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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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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 세렌디피티전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17-11-01 ~ 2017-11-30

  • 참여작가

    이중근

  • 전시 장소

    아트파크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2.733.8500, 3210.

  • 홈페이지

    http://www.iart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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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神殿)의 재발견


디지털 패턴(Digital Pattern) 이미지의 자유로운 구성을 통해 신기하고 유희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온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중근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작가의 종교적 아이콘(Religion Icon) 시리즈 중 신전(神殿)을 소재로 한 작업으로만 구성된다.

종교적 아이콘 시리즈는 작가의 이전 작업 시리즈인 디지털 패턴과 공간 설치작업을 서로 융합하고 변환하여 타블로(Tableau) 형식으로 가시화한 디지털 사진작업이다. 기존 작업들의 전개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군상의 사진들로 구성한 유머러스하면서도 언캐니(Uncanny)한 패턴의 반복과 프렉탈(Fractal) 이미지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상의 만다라(Mandala)적인 풍경을 표현해왔다.


우리는 패턴 조형이 시각문화의 역사에서 보았을 때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종교적 건축물의 내외부에 주로 등장해 온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들의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들에서 영향을 받아 시작된 작가의 독특한 패턴작업은 유럽에서의 장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안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변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패턴이라는 소재에는 자연, 건물, 사물과 더 나아가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생활방식 등 그것이 적용되는 모든 환경들에 있어 해당 문화의 본질적인 속성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것들이 표피적으로 시각화되어 보여지고 있듯이, 종교적 상징으로 대변되는 역사적인 건물들의 파사드(Facade) 또한 그것이 존재한 배경의 시대정신을 표상하는 아이콘으로 보이기도 한다. 혼돈과 질서가 복잡하게 구조화된 세상의 관계들을 카오스모스(Chaosmos)적으로 가시화시킨 작업이 작가 이중근만의 패턴작업들이었다면, 종교적 아이콘을 소재로 한 근래의 작업들은 더 심원한 세상의 원리와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이러한 작가의 사색과 성찰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 이번 개인전에서 볼 수 있는  <신전>시리즈 연작이다. 지상 속에서 천상을 구현한 신전이야 말로 인간이 도달하려 하는 이상적인 질서와 조화를 구현한 시각적 구축물로써 영원성을 향한 끊임없는 열망을 담고 있는 공간일 것이다.
특정한 종교적인 차원과 관계는 없지만 ‘종교적 아이콘’으로 범주화된 이 작업들은 알 수 없는 세상의 비가시적인 차원을 드러내려 하는, 그렇게 더 깊이 있는 사유를 담아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도된 조형적 시도로 보인다. 동시에 성스러움과 세속, 상상과 현실의 느낌이 묘하게 맞물려 있는 그의 작업 속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찰나의 순간과 영원성을 함께 발견하게 된다.
또한 여전히 디지털 장비를 작업방식의 주요 매체로 사용함에도 작가의 이번 신작들에서는 자연과 우주의 신비로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장엄함과 화려함이 공존해 있는 화면에는 더불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작가의 상징을 발견하고 해석을 유추하는 감성적인 유희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주요한 포인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가시화시키고, 시각적 화려함 너머의 어떤 근원성을 향하고자 하는 작가의 부단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정현미 (큐레이터, ARTPARK)



SERENDIPITY


전시 제목 'Serendipity(세렌디피티)'는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운 좋은 발명이나 발견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사람·장소·일·사물 등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얻게 되는 새로운 영감(靈感, Inspiration)을 상징한다. 우리는 간혹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된 지금의 시대에서는 가상에서도 또 다른 양상의 다양한 세렌디피티를 경험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도 뜻 밖에 조우(遭遇)하게 되는 사람들과 사건들로 계획과는 다른 예상치 못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듯이, 예를 들어 웹서핑(Web surfing)으로 관심 분야에 대한 구글링(Googling)을 하다보면 시작하였을 때와는 다르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처음과는 전혀 다른 뜻밖의 대상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작업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세계의 역사적인 종교 건축물들은 그것이 세워졌을 당시 강력한 종교와 정치적 기능을 하는 아이콘 이였지만, 지금은 주로 한 지역의 랜드마크와 유명 관광지의 아이콘으로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들은 실재와 가상 모두를 동시에 상징하는 이미지로 바라 볼 수 있다.
작가 활동을 하면서 파리와 런던에서의 장기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유럽 여러 곳을 여행 할 기회가 있었다. 동시에 타지에서 느끼는 고독의 시간들은 나에게 새로운 작업의 세렌디피티를 위한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파리에서는 거주지 바로 앞에 매일 산책하며 들리던 유명한 노트르담(Notre Dame de Paris)이 있었는데, 그곳의 정문 파사드에 새겨져 있는 수많은 조각상들이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런던에서는 사람들과의 약속 장소로 자주 찾았던 생폴(St.Paul)이 있었다. 나에게 밀라노의 두오모(Duomo Milano)는 세상을 관망하는 전망대였고, 로마의 트레비(Trevi)는 지친 영혼을 씻어주는 성수(聖水)와도 같았다. 문화적 차이가 작용했겠지만, 그들과 직접 처음 마주했을 때 사진으로만 보던 이미지와 실재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자주 보면 정이 든다고 했던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역사적 이해와 함께 어느새 그들은 이방인에게 친근한 일상의 풍경이자 안식처가 되어주는 존재로 다가왔다. 베를린 돔(Berliner dom)에서는 삶을 관조(觀照)하게 되었고, 파리 생트샤펠(Sainte Chapelle Paris)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둘러쌓인 예배당에서는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특정 종교의 신자는 아니며, 다신론자 입장에서 다양한 종교적 장소와 건물이 표상하는 시각적 이미지와 공간의 에너지에 관심이 있다. 작업은 여행이나 일로 방문한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접하게 되는 종교적 건축물과의 만남과 그러한 상황에서 체험하게 되는 기억과 감성을 순간과 영원이 공존하는 시공간성의 이미지 표현으로 의도한다.
작업은 얼핏 보면 마치 한 컷으로 촬영한 건축물 사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디지털 조각들을 장기간의 컴퓨터 작업에서 세밀하게 건축적으로 조합한 노동 집약적인 과정의 결과물이다. 사진이미지를 재료삼아 하는 즐거운 놀이와도 같이 디지털 상에서 오리고·붙이고·합성하고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은 진행된다. 파편화된 디지털 조각들은 전체로의 구현을 위해 그것의 피부를 쓰다듬듯이 어루만지며 디지털 방식으로 패치워크(Patchwork)화 된다. 그리고 배경처리와 함께 다양한 위치와 시간차를 두고 촬영한 사진들을 하나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만들어 냄으로써, 실재와 가상이 중첩된 느낌으로 연출한다. 실존하는 대상이지만 육안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를 담은 카메라의 눈으로도 그렇게 보일 수 없는, 그러한 대상을 가시화시키는 ‘가상의 실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신전 이미지이다.


이번 개인전의 신작들은 작가가 꿈속에서 체험한 풍경들을 가시화 시켰다. 마치 조선시대에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풍경을 대신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처럼, 또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1970~) 감독의 영화 메멘토(Memento,2000)의 주인공이 기억의 퍼즐 조각들을 조합해가는 것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그곳에 직접 가서 본적이 있는 느낌의 데쟈뷰(Deja Vu)이기도 하다. 실재하지만 가상의 이미지처럼, 가상의 이미지이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곳을 가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꿈속에서만 가본 것인가.
나는... 캄보디아 정글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앙코르와트(Angkor Wat) 신전에서 지내는 원숭이였던가? 눈 내리는 러시아 바실리(Basil's) 성당 앞에 누군가가 만들었던 눈사람 이였던가? 아름답고 웅장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둘러쌓인 파리 생트샤펠(Sainte Chapelle)의 예배당 제단 속 천사였던가? 하늘 높이 솟아있는 쾰른(Cologne) 대성당의 첨탑 속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거니는 사람 이였던가? 기나긴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앞에 도착했으나 인생의 쿼바디스(Quo Vadis)에 다시 놓여진 순례자였던가?
나는 그 곳에 갔었다. 혹은 나는 그 곳에 있었다...


작업은 실제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내가 느낀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인터넷을 통해 얻은 사진들을 뒤섞어 재구성한 상상의 이미지들이다. 이번 신작들이 사진이라기보다는 그림과도 같은 작업, 그림같으나 사진스러운 작업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이유이다. 사진으로써의 사실적인 느낌에 회화적인 요소와 그래픽적인 구성이 혼합되고, 낮과 밤·여름과 겨울이 한 화면에 뒤섞여 시간과 공간이 모호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의도한다.
건물 파사드 이미지와 배경 공간의 관계에 있어서 시적인 느낌이 더해지고, 작품의 스케일이 더욱 커지면서 내가 느낀 감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한편으로 개별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작가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은, 해당 건물에 담긴 역사 문화적 의미와 내용을 반영하여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화면 공간 속을 부유하고 있으며, 작품의 제목과 함께 수수께끼 같은 사색을 던지고자 한다.


앞으로 새롭게 계획 중인 작업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역사적인 종교 건축물을 소재로 한 신전 시리즈의 진행과 함께 우주와 별자리에 대한 시리즈를 구상중이다. 예전에 레지던시 참여를 위해 갔었던 뉴질랜드에서의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한 수없이 많은 별들이 보이는 밤하늘의 모습은, 내가 체험한 최고의 감동을 주는 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요즘 지내고 있는 산속 마을에 위치한 내 작업실에서도 한국이지만 맑은 밤하늘이면 유난히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는 그 자체가 카오스모스(Chaosmo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앤 레이 임즈(Charles&Ray Eames)의 책과 영상‘파워 오브 텐(Power of Ten, 1977)’에서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우주 속에 놓여진 내 자신은 동시에 또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우주를 담고 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서 이러한 대우주와 소우주를 향한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될지 모르는 새로운 만남을 시각화하려는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  이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세렌디피티'가 될 것이다.
거시적인 망원경의 시각과 미시적인 현미경의 시각을 동시에 지니면서...


- 작가노트 (2017년 시월의 가을 밤, 한국의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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