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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균 : In the Midst of Shiny D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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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아트센터는 2011년 9월 2일 개관 이후, 지역문화예술을 위한 공공적 기여와 창의적 소통을 위한 인터-로컬 뮤지엄을 지향하며 다양한 형태의 기획을 통해 충북지역 미술계뿐 아니라 현대미술에 유의미한 담론들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2014년 <임충섭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5년 <황인기 개인전>, <손부남 개인전>, 2016년 <강홍구 개인전>에 이어 다섯 번째 기획초대 전시로 노상균 작가의 <In the Midst of Shiny Dust>를 개최합니다.   
노상균 작가는 90년대 초부터 삶과 죽음을 모티브로 하는 시퀸 작업으로부터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 왔습니다. 물질과 정신의 이면적 세계를 조화를 추구하며 동양적 사유와 명상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노상균 작가의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개        요  

제         목 :  In the Midst of Shiny Dust 
참 여   작 가 :  노상균
기         간 :  2017년 9월 14일 목요일 – 12월 30일 토요일
오전10 –오후7시(9월-10월), 오전10-오후6시(11월-12월), 매주 일요일 휴관 
초  대  일  시 :  2017년 9월 14일 목요일 오후 5시

연계 프로그램 :  ‘문화가 있는 날’ 교육프로그램 <일곱 개의 풍경>
일  시 : 2017년 9월 27일 수요일 오후 2시
대  상 : 시니어
장          소 :  우민아트센터 전관
분          류 :  기획초대 
주          최 :  우민아트센터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민재단

전시서문

수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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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흰 화면에 검은 그루터기를 층층이 쌓아 구름•무지개•거미줄•벽 등을 그린 <장場 Field> 연작으로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노상균은, 자신에게 새로운 미술의 장을 여는 계기가 절실함을 깨닫고 1990년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물고기를 그리기 시작하다가 곧 물고기 비늘을 닮은 시퀸을 캔버스에 붙이는 방식을 찾는다. 1992년 뉴욕에서 연 두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물고기 Fish> 연작은 캔버스에 시퀸을 균일한 간격으로 붙인 후 폴리우레탄으로 몇 번의 붓질을 더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조금 남아 있던 이러한 회화적 제스처조차 모두 버리고 캔버스에 시퀸만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회화 안료만큼이나 다양한 색상에 광택의 유무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시퀸은 노상균에게 새로운 미술의 장을 활짝 열어주었다.

1994년 서울로 돌아온 노상균이 펼쳐내는 시퀸의 세계는 <끝 End>, <눈물 Tears>, <시퀀스 Sequence>, <방향 Directions> 연작 등 다양한 주제의 평면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입체•설치로 나간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가 그 중요한 국면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시퀸으로 뒤덮인 불좌상이 관람자를 맞는다. 그리고 <끝 The End>, <또 다른 끝 Another End>의 <끝 End> 연작 두 점과 <구멍을 향한 전체 The Whole towards The Hole>가 벽화처럼 세 벽면을 가득 채운 전시장에 조명이 1분 20초 간격으로 밝아짐과 어두워짐을 반복한다. 명과 암, 낮과 밤을 무심히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 궤도 속에 내던져진 인간이 성聖과 속俗,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명상과 사유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전시를 통해 노상균은 시퀸 작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획득하며 바로 이듬해인 200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가 되어 명실공히 한국 대표 작가로서 입지를 다진다. 

이후 노상균은 2005년 뉴욕에 다시 작업실을 마련하고 2011년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연다. 이를 통해 <끝 The End>의 다양한 변주와 함께 <별자리 Constellation> 연작에 이르기까지 시퀸 회화의 진화된 결과를 차곡차곡 우리 앞에 내놓는다. 좌상•입상•와상•두상 등 여러 형태의 불상과 예수상, 마네킹, 움직이는 대형 콤팩트 등 시퀸 입체•설치 작품도 여러 갈래의 담론을 이끌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시퀸 작품이 작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서 스스로 진화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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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긴 세월 동안 노상균은 시퀸이라는 매체 하나로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 세계를 창조했다. 마치 시퀸을 화두로 삼아 수행修行을 하는 불교의 구도자처럼 말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시퀸은 지름이 6mm밖에 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원으로 실에 꿰어져 있다. 이 시퀸줄을 똑같은 간격으로 평면과 입체에 붙이는 것이 그가 감당해야 하는 몸의 노동이다. 실로 혹독한 인내를 수반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래서 시퀸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 있게 붙여진 노상균의 불상은 내게 인도의 고행상을 떠올린다. 특정 자세를 장시간 지속하는 석가모니의 고행법과 똑같은 시퀸 작업의 고단함이 읽히기 때문이다. 더 경이로운 점은 그가 이 고행 방식을 30년 가까이 한결같이 반복해 왔다는 사실이다. 

시퀸은 노상균에게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물고기는 그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그는 어릴 적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한낱 물고기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물고기는 원천적 자유와 수행을 상징한다. 살아 있는 동물 사육을 금기로 여기는 사찰에서 물고기만은 예외로 취급해 연못에 놓아 기른다. 물고기가 연못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 번뇌와 고통이 끊어진 열반의 상태 ‘적정寂靜’과, 자유롭게 통달하여 아무 걸림이 없는 상태 ‘무애無礙’로 의역되는, 우주 최고의 원리인 ‘범梵’의 경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사찰에는 처마 끝 풍경에도, 목어와 목탁에도 물고기가 있다.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뿐더러 죽어서까지도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는 물고기처럼 자지 않고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상균도 물고기의 비늘을 닮은 시퀸으로 작업하기 시작하면부터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고, 회화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토록 힘든 노동이 수반되는 과정을 기꺼이 감내하며 장자莊子의 ‘어락魚樂’, 즉 원천적 자유를 누리는 물고기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수행을 묵묵히 지속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수행을 통해 다다른 경지는 어디일까? 그것은 그동안 그가 다룬 작품의 주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노상균은 한 가지 주제를 공들여 정하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작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 연작으로 이어지곤 한다. 시퀸 작업 초기에는 물고기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이후 성속聖俗이 하나가 된 이상적 아름다움과도 조우하고(<경배자를 위하여 For the Worshipers> 불상 연작), 인간의 불완전한 실존과도 마주한다(<관람자를 위하여 For the Beholders> 마네킹 연작). 때론 손금을 통해(<수상가 Palm Reader> 연작), 때론 별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읽기도 한다(<별자리 Constellation> 연작). 

그러나 곧 그의 관심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 모든 것의 원리에 가닿는다. 가장 오랫동안 천착한 <끝 End> 연작은 인간의 생과 사를 넘어 우주의 발생과 소멸까지 그 ‘끝’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대답을 조형화한 작품이다. 오목하거나 볼록한 한 점을 중심으로 끝없이 이어진 시퀸의 소용돌이는 혼자 있기도 하고, 다른 하나 또는 무수히 많은 소용돌이와 만나 새로운 경계를 이룬다. 작고 미약한 점 하나가 광활하고 창대한 우주로 뻗어나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138억 년 전 하나의 점이 폭발하자 물질들이 모여들어 별을 만들고, 그 수많은 별들 중 하나가 지구가 되어 그 속에서 세균이 탄생해 인류의 역사까지 이어져 왔다는,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빅 히스토리 Big History’라는 학문의 핵심이 이미 <끝 End> 연작 속에 담겨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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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는 시퀸이 느슨하게 풀리거나 군데군데 끊어진 모습의 불상과 참으로 오랜만에 물감과 붓을 쓴 지문 작품을 선보였다. 무한대로 느껴지는 반복적 시퀸의 바다에서 걸어 나와 울퉁불퉁하게 풀어지고 여기저기 여백이 많은 시퀸의 산맥을 힘겹게 넘고 있는 노상균이 보인다. 몸을 혹사시키는 지독한 반복이라는 수행 방식이 그에게는 시시포스 Sisyphus의 형벌로 느껴졌을까? 그럼에도 손에 지문처럼 박혀 차갑게 빛나는 시퀸을 떼어내기란 아직은 불가능한 운명임을 깨달은 그의 체념이 내비친다. 이 또한 노상균이 선택한 또 다른 수행 방식일 터. 그의 언제나 한결같은 수행자로서의 모습이 앞으로의 수행을 기대하게 한다.

김경아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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