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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데이빗슨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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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전통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사진전문 화랑인 갤러리 뤼미에르(517-2134)는 “20세기 세계 명작 사진展”을 시작으로 첫 문을 열었고, 세계적인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결정적 순간展”을 성황리에 마쳤다. 적 스터지스의 아름다운 누드展에 이어 2005년부터 세계사진시장의 경향을 보여주는 현대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유럽과 뉴욕에서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마이클 엑커먼의 사진전에 이어 다큐멘타리 사진의 대가 ‘브루스 데이빗슨’의 사진전을 기획했다. 3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인 색채로 20세기 사진계의 한 획을 그은 브루스 데이빗슨의 대표작 <지하철>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2004년은 뉴욕 지하철이 생긴지 100년이 되는 해로 미국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전시가 뉴욕시미술관(the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에서 기획되어, 지하철을 주제로 한 세 명의 사진작가(Bruce Davidson, Camilo Jose Vergara, Sam Hollenshead)의 전시가 동시에 열렸다. 이 전시에서 브루스 데이빗슨의 지하철 사진(“Subway: Photographs by Bruce Davidson”)은 단연 돋보였다. 많은 관람객들을 25년 전 지하세계로 이끌며 생생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한 것이다. 노장의 사진가는 관람자들에게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사진들을 통해 과거와 조우하며,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다. 

갤러리 뤼미에르 최미리 대표가 2005년 2월 뉴욕에서 열린 제25회 AIPAD(the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Photography Art Dealers)를 다녀오면서, 다큐멘타리 사진의 거장인 브루스 데이빗슨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작가 역시 자신의 대표작인 <지하철> 사진 중 30점이 한국에 소개 되어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하루 세 번 마련 된 Gallery talks 시간에 브루스 데이빗슨과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작품설명과 함께 들을 수 있다.



전시 소개 


1980년대 초, 브루스 데이빗슨의 카메라 렌즈는 여러 인종들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뉴욕의 지하철만을 응시한다. 지하철을 통해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을 클로즈업한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연인들, 자신감 넘쳐보이는 표정, 긴장한 얼굴, 삶에 지쳐 늘어진 모습, 폭력적이고 난폭한 장면 … 그의 작품은 어둡고 거칠며 위험하기도 하고, 때론 밝고 아름답기도 한 현실을 생생한 시각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출퇴근 시간,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전철 기둥을 꽉 쥐어 잡은 주먹들. 마치 사슴이 놀란 듯 호기심 많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듯, 카메라 렌즈를 쳐다보고 있는 털코트를 입은 중년의 여인. 해질 무렵, 멀리 지하철 선로가 보이는 지하철 야외 플렛폼 위에 5명의 불량배가 도전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비밀경찰이 용의자에게 총부리를 대고 있는 사진. 얼룩진 창문너머에 묘지가 보이고, 그 창문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이런 사진이 있는 반면 브루스 데이비슨이 지하철에서 찾아낸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있다. 이는 있음직하지 않은 세팅 때문에 오히려 더 빛난다. 한 여인이 금속과 대비되어서 마가호니처럼 빛을 발하는 사진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지오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사진이다. 멀리 황혼의 하늘에 대비되어서 놀이바퀴의 빨간 빛이 반짝 거리고, 거기에 Ferris 놀이바퀴를 보려고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창문에서 밖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진은 놀이 동산으로 달려가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동심을 읽을 수 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10대 소녀가 지하철 차량과 차량사이에 있는 체인 위에 살짝 앉아있는 사진은 사랑스럽고 무의식적인 단아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는 아름다운 것이 추잡해지고 추잡한 것이 아름다워진다…… 전철에 있는 사람, 지하철의 금속 표면에 나란히 앉아있는 승객들의 몸체, 심지어 깊은 어둠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라며 자신이 지하철 사진을 찍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다큐멘타리 사진가로서 든든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브루스 데이빗슨에게 지하철은 현실을 살고 있는 세상 안의 또 다른 한 세상이었으며, 그 안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작가의 감성을 표출할 수 있는 적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브루스 데이빗슨의 지하철 탐험은 1980년 봄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른 아침 또는 늦은 밤시간 구별 없이 600마일이 넘는 지하철을 다니면서 계속되었다. 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뉴욕 지하철에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순수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진솔한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지하세계를 통해서 인생의 희로애락,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한정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마치 이러한 인간의 운명을 직시하라는 듯이... 


우리의 지하철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지하철, 바다 건너 먼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것이 발산해내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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