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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의 경계읽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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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간, 매체 간 경계에 대한 담론이 부각되면서 현실과 가상, 평면과 입체, 실제와 시뮬라르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이러한 현상을 작가들의 작품 스타일을 통해 다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기획전시.
현실과 허구의 경계읽기_Fiction and Nonfiction


강효연 |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은 가을,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미술을 감상하는 하나의 예로 ‘미술읽기’를 소개한다. 작가들의 문학적 사고가 미술작품을 이해하려는 관람객들에게 전달되어 공감대가 형성되고, 개념미술의 이해에서 출발해 표현되어지는 ‘미술읽기’의 방식들이 어떠한 형태로 표출되는지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이해하고자 마련하였다.

이 전시는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허구, 개념과 이미지 사이를 교묘하게 교란시키는 작가들의 감수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사진이나 영상 매체가 이제는 단순히 기록의 범위를 넘어서 이미지를 조작하고 상황을 새롭게 연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 현실을 의도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매체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이는 반응하는 작가들의 시도, 바로 21세기의 다원화된 문화현상과 사회구조 그리고 개인적 감수성을 토대로 형성된 잠재된 이야기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려서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전환되어질 수 있는 상황연출로써 ‘현실과 허구’의 관계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접점에서 작업하는 작가들, 픽션인지 사실인지 애매모호한 작품들을 다룬다. 사진과 영상으로서의 다큐멘터리가 픽션과 만나서 개인사적, 사회적, 역사적 이야기를 초월한 새로운 의미의 이야기로 재탄생되어진다. 이러한 시도는 다양한 매체의 활용과 장르 간 협업을 통한 현실의 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한 예로 조각의 확장된 영역으로서 ‘설치’의 의미는 설치를 위해 사용된 오브제 그 자체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재현 영역에서 그것이 암시하는 상황에 관계함을 통해 드러난 현실의 반영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시되어진 다큐멘터리식 미장센(연출)이나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나 부조리를 초월할 수 있는 예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미술을 바로 ‘픽션과 논픽션’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인들에게 이 전시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예를 위트 있게 제시하면서 작가들의 작품 스타일을 통해 장르 간, 매체 간의 경계에 대한 담론은 물론 현실과 가상, 나아가 ‘실재와 시뮬라크르(복제)’에 대한 논의 또한 다각도에서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전시이기를 바란다.

남서울분관의 전시공간을 고려해서 한 공간에 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펼쳐지도록 구성했으며, 일반인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방마다 키워드를 제시했다. 제시되는 단어 뒤에 붙는 ‘되기’와 ‘하기’와 같은 보조단어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이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작가의 창작의지가 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되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시, 부르기┃정혜경 Jung Hye-Kyung

서른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작가 정혜경은 인생에서 꿈보다는 현실의 무게가 크게 느껴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곡을 떠올리고 다시 듣기 시작했다. 작가는 이를 계기로 80년대와 90년대의 감성을 대변했던 가수 김광석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했다. 김제동, 신은영, 유민호, 이보성, 연영석 등 김광석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세대들로부터 인터뷰를 하고 이를 편집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김광석 보고서>을 통해 작가는 과도기적 세월을 경험한 세대와 바로 김광석을 열광했던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누구보다도 일탈을 꿈꾸고 노마드적 감수성을 간직한 작가 정혜경이기에 김광석의 멜로디는 창작을 위한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작가는 모성애를 발휘하듯 평소 오토바이를 사서 세계일주를 꿈꾸던 가수 김광석을 위해 기타로 만든 오토바이 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오토바이 <세계일주>를 만들었다. 작품에서 작가는 오토바이에 김광석을 태우고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보내준다. 대중문화와 조형예술의 접점을 찾아가는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세대를 초월해 남녀노소 서로 간에 소통하고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기를 희망한다. 바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 음악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작가 정혜경에게 픽션은 같은 세상에서 함께 공감하고 꿈꾸는 것이 아닐까.





추억하기┃박화영 Park Hwa-Young

박화영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단절된 개체들 간의 소통을 시도하는 작가이다. 이번에 출품된 <드라이브>는 우연히 재개발 아파트 단지 공터에 버려진 낡은 피아노를 발견하면서 전개되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피아노를 매개로, 소위 ‘소비되고 쓸모없어진 피아노’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드라이브>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혼재하는 4채널 비디오, 8채널 오디오 작업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악기’를 통해 ‘기억과 상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채널은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각각의 음색과 선율을 연주하듯이 독립적으로 펼쳐지면서, 또한 합주하듯이 서로 교차하고 충돌하게 된다. 4개의 영상은 ‘인터뷰’, ‘청소’, ‘운전’, ‘채취’라는 4가지 테마로 분류되어 동시에 상영된다. ‘인터뷰’에서는 피아노를 발견한 사람을 통해 신체에 대한 기억을 듣는다. ‘청소’에서는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운전’에서는 부서진 피아노를 싣고 서울 시내를 달리면서 형성된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여기서 길의 굴곡은 악보가 되고 자동차는 달리는 악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채취’에서는 30여년 된 피아노 속에서 발견된 물건들을 단서로 에피소드를 형성한다.
작가는 버려진 악기를 매개로 기억과 상상의 이중적 요소를 동시에 만들어나간다. 다시 말해 작가는 피아노를 통해 현실 속에서 상상을 하고 허구의 세계를 추정함으로써 피아노의 에피소드를 실재하게끔 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읽기┃오용석 Oh Yong-Seok

오용석은 다양한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을 연출하고자 영화의 한 장면과 작가 자신이 촬영한 실제 현실을 뒤섞어 불분명한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작가의 기존작품인 <드라마>시리즈의 제작 방법은 동일한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공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방식이자 파편화된 기억의 조합으로 존재의식의 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추억들을 쫓아가는 작가의 노력은 허구의 공간과 실제 상황이 만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전시한 <러브레터>라는 작품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에서의 한 장면과 현실 속 이미지가 중첩되어 보이는 작품이다. 배우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 앉아 ‘Moon River’를 부르는 장면과 한 남자(작가 본인이)가 창가에서 사랑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비행기로 접어서 날리는 장면이 동시에 상영되면서 하나의 영상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화 속으로 개입하는 작가는 관람객의 시지각을 교란시키며 매혹적으로 현실과 허구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치유하기┃박윤영 Park Yoon-Young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사건, 엑손 발데즈 선박 기름 유출사건, 조승희 총격사건, 캐나다 픽톤 농장 살인사건 등과 같이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은 작가 박윤영에게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왔다. 평소, 미스터리한 사건을 재구성해서 단서를 제공하고, 얽히고설킨 작가의 상상력은 추리소설과도 같이 몽환적 내러티브로 재탄생되어 펼쳐지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작품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매체의 다양성을 드러내며 소개된다. 하얀 병풍과 투명 아크릴, ‘픽톤 농장 살인사건’이 보도된 신문자료, 주홍색 페인트로 칠해진 좌대가 함께 전시되어서 신비로운 느낌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마틴 루터 킹의 암살에 사용된 총, 기름을 유출한 유조선인 엑손 발데즈호를 병풍 속에 그려 넣고 비극적 행위 혹은 사건을 멈추게 하는 의미로 원주민들이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식물들(일종의 환각을 일으킨다고도 함)을 함께 그려 넣었다. 이러한 시도는 정화의 의미를 가진 자연식물들이 비극적 사건의 문젯거리인 ‘총’, 바로 물리적 방아쇠를 제어함으로써 치유의 공간으로 안내함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공간을 욕망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들을 버려야 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익슬란(IXTLAN)’을 제시하게 된다. 작가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과거와 현재, 현실과 몽환의 세계에 비유하며 실제 사건들을 모아서 재구성한 작품을 통해 ‘익슬란’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접촉하기┃김해민 Kim Hae-Min

김해민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미디어아트를 꾸준히 발전시켜온 작가다. 특히 형식적인 매체의 가능성보다는 매체의 속성을 이해하고 매체의 활용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고자 노력해 왔다. 이번에 출품된 <접촉 불량>은 2006년도에 제작된 것으로 90년대 초에 선보인 와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모니터의 안과 밖에서 작용하는 힘의 논리를 다룬 점이 같은데, 는 모니터 내부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작품은 모니터 밖에서 조정하는 것이 다르다. 접촉이 불량한 TV 모니터를 물리적 힘을 가해서 영상이 제대로 나오게끔 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TV를 타고 흘러나오는 장면들 또한 정상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의 다양한 이미지들 중에서도 전쟁장면, 분단의 아픔, 이산가족, 욕망, 종교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부조리한 이미지들이 흘러나온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세계를 담고 있는 TV모니터를 작가는 열심히 건드려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인간의 손을 통해 안과 밖이라는 분리된 공간에서 관계하려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상, 작가에게 모니터의 안과 밖은 어느 것이 허구이고 현실인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작가는 영상매체의 기술적 측면을 통해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호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모니터의 안과 밖의 공간은 바로 우리의 현실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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