의 인생을 담은 사진, 생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함께 전시하여, 한묵의 인생과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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