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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숙 : 조감도鳥感島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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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8」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유리상자 세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3展은 회화를 전공한 정혜숙(1977년생)의 설치작업 ‘조감도鳥感島’입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어떤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과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시각화하려는,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낯설기도 한 도시 새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입니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감성과 관계하고, 그 감성이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를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새가 ‘되기’를 행위하는 작가의 시각적 축적蓄積 과정인데, 원래 아무런 연관 없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사연이 있는 대상客體와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작가 스스로 ‘새’라는 존재가 되어가는 설정을 기반으로 유리상자 전시를 설계한 것입니다. 작가 자신은 인간이면서도 새의 환경과 관계, 감성을 상상하고 하나씩 경험하면서 안락하고 평안한 새의 ‘휴식처’ 혹은 ‘서식지棲息地’를 구축해가는 과정의 어느 순간까지가 이 전시의 현재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서식지의 이름을 ‘자신이 새가 되어 감흥을 느낄 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섬’이라는 의미로 ‘조감도’라고 지칭합니다. 작가의 새 ‘되기’ 경험은 이렇습니다. 목이 마르면 광장의 분수에 내려앉아 분수에서 솟는 생명수로 목을 축이고, 커다란 공을 부리로 밀어내는 놀이를 하며 재빠르게 날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단련시키고, 천장에 매달린 훌라후프 링 사이를 날아서 드나들며 좁은 통로에서도 원하는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나무로 만든 그네에 내려앉아 흔들흔들 쉬어가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도하고, 외부로부터 위협을 차단할 튼튼한 둥지를 만들기 위해 사각형 틀을 다섯 단 높이의 구조물로 쌓은 도시 공간에서의 새 둥지 건축을 제안하기도 하며, 우월한 짝짓기 경쟁을 위해 색동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옮겨와서 주변을 장식하기도 하고, 멋진 돌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며, 새와 꽃과 나무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을 고풍스러운 병풍 그림 속을 드나들며 귀한 상징적 존재감을 뽐내고, 천적의 위험으로부터 서식지를 숨기기 위해 유칼립투스, 망고, 보리수 등의 나뭇잎을 물어다가 주변을 덮기도 하는 경험들입니다. 

  

작가는 왜, 새 ‘되기’를 고안했을까요? 작가는 이국적인 새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가게, ‘필리핀버드’를 지나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은 것을 시작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화려한 새들을 생존 환경과는 무관하게 상품으로 거래하는 상황을 알게 되고,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어느 순간 현대도시인에게 두렵고 유해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사건 등. 작가가 마주하는 새는 어쩌면 인간이 가해하는 생명 있는 ‘자연’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자연은 이성적으로는 가까이하고 싶은 친근한 환경으로 유효하지만, 실상은 위험이 제거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인간 중심의 편협적인 자연입니다. 작가는 이 부분을 주목합니다. 이 글에서 작가 내면의 사유들을 명확히 옮기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작가는 ‘새’를 알고, 새를 통하여 ‘자신’을 알고 싶어서 새 ‘되기’를 행위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새가 ‘되기’로 관계를 설계합니다. 작가의 새 ‘되기’를 통하여 대상과 관계하고, 관객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날 것입니다. 이제, 유리상자 공간은 새가 조금 전까지 있다가 사라졌다거나, 금방 돌아와서 편히 쉴 서식처, ‘조감도’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리상자 안에는 새의 존재가 없습니다. 새장은 비어있고, 새의 놀이기구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고, 병풍에는 새 그림이 없어 적막함과 허전함이 가득합니다. 새가 곧 돌아와서 편히 쉴 공간이라고 하지만, 부재不在가 먼저 와 닿습니다. 새의 부재는 자연의 부재로 이어지고,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결핍을 짐작하게 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의 ‘현재’는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행위이며, 작가에게 있어서 새의 ‘부재’는 편익便益과 인간 중심적인 선택에 대한 단순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을 응시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그 속에 예견된 ‘부재’의 두려움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그리기입니다. 어떤 부재의 현실을 스스로의 ‘되기’ 행위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예술의 유효성을 추출하는 일상의 살아있는 가치들을 자문하게 합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정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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