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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찬: 위장된 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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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된 북어

이병찬은 2003년부터 대규모의 도시개발이 진행중인 송도국제도시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으며,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당시 대도시 개발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 소외감으로부터 ‘소비 생태계’에 주목하게 되었다. 현란한 아파트 분양·투자 현수막과 광고 등으로 가득한 도시개발 지역에서 작가는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도시의 기이한 현상과 풍경을 ‘비닐’을 활용해 거대한 유기체로 표현해낸다. 작업의 주된 소재인 비닐은 경제적 여건,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게 물건을 구매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가장 평등한 사물이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용도를 잃었을 때 버려지고 소비생태계 안에서 하찮은 사물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같이 상품으로써 가치가 없는 비닐을 여러 장 이어 붙여 공기를 채우고 빛과 소리를 가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비 사회의 근원이자 이를 다스리는 위력을 지닌 신과 같은 형상으로 묘사한다. 언뜻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거대 유기체는 관객으로 하여금 소비 생태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외감,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지난 개인전 “거울 너머 환각”(2015)에서 작가는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서울 도심의 쇼윈도 전시공간 사방에 필름지를 설치해 비닐에 반사된 빛에 의해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 생명체’를 선보였다.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기괴한 생명체는 거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환각을 일으키는 신비한 존재로서 보여졌다. 이어 “공간왜곡”(2015)에서는 작업실과 근접한 마곡동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막연한 기대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블랙홀과 같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왜곡된 현실과 욕망을 필름지에 의해 반사된 생명체로 드러냈다. 또한, “Calling for Mammon 소비생태계 – 신을 부르다”(2016)에서는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비닐 생명체 외관에 LED 조명의 현란한 빛과 무당의 방울소리를 더해 무속신앙 의식의 한 장면과 같이 묘사하는 등 작업에 종교적 요소를 담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비 욕구에 얽매인 사회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작업을 선보이며, ‘소비’라는 행위를 신과 같이 초자연적 위력을 지닌 지배자의 모습으로서 드러낸다. 조명가게에서 불빛에 의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북어를 보며 영감을 받은 <위장된 북어>(2017)는 민속신앙에서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의미로 북어를 문 위에 매달거나 제사상에 올리는 관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주로 실타래를 감아 올리는 북어를 상품성을 지닌 현란한 조명으로 비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진 연작이다. 북어 형상의 거대한 비닐 생명체인 <팽창된 무거운 질량>(2017)은 <위장된 북어>과 같은 맥락으로 기복적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으로, 에어모터의 작동에 의해 반복적으로 수축, 팽창하며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가는 비닐 생명체 주위를 형형색색의 조명과 조화로 장식해 마치 마을 수호신을 모시기 위해 오색 끈을 매달아 놓았던 성황당을 연상시킨다. 또한, 생명체의 움직임에 의해 비닐 안에 채워진 물이 전시장 바닥으로 떨어지며 고인 물은 공간을 왜곡시키며, 마치 번화한 도시에 따라 움직이며 실체를 가능할 수 없이 변조하는 인간사회를 비유하는 듯 하다. 교회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닐로 재현한 <깊은 낱장>(2017)은 실제와는 달리 화려한 색감은 없지만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과 주변의 식물, 방울소리에 의해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영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무거운 유리 대신 비닐을 사용했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소재와는 무관하게 스테인드글라스 고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업은 사물의 질량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이병찬은 지속적으로 ‘소비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모든 이들이 공통된 목표(소비)를 지향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신을 숭배하고 섬기기 위한 종교 의식과의 유사성을 찾았으며 이를 의례, 의식과 표상 등에 빗대어 본인이 바라 본 소비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로렌스 제프리스
박해니
 
“자주 가는 단골 조명가게에는 화려한 조명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붉은 북어가 벽에 매달려 있다.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하는 북어는 화려한 위장으로 먼지뿐만 아니라 냄새와 못생긴 얼굴까지 숨긴다. 쇼윈도 유리창 넘어 화려한 상품의 관성을 납품하는 조명가게의 빛은 북어를 가짜 플라스틱 박제로 상품으로 만들었다.”

- 작업 노트 중






과도한 소비질량으로부터의 공간왜곡.
도시는 화려한 빛들로 일대를 수놓는다. 도시에서 빛은 단순한 시야확보가 아닌 상품성을 팽창시키는 장치이다.
원색의 강한 입간판 빛들과 쇼윈도의 빛나는 조명은 공간을 주목하게 만든다. 조명으로 주목된 공간은 보이지 않는 관성으로 물질들을 끌어당긴다.
지금 생태계의 빛들은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처럼 빛이 닿는 공간 곳곳에 소비질량을 부여하여 상품성을 팽창시키고 있다. 경쟁적으로 사용되는 화려한 조명은 빛이 닿는 일대에 과도한 소비질량을 부여하고 있다.
작은 조명장치들은 무거운 질량으로 공간을 왜곡하는 왜소한 중성자별처럼 도시공간의 장면들을 뒤틀고   있다. 상권에 장식된 식물들은 원색의 조명을 받으며 상품성을 부여받고 사람들 모두 확장된 상품성의 공간에서 활보하고 있다.
상품성 팽창은 대지에 막연한 기대를 불어 넣는다.
보이지 않는 초거대 질량인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흡수하고 데이터만 남긴다는 가설이 있다.
시각적 정보 없이 데이터정보만 기록되는 보이지 않는 거대 질량은 도시의 개발과 유사한 과정을 보여준다.
텅빈 대지에 신도시개발은 거대한 사탕처럼 보이는 투자현수막을 배출하고, 동네는 해처리의 크립처럼  대지가 확장되어 개발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낳는다.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땅은 일대에 강력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끌어당겨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왜곡하는 장면을 만든다.


소비질량에서 신으로.
과거부터 신이라는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대상이면서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힘을 가진 존재였다.
자연계에서 비교적 약한 종인 사피엔스는 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절대적 힘을 믿음으로서, 다른 종들의 일반적인 소규모 공동체를 압도하는 규모의 집단화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의 발달된 문명은 신의 도덕이 아닌 법치로 작동하는 공동체이기에 사실상 신의 존재이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사피엔스의 진화과정에서 경험된 비물질적인 신은 생태계가 교체된 지금도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며 공동체의 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광고판들 사이에 붉은 십자가가 밝게 빛난다.
신의 홍보는 상권의 입간판, 쇼윈도의 밝은 불빛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소비사회에서 신은 소비행위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면들로 소비되고 있다.
그래서 일신론에 입각한 집단이 다수를 이루는 사회이지만, 미국재무부는 신의 모습처럼 말 한마디로 모든 사람들의 소비작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비생태계에서 동종끼리의 생존경쟁을 초래하여, 기복적 사고의 애니미즘 현상을 만들었다.
과거 대지의 풍요를 위해 토지의 신을 부르는 방법의 장치였던 원색의 천들이 나무를 휘감은 모습과 대지에 울리는 만신의 방울소리는 지금 생태계에 형태가 바뀌어 등장하고 있다.
원색의 투자현수막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나무를 감싸고 있고, 상가의 사운드와 그리고 명당의 복권집은 가지각색의 현수막과 간판으로 기복적인 성황당의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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