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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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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2017년 2월 21일부터 3월 31일까지 안규철의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 (Words Just for You)》을 개최한다. 안규철은 일상의 사물과 언어를 주요 매체로 사용하여 관객을 사물의 본성과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사유로 이끄는 작업을 해왔다. 평범한 사물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데서 출발하는 그의 작업은 사물의 기능과 성격을 전복시키고 유희적인 상상으로 그것을 다른 맥락 속에 옮겨놓음으로써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의 이면을 환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개념미술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개념적인 작업은 단순한 미술형식의 실험을 넘어서 동시대의 삶과 세계를 조명하려는 근본적인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개념미술의 접근방식은 그에게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초기의 오브제작업으로부터, 사물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서사적 내러티브작업, 건축적인 규모의 설치작업을 거쳐, 근래의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다뤄온 안규철의 미술작업은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영역에 한정되어온 미술의 한계를 넘어 미술을 언어적, 공간적, 촉각적, 청각적인 경험으로 확장하고, 관객을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끌어들임으로써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관된 목표를 추구해왔다.   

이번 국제갤러리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에서 소개되는 신작들은 초기 오브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원, 구, 직선, 나선구조와 같은 보다 조형적이고 근원적인 형태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와 같은 근래의 전시가 문학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면, 이번 전시는 구체적인 사물의 상태와 물성에 주목한다는 점이 다르다. 
 
 
WORDS JUST FOR YOU (drawing for installation), 2017
wooden structure, felt, approx. 120 x 160 x 50 cm
자료제공: 국제갤러리 
 
“ < 당신만을 위한 말 > 은 세상의 말들이 사라지는 소실점이고 , 우리의 비밀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 진실과 거짓 너머의 영원한 침묵으로 이어지는 통로다. 아무도 알 필요 없는 , 오직 당신의 한 마디 말을 위해 비어있는 독백의 공간이다 .” 
 
이번 전시제목이 된 작품 <당신만을 위한 말>은 진회색의 펠트로 만들어진 부조 형식의 작업으로 얼핏 추상조각이나 모노크롬 회화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흡수하는 펠트로 덮여있는 부드러운 벽 앞에서 작가는 관객에게 침묵의 소리를 듣고 ‘자신만을 위한 말’을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침묵의 종> 은 <당신만을 위한 말>처럼 펠트로 만든 종(鐘)으로, 소리를 만들어내고 신호를 전달하는 종의 원래 기능이 제거된 사물의 역설적인 상태를 보여주며 ‘침묵의 소리’, 우리에게 닿지 않는 먼 곳의 신호를 암시한다. 

<머무는 시간 I, II>는 전시장 벽면에 지그재그 형태로 미세한 경사를 이루며 설치된 목재 레일 구조물을 따라 나무 공이 천천히 굴러 내려가게 한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아래로 구르면서 여러 가지 우연에 의해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는 공의 움직임에서 착안하여, 나무 공의 낙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궤도를 만들었다. 시작과 끝이 있는 이 과정 속에서 공의 추락이 지연되는 ‘머무는 시간’은 삶의 은유다.  

캔버스 작업 <달을 그리는 법>은 실제 사물과 이미지 사이에 발생하는 의미의 간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벽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생기는 보름달처럼 둥글고 밝은 원을 각기 다른 모노톤 색상이 칠해진 12 개의 10 호 크기 캔버스 위에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그림은 ‘빛’도 아니며 ‘달’도 아닌, 구체적인 대상을 지시하지 못하는 추상적인 도상이 될 뿐이다. 보름달이 구체적인 물리적 현상이면서 동시에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 ‘그리움’ 등 추상적인 의미를 내포한 이미지인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를 시도한 작업의 결과가 추상화가 되어버리는 의도된 ‘실패’를 통해 만들어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노/의자>는 다리가 배를 젓는 노로 변형된 모습의 의자다. 한곳에 머무는 기능의 의자가 노를 저어 멀리 떠나기를 꿈꾸는 의인화된 상상을 보여준다. <두 대의 자전거>는 두 대의 자전거를 반으로 갈라 자전거 손잡이는 또 다른 손잡이와 맞닿아 있고, 안장은 또 다른 안장과 맞닿아 있는 부조리한 상태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어디로 갈 수도 없고 제자리에 머물 수도 없다. <상자>는 이야기와 사물을 결합한 오브제 작업으로, 나무상자가 그 안에 들어있는 바퀴와 함께 언젠가 먼 곳으로 떠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안규철 프로필 이미지
사진: 박정훈,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1955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안규철은 1977 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1980 년부터 1987 년까지 『계간미술』 기자로 활동하면서 1985 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했다. 1987 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했으며, 1988 년 독일로 이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해 1995 년 동 대학 학부 및 연구과정을 졸업했다. 1997 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해왔다. 

1980 년대 초 안규철은 한국의 성장만능주의, 개발중심주의 사회 속에서 대규모 조각 작품들이 사회적 고찰 없이 반복 생산되는 현실에 회의를 느끼고, 작은 규모의 종이점토와 석고를 이용한 ‘이야기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하고 다루기 쉬운 재료로 연극의 한 장면처럼 특정한 상황들을 묘사하는 작업으로 기존의 조각적 규범에 비평적인 태도를 취했다. 독일 유학 이후 그는 일상의 사물들에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는 ‘오브제 조각’과 언어를 이용한 작업을 발전시켰다. 오브제와 언어, 이야기는 7 년간 기자생활을 통해 얻어진 글쓰기와 개념적 사고 훈련과 결합되어 작품세계의 주요한 기반을 형성해왔다. 

최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선보이는 《현대차 시리즈 2015》에 선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2015)를 개최하였으며, 이외에도 하이트 컬렉션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2014), 서울 괴테인스티튜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2013), 로댕갤러리 《49 개의 방》(2004) 등 대표적인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백남준아트센터 《달의 변주곡》(2014), 제 9 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 테이블》(2012),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여백의 발견》(2007), 독일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 (Kunstverein) 《Parallel Life》(2005)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경기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경주 우양미술관 (구 아트선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공공미술 작업으로는 여의도의 <바람의 길>(2010) 등이 있다. 작품 활동 외에도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2013), 『그 남자의 가방』(2001), 『그림 없는 미술관』 (1996) 등 작업과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저서를 출간하였다. 2005 년 제 19 회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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