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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오늘의 작가 김승영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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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又誠 김종영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그 동안의 작업을 통해 묵묵히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를 선정하여 앞으로의 작업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찾아 나가고 있는 김승영 작가를 선정하여 『KNOCK』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Knock 쓸다, 270x660x380cm, 나무_ 문_철, 2017

김승영은 1996년 첫 개인전 이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설치작업을 발표하여 왔다. 특히 작업에 소리를 사용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첫 개인전 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사람에게 마음과 감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탐구이다.

1층 전시실 한 가운데에 출입문만 있는 방이 있다. 조그만 방이다. 닫힌 방에서는 계속해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관객이 호기심에 문을 여는 순간 그는 방 안에 아주 희미한 조명이 켜져 있는 유리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대신에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 비질하는 소리이다. 관람객은 어둠 속에서 유리 벽에 희미하게 비친 자신의 낯선 모습을 보며 생경한 비질 소리를 듣는다. 비질 소리로 인해 관객은 스스로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깨끗이 쓸어버려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무엇이건 간에 말이다!

Are you free from yourself, 150x15cm, 네온, 2016

2층 전시장에는 돌로 깎아 만든 『물방울 Water Drop』이라는 제목의 연작이 있다. 작품 이미지가 몇 년 전 모 우유 회사가 우유의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에 사용한 왕관 현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고요한 수면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물방울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을 조각한 것이다. 육안으로는 확인 불가능하고 고속 촬영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돌로 깎아 만든 작품이기에 가느다랗게 솟구치는 물기둥은 아주 미세한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때도 그랬고, 관객도 관람하며 조심하게 된다. 참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작품이다. 가느다란 물방울 기둥은 육중한 입방체 돌에 수평으로 확산되는 동심원의 파문과 시각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편 그는 흰 돌과 검은 돌을 사용하였다. 또 다른 대비이다.

3층 전시장에는 세 점의 작품이 있다. 『Are you free from yourself? 당신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마음 Mind』, 그리고 『감정의 괴 Bars of Feelings』라는 작품이다. 바닥에는 온통 잡석이 깔려 있다. 『당신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김승영이 관객에게 묻고 있다. 이 작품은 영어로 쓴 푸른 빛 네온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첫 눈에 보인다. 네온이기 때문이다. 푸른 네온이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 『마음』은 스테인리스 통 안에 작은 통이 들어 있고 통 전체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작은 통 안의 물은 소용돌이가 치고 있으나 바깥 통 안에 물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잠잠하다. 표리부동함을 극대화 시켰다. 전시장 한쪽에 『감정의 괴』라는 작품이 있다. 철창 속에 커다란 황금 괴가 가지런히 쌓여 있다. 감정의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단어들이 각각의 괴에 씌어 있다. 맥락 없이 괴에 새겨져 있는 각각의 단어는 익숙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낯설다. 관객들은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 전시장 바닥에 깔린 잡석들을 밟고 다녀야 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잡석들의 날카로운 마찰음이 그들을 따라 다닌다. 과히 듣기에 편한 소리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에 의해 발생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함께 전시된 ‘마음’과 ‘감정’을 살펴본다.

슬픔, 80x42x50cm, 브론즈, 2016

마지막으로 3층 전시장 바깥 테라스에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있다. 지저분한 유리 너머에 있어 어렴풋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인가 낯설다. 부처의 오른 손이 눈물을 훔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전시장 밖에서 슬퍼하며 고뇌하고 있다. 부처는 자신의 문제로 슬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시장에 들어오는 관람객들 때문에 비통해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온갖 번뇌를 끊고 해탈한 부처가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김승영은 전시장 구조로 생성되는 관객의 동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배치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미술관의 구조상 대부분의 관객들은 3층 전시실에서 출발하여, 2층을 거쳐, 1층 전시실로 내려가게 된다.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3층 전시실에서 그는 관객들에게 먼저 눈물을 훔치는 부처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는 관객에게 자신으로부터 자유롭냐고 묻는다. 겉으로는 한 없이 고요한 것 같으나 사실 그 안은 소용돌이치고 있는 ‘마음’과 통용되지 못하고 금고 속에 깊이 감춰둔 금괴와 같은 여러 ‘감정’을 관객에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제시한다. 2층 전시실에서 그는 물방울이 떨어져 파문이 이는 순간을 포착해 마음을 환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다. 오로지 이 전시장만 정적과 함께 긴장감이 감돈다. 1층 전시실에서 관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직접 대면하게 된다. 문 두드리는 소리, 비질 소리와 함께 관객은 스스로를 작품에 투영해 성찰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전시는 먼저 작가가 관객에게 질문하며 상태를 제시하고, 전시를 다 보았을 때는 관객이 스스로를 성찰해볼 수 있게 아주 치밀하게 조직된 전시라 할 수 있겠다.

속도에 경도된 시대이다. 지금까지 김승영의 작업 여정을 살펴보면 그의 시계는 느리다. 그의 작업은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나’라는 화두에 정진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숙성되고 정제되고 있다. 자신에 대한 깨달음의 결과물인 작품은 과시적 이지 않다. 난해 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울림은 크다.

성찰, 가변설치, 벽돌_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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