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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대를 품고 세상을 보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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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월간 미술세계 기획 문인화 초대전「가슴속에 대를 품고 세상을 보네展」


▶본지가 기획한 <가슴속에 대를 품고 세상을 보네展>은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 그리고 그것이 현대미술로서 건강한 생명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을 전제로 동시대 한국미술을 선도해 나가는 역량 있는 작가들을 선정, 전국 각 시도에서 선정된 180명의 작가를 초대하여 인사동 중심의 5개 주요 화랑에서 대규모 기획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신문 지면을 통한 세상 읽기를 시도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작가 개개인의 감상을 그림으로 표출하였으며, 그것이 문인화 정신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이자 반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문의 기사 자체를 토대로 하여 오늘날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읽히지 않는 화제에 대한 반성이자 전시에 대한 관심 제고 및 홍보를 전략적 선택으로 삼았습니다. 신문을 통한 세상 읽기를 충실히 시도해 본다면 문인화의 경직된 소재주의는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을 바탕으로 문인화가 가진 질곡을 타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을 준비하여,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유롭고 새로운 표정의 문인화 정신을 구현해 보고자 합니다.  



 ■ 전 시 명 : 2008 월간 미술세계 기획 문인화 초대전 「가슴속에 대를 품고 세상을 보네展」

 ■ 전시기간 : 2008. 3. 26(수) ~ 4. 1(화) (7일간)

 ■ 오 픈 식 : 3. 26(수) 오후 3시 하나로갤러리 옆 교육관 (세미나 - 김상철 주간) 

 ■ 전시장소 : 동덕아트갤러리, 모란갤러리, 물파스페이스,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하나로갤러리

 ■ 참여작가 : 강대화 강숙인 강인숙 경정숙 공명화 곽용남 곽원미 곽은주 구본아 구성희 구지회 권숙자 김경자                                       

                     김권자 김도연 김도진 김명숙 김민숙 김병윤 김복란 김상두 김선주 김선회 김성님 김순자 김승혜

                     김아영 김안영 김영자 김영자 김영철 김영희 김용귀 김용성 김은옥 김재홍 김정의 김정희 김종섭                     

                     김주용 김준오 김지영 김진희 김창배 김형규 김혜겸 김혜숙 남우자 남중모 노원희 노정숙 리홍재

                     명자혜 문연남 문혜선 민은숙 박광희 박명숙 박병배 박봉하 박세호 박숙향 박요아 박운홍 박은진                      

                     박정동 박정숙 박정원 박종회 박태후 박현숙 방귀자 배진희 배한조 백범영 백준선 서경원 서미령

                     서순희 서정원 서지오 선학균 손수용 송수남 송연수 송영숙 신광기 신수호 신영숙 신은숙 신하순                     

                     심우섭 안  엽 안종중 양승희 엄주월 우종택 유수종 유승연 유환영 윤명순 윤순원 윤양숙 이가연

                     이경자 이경화 이계수 이명희 이문재 이삼숙 이상숙 이상태 이석인 이세정 이순란 이순애 이연옥                     

                     이영숙 이영임 이영희 이옥세 이원동 이윤정 이윤호 이은영 이일구 이재승 이재영 이정근 이종용

                     이지향 이향란 이현숙 이현열 이혜옥 이홍화 임미자 임봉규 임숙희 임원빈 임환철 장복실 장영혜                     

                     장재운 전건형 정성석 정성태 정순아 정순태 정영남 정효이 조광익 조국현 조문희 조성일 조순길

                     조영애 조인원 주영남 차영심 최선희 최소희 최영성 최영희 최은숙 최종철 최창길 최형주 하부희                     

                     허임석 홍분식 홍석창 홍성여 홍수정 홍형표 황경숙 황명주 황연섭 황외성 황용래 (180명)

 ■ 전시내용 : 참여작가 180명 작품-1인당 1~2점 (총 300여점 전시)

 ■ 주최/주관 : 월간 미술세계                      

 ■ 후    원 : KBS, (사)한국미술협회 






빈 언덕에 죽은 대나무를 심네.胸無丘壑, 胸有死竹

                            

    -  전시를 기획하면서  -



  남종 문인화는 오랜 역사적 발전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축적되어진 조형적 경험과 사상적 내용들은 바로 동양회화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 남종 문인화의 위상 역시 그러한가라는 물음에 선뜻 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의 문인화는 전통미술의 적자이자 실체로서 응당 지녀야할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그 존재가치마저 회의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처해있다 할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질곡의 상황은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 그리고 그것이 현대미술로서 건강한 생명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저 문인화가 전승되어진 전통적 형식이기에 존숭되어야 한다는 진부한 논리나, 그 안에 무엇인가 소중한 것이 내재되어 있다는 모호한 이론으로는 오늘의 어려운 상황은 타개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과 오늘의 상황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실천만이 오늘의 질곡을 타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일 것입니다. 

  문인화는 그 자체가 일정한 계급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봉건시대의 지도 계층이던 문인들이 자신들의 소회나 감상을 그림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이들이 표현하고자 하였던 감상이나 소회는 바로 현실의 반영과 비판이었습니다. 결국 문인화는 봉건시대의 지배계층이던 문인들이 詩.書.畵를 통해 현실세계를 반영하고 자신의 감상이나 소회를 표출하였던 독특한 회화 형식이었던 샘입니다. 봉건시대와 근대의 구분은 사회적 계급성의 타파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때 이러한 전통적 문인화는 지난 시대의 형식이자 내용이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근대 이후 이루어진 학문의 분화는 이미 詩와 書를 독립된 학문과 장르로 발전시켜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인식과 사회적 상황을 전제로 할 때 오늘의 문인화가 진정 현대성을 지닌 생명력 있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 

  사실 오늘의 시대에는 전통적 의미의 문인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문인화를 지향하는 이들은 대부분 작가로서의 문인화를 추구하는 것이지 문인의 여기로서 문인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시대의 문인의 장점이 詩와 書에 있는 것이라면 현대 문인화가들의 특장은 畵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인화를 서예의 범주에 두거나 그 줄기로 인식하는 것은 심각한 시대적 착오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인화는 서예의 한 줄기가 아닌 독립된 장르로 발전하여야 하는 것은 선결되어야 할 인식이라 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문인화가 즐겨 다루던 사군자 중심의 소재들은 전통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대쪽 같은 선비가 드물기에 대나무를 그렸고, 현실 정치에 대한 염증을 노근란을 통해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직된 해석과 몰이해는 급기야 소재주의로 귀결되어 오늘날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고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시대의 문인이 갖는 의미는 전인적인 교양을 지닌 지식인으로서 일 것입니다.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교양인으로서의 안목과 견해를 가지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하며 기록하는 것이 이른바 현대 문인화의 새로운 모양이 될 것입니다. 문인화의 정신이 반드시 松竹에만 있고 四君子에만 깃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문인화는 소재주의를 극복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살아있는 회화로 거듭 나야 될 것입니다.

  이상의 문인화에 대한 이해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현실에 부합되는 문인화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이번 전시의 대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봅니다.

 

1. 문인화의 근본정신이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를 비판하는 것이라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시대와 사회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표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여타 회화 장르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문인화 특유의 두드러진 특장일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전통 문인화의 진부한 소재주의의 폐단은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문인화와 서예, 시는 이미 독립된 장르로 분화하여 발전하고 있다 한다면, 굳이 화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더욱이 다른 이의 감상이나 느낌을 마치 자기 것 인양 옮겨 쓰는 화제나 쓴 사람도 읽을 수 없는 한자 화제의 병폐는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시대를 반영하고 이 시대에 가장 잘 읽힐 수 있는 화제 중 하나는 아마 신문일 것입니다. 작품을 보는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화제 문제는 선결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일간신문의 기사를 화제로 대신하고, 작가는 이를 자신의 느낌을 통하여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며, 신문 기사는 작품 옆에 별도 화제로 첨부될 것입니다.


3. 문인화의 표현 요체는 함축과 은유, 그리고 절제에 있다 할 것입니다. 만약 대상에 대한 직설적이고 즉물적인 표현에 치우친다면 그것은 문인화라기 보다는 일반 회화에 가까울 것입니다. 문인화의 요체가 뜻을 표현한다(寫意)에 있다 할 때 문인화는 분명 뜻 그림이라 할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전형이나 양식의 재현이 아닌 작가 개개인의 세상을 읽는 눈과 마음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4. 흔히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 말하는 전통적 필묵관은 보다 풍부한 회화적 표현을 위하여 서예의 조형 경험을 차용한 것입니다. 현실의 반영하고 표출한다 할 때 오늘의 시대상은 전통적인 필묵만으로는 온전히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다기한 양태를 띄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필묵의 표정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때라 여겨집니다. “필묵은 시대를 따라 변한다.”라는 옛 선인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문인화에 주어진 하나의 화두라 할 것입니다. 


5. 작품의 형식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현재 호수 중심의 화면 형식을 따르고 있는 문인화의 화면 형식은 일종의 방편일 따름입니다. 형식과 내용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상호 부합할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전지, 반절, 대련, 병풍 같은 전통적 형식의 회복을 통한 문인화의 새로운 표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상 거칠게 정리해 본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문인화에 대한 엄정한 비판과 반성을 바탕으로 문인화가 처한 현실적 질곡을 타파하고 진정 현대를 호흡하며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한 번의 행사나 기획으로 그 답이 구해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시도와 모색을 통해서라도 자구의 활로를 모색치 않는다면 문인화는 절로 고사하고 말 것입니다. 이제 문인화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그윽한 언덕(胸中丘壑)을 거닐며 창창한 대나무(胸有成竹)를 다시 가슴에 담아 볼 때라 여겨집니다.  

- 전시 기획자 미술세계 김상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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