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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 잠식(蠶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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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식(蠶食) encroachment

이정배/Jeongbae Lee/ 李正培/ sculpture.photography

2016.12.27 ▶ 2017.02.25 / 일, 월, 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0112_목요일_5:00 pm
관람시간 / 11:00 am ~ 06:00 pm / 일요일, 월요일 휴관

피비갤러리
PIBI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125-6 1층
Tel. +82. (0)2. 6263. 2004

www.pibigallery.com





이정배_기둥_F.R.P, urethane paint_30x23x300(h)cm_2016


피비갤러리는 국내외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한편, 50세 미만 한국작가의 도전과 실험을 지원하고 국제무대로의 도약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설립되었다. 2016년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시로, 전통산수화의 풍경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온 이정배 작가의 개인전 “잠식(蠶食)”을 개최한다.

 


이정배_백록-달콤한(잠실)_ pigment print_155x250cm_2016


“가만히 서울 시내를 내다 본다. 대구도 그렇지만 서울도 산에 둘러 쌓여있다. 그런데 서울 안에서 산을 바라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중첩된 건물들이 온전한 산의 모양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운이 좋으면 건물들 사이로 유령처럼 출몰하는 산의 일부를 볼 수도 있다.” – 작가노트에서 발췌


이정배_백록-달콤한_F.R.P, urethane paint_66x57.7x4.2cm_2016

이정배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산수화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들을 고찰해 왔다.  동양화에서 산수화는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성도 함께 다룬다. 즉, 자연이 갖는 절대적인 우위와 이로부터 깨닫는 삶의 이치, 현실 너머 이상향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유(思惟)를 담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재단되고 욕망에 의해 사유화되어 왔다. 


작가가 2010년에 선보인 “욕망의 조각 시리즈”<Collection>은 오늘날 가장 흔하게 맺어지는 인간과 자연 관계에 주목하여 시작된 자칭 “자본주의식 산수화”다. 본 작품은 작가 자신이 방문한 명승지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일부를 칼로 썰어온 것처럼 인위적인 단면을 띄는 미니어처의 형태로, 레진과 나무로 재현한 풍경이다. 이정배는 산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정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욕구를 상정하는 요소들을 우선 순위대로 나열함으로써 자본에 의해 소유물이 되고 규격화된 자연에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바를 하얗게 탈색된 풍경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후 국립공원과 명승지 바위에 대기업 아파트 상호가 새겨진 모습을 다룬 “정원시리즈”(2012)는 과거 선조들이 시(詩)를 바위에 새겨 자연과의 조화를 공적으로 향유했던 것에 반해 오늘날 법으로 보호받는 자연마저도 자본에 의해 순식간에 점유되어 파생될 수 있는 풍경들을 제시한 것이다. “인공폭포”시리즈(2013)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폭포’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용대리 매바위를 주목해 발전된 작업으로, 전통 산수화에서 속세를 벗어난 이상 세계를 상징하는 ‘폭포’가 오늘날 자본의 축적을 위해 얼마든지 조성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폭포’는 인간이 추구하는 또 다른 이상 세계의 표상으로서 상품화될 수 있는 풍경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정배_회색-짙은_F.R.P, urethane paint_42.3x57x21.3cm_2016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부분이 된 전체” 시리즈는 자연을 격리시켜 관리하는 명승지나 특정 장소가 아닌 우리의 일상 터전에서 마주하는 도심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달맞이 공원>(2013)과 <잠실>(2013) 사진 작업은 넓게 포진한 건물들과 하늘 높이 뻗은 고층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자본에 의해 빼곡하게 점유된 현주소를 보여준다. 빌딩들 사이로 간간이 보여지는 산과 하늘은 마치 조각난 파편처럼 목격된다. 이정배는 이와 같이 아직 점거되지 않은 조각난 자연의 모습들을 “욕망의 조각 시리즈”에서 시도한 대로 전체에서 일부를 도려내듯 별도의 공간에 가져온다. 


이는 자본가의 눈에 곧 사유화 될 대상이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풍경이다. 작가는 인공 재료인 FRP와 알루미늄 패널로 건물에 가려지지 않은 산과 강의 형상을 제작했는데, 이는 입체를 통해 이미지의 재현이 줄 수 없는 실재성(實在性)을 물리적으로 제시한다. 광택이 흐르는 이들 오브제들은 대상을 손에 쥐려는 자본가의 시선이 투영된 욕망의 결정체와 같이 빛을 발한다. 벽면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조각들은 잡지에서 상품을 돋보이기 위해 사용되는 전형적인 배경색 즉, 일명 ‘달콤한 칼라’로 도색되었다. 이는 본래 존재하던 자연이 거대한 빌딩들에 우위를 뺏기며 도심의 배경으로 전락된 양상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드로잉은 보다 효율적인 경제성과 통제를 위해 세워진 도로와 해안 간척지 모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수평적 시점에서 풍경을 바라본 기존의 시리즈와 달리 수직적 시점에서 대지를 감찰한 욕망의 지형도라 할 수 있다.

 


이정배_분홍_F.R.P, urethane paint_56x60x4.4cm_2016


이정배는 과도한 욕망과 자본에 의해 잠식된 자연의 일부가 본연의 성질과 의미 모두 상실된 점에 주목한다. 그는 기하학적인 도심 풍경만큼이나 도형처럼 보여지는 분절된 자연의 모습을 자본의 산물이자 기념비라고 칭한다. 이러한 자연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이자 현대인에게 보기에 좋고 먹음직한 욕망의 표상으로 전이된다. 

  

채영옥 /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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