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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 : We are Where We are Not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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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갤러리는 세 번째 한국 작가 개인전으로 “이종건 : We Are Where We Are Not”展을 개최한다.

이종건은 사람과 공간이 맺는 관계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해 관찰하고 해석을 투영한다. 작가에게 공간은 고정불변의 속성이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규정되고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는 열린 영역이자 공백의 상태이다. 첫 개인전 ”Extraction”(2007)은 안과 밖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아크릴로 교회 및 여러 건축 모형을 만든 <Grid House>, 구리를 용접해 그물처럼 뚫린 벽을 세운 <Empty Wall>, 전시장 벽에 롤러 스탬프로 서로 다른 빌딩의 이미지를 중첩하여 찍어낸 <Layered House>와 같이 공간과 구조에 관한 획일화된 관점을 벗어나 이들이 갖는 다양한 층위들을 조명하는 전시였다.


이후 미국 체류 시절 뉴잉글랜드 지역의 여러 목조 주택에 거주하게 된 이종건은 영국계 이주민들이 본토의 주거 양식을 미국 현지에 옮겨와 주택을 지으면서 건물 곳곳에 고전주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콜로니얼(colonial) 양식에 주목하게 되었다. 토착지의 지리적, 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타 문화권의 건축 양식을 취향에 맞춰 주택에 적용한 양상은 작가에게 해외 낯선 곳에 거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공간의 생경함을 느끼는 체험이었다. 이종건은 개인전 “Almost Home”(2012), “Home After Home”(2013)에서 당시 자신이 관찰한 주택의 계단, 테이블, 벽난로 선반 등 이질적인 고전주의 양식의 가구 및 건축요소의 부분들을 나무로 재현해 오브제로 제시했다. 오를 수 없는 계단, 앉을 수 없을 만큼 납작한 의자, 막힌 창문과 같이 기능이 상실되어 공간의 흔적처럼 전시된 작품들은 주택 곳곳에서 볼 수 있던 그리스 신전과 같은 계단 난간과 몰딩이 당시 주변 환경뿐 아니라 거주민들과도 조화롭지 못해 서로 분리되어 느껴졌던 작가의 기억이 투사되어 있다. 과감하게 생략된 외형과 무대 세트장처럼 구조의 형식만 갖춘 작품들은 각자가 인상 깊었던 부분만을 떠올리며 기억으로 이미지를 재현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또한 오래된 마룻바닥을 뜯어서 표면에 정원 모티브의 페르시안 카펫 문양을 새긴 <Bridge of Paradise>(2010), 실내 벽지문양이 건물 외벽형상에 새겨진 <We are not where we are not>(2013), 르네상스 리바이벌 문양을 마룻바닥에 새겨 벽에 설치한 <Blue Sky>(2013) 모두 작가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전혀 다른 문화가 공간에 이식되어 고착되는 바를 조명한 것으로, 건물의 안팎, 바닥과 벽의 경계를 전복시켜 관념화된 공간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건축양식과 지리 문화적 배경간 격차에서 비롯되는 충돌과 공간의 맥락을 고찰해 온 이종건은 이번 전시에서 남현동에 위치한 구(舊)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자 현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으로 쓰이는 건축물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1905년에 지어진 본 건축물은 1977년 사적 254호로 지정된 것으로, 본래 회현동에 위치했으나 일대가 재개발 사업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1982년 남현동으로 이전되어 설계도면에 따라 복원된 것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띄는 구(舊) 벨기에 영사관은 식민 지배기에 요코하마 생명보험 지점과 사택, 기생조합인 본권번(本券番), 일본 해군무관부, 해방 후 공군본부 등을 거쳐 1970년 구(舊)상업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소유권이 옮겨져 용도 또한 많은 변화를 거쳐온 건물이다. 작가는 역사와 지리적 위치에 따른 본 건물의 공간 변화와 ‘미술관’으로 쓰이는 용도에 주목한다. 다양한 시간과 장소성을 갖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미술관은 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맥락을 포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오래된 공간에 설치된 현대 미술 작품들 그리고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에 세워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 전반에서 오는 이질감과 몽환적인 체험은 이전에 작가가 미국의 목조주택에서 경험한 공간의 기억과 맥을 같이 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은 갤러리 흰 벽과 마주하게 되는데, 벽면을 따라 코너를 돌면 하나의 구조물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목조 골격으로 이루어진 내부 공간은 하나의 방을 연상케 하며 무대의 백 스테이지와 같이 개방되어 있다. 본 구조물의 또 다른 바깥 면은 영사관 외관 일부를 단순화시켜 재현한 것으로, 모두 나무로 제작되어 실내 장식을 보는 듯한 시각 경험을 유도한다. 이러한 건물의 외관은 전시장 가장 안쪽까지 들어와야 볼 수 있기에 관람객은 이동하면서, 본 공간의 정체성을 시간의 역순으로 경험하게 된다. 즉, 전시장 초입에는 미술관 용도로 쓰이는 건물의 현재 시점을 보여주는 ‘전시장의 벽’, 영사관 이후 보험회사에서부터 은행에 이르기까지 과거 여러 용도로 사용된 업무 공간 형태의 ‘방’, 그리고 ‘영사관’으로 지어졌던 본래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물 외관’이 서로 구분되어 가시화됨으로써 공간의 전이를(轉移)를 극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구(舊) 벨기에 영사관 건물의 양식과 구조의 간략한 형식만을 전시장에 가져온 이종건은 함축된 시(詩)와 같이 공간을 표현한다. 이번 설치 작업은 공간의 공백이 작품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필요에 따라 건물의 외부와 내부, 시간과 장소, 실재(實在)와 이미지간의 경계가 가변하는 공간의 속성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의 주제이자 작품으로 작가가 지속적으로 고찰하고 의문점을 가져 온 바를 다음과 같이 관람객에게 시사한다.


우리는 우리가 인지하거나 기억하는 곳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채영옥 / 피비갤러리


 
We are Where We are not, 528X548X308(h)cm, plywood, lumber, pine, white oak, 2017



We are Where We are not, 528X548X308(h)cm, plywood, lumber, pine, white oak, 2017


 

We are Where We are not, 528X548X308(h)cm, plywood, lumber, pine, white oak, 2017


Geometric Figure, paint on wood, 45X45X90(h)cm, 2017


About Artist

이종건은 1979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조소과와 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 오브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소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고유의 문화적 의미와 가치의 탈맥락화를 주제로 주거공간이자 건축공간인 ‘집’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총 5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A Piece of a Piece”(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2008), “Korean Eye”(사치갤러리, 2012)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2년도에는 금호영아티스트로 선발되었고 시각예술을 주도하는 3040세대 작가를 조명하는 현대자동차 brilliant 30에 선정되었다. 2013년부터 현재 서울대학교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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