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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개인전 : 생명에 관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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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개인전
'생명에 관한 사색'




■ 전시개요

전 시 명 : 김용수 개인전
               '생명에 관한 사색'
전시기간 : 2023. 10. 14(토) - 10. 23(월)
초대일시 : 2023. 10. 14(토) 오후 5시
전시장소 : 정문규미술관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5길 55-3)
                 T. 02-3673-3389



               
                         
■ 작가의 말
    
                한 스승이 말했다.
            
                “작품에는 울림이 있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해.
                 나머지는 한낱 재주일세”
         
                 이 한마디는 가슴에 비수처럼 꼽혔고
                 오랜 옹알이 끝에 비수는 꽃이 되었다.
 
                 선생은 조각을 몰랐으나
                 나는 그 물음에서 조각의 모든 것을 배웠다.

                 늦었으나 
                 스승과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

       
                             2023. 10. 14 





■  평론

생성 변화의 이치, 뜻을 지닌 조형
                                             

옥  영  식 미술평론가


I. 김용수 작가의 작품은 우리 고유문화 문법인 역(易)의 사유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른바 태극 음양오행입니다. 역이란 우주 만물의 생성 변화의 이치와 질서를 말합니다. 역의 세계관은 서구의 분석적 기계론적인 세계관과 달리 생성적 혹은 유기체적 생명관이 특징입니다. 작가는 역의 논리에서 현대 조형에 대한 어떤 대안적인 모색을 일찍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1981년, 현대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 교수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에 대한 독서는 이러한 사유를 고무시켜 주었습니다. 또 거슬러 소년기에 본 운동장에 펄럭이는 만국기 속의 태극기가 준 선명한 디자인에 매료된 것입니다. 이것은 역에 대한 원체험에 해당합니다. 그는 이에 머물지 않고, 태극이 지닌 그 이치를 학구적으로, 혹은 수행적으로 규명하고자 매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성과는 1996년에 작성한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 <생성적 현상에 대한 역동성 연구> 입니다. 이 에세이는 자신의 실존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쓰였습니다. 1991년 2월 겨울, 어느 날 고목이 된 배나무의 등걸에서 <움>이 트는 장면을 보는 찰나에,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정중동(靜中動)>에 대한 의문이 타파되면서 심신을 관통하는 전율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또 한편 2005년, 대학 강의 시간에  오고 간 문답 가운데서 학생이 내뱉은 한마디, <그냥>이란 말을 듣는 순간. 천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의문이 타파되면서 황홀한 기쁨의 섬광 체험을 하게 된 사실입니다. 이러한 우주적인 실존적 체험으로 하여 작가는 천지 만물의 원기(元氣)인 생명력이 지닌 본질의 직관과 함께, 생성 변화의 역동성을 통찰하기에 이르고, 그 이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II. 작품 내용을 이미지로 크게 구분하면 <수행 이미지> < 화생 이미지 <생성의 이치>를 담은 것, 그리고 <별자리 이미지>가 됩니다. 수행을 표상하고 있는 이미지는 <삶의 춤>입니다. 소품으로 하나의 모형이나 표본처럼 어떤 원형적인 구조와 내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구조체에서 전통적인 기수행인 내단(內丹)의 상징을 봅니다. 원반(단전)을 토대로, 그 위에 솟아 있는 원통의 기둥은 일기(一氣)로서 <연정화기(練精化氣)> 단계, 사방으로 날개처럼 된 부분은 <연기화신(練氣化神)> 단계, 꼭지가 향하는 허공은 <연신환허(練神還虛)> 단계로 해석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조형은 무량무변한 태허(太虛)의 원기를 지향하는 위계를 보입니다. 그리고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지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화생>이미지에서, 순수추상적인 경향의 작품으로 <침묵의 춤> <침묵의 춤-카오스>입니다. 원반의 바탕에서 생겨난 일기가 허공에 태극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 일 획의 일필휘지 같은 역동적인 선의 파동인 공간 드로잉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노자 42장의 “도는 하나(태극)를 낳고, 하나는 둘(음양)을 낳는다”하는 생성 원리를 은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생>이미지에서 ‘새 연작’은 비 형상적인 것과 형상적인 것의 관계를 역의 사유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밝 새>를 살펴보면, 원반인 무극(無極)을 바탕으로 해서 뻗어 올라가는 원기둥은 일기(一氣)라고 볼 수 있겠고, 그 위에 각이 지게 튀어나온 양(陽 ː 直, 剛, ⚊)의 부분과 둥근 음(陰 ː 曲, 柔, ⚋)을 거쳐서 음양 화합의 제3의 자리인 몸체가 되고 날개 부분으로 형성됩니다. 가로로 비스듬히 뻗어 나온 곡선적인 것이 ‘음’이라고 한다면, 위로 솟구치고 있는 부분은 ‘양’이 됩니다. 그리고 새 머리 쪽으로 오면서 다시 합일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마리의 새는 태극 음양을 지닌 하나의 무한 생명체, 완성체임을 표상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생성의 원리는 새는 물론 다른 형상을 지닌 만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치입니다. 그래서 형상 없는 추상의 부분과 형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어떻게 화합하여 하나의 생명 현상으로 생성되는가를, 조형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얀 새의 동경>이라는 작품에서는 비 형상과 형상을 수렴해서 하나의 새로운 구상성의 차원으로 이루어진 형상이라고 봅니다. 올라가는 기둥은 일기라고 한다면, 새의 몸통 부분이 ‘양’이 되고 거기서 곡선으로 휘어져 크게 운동하고 있는 부분은 ‘음’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음양이 화합해서 길게 뻗어나온 목 부분이 화(和) 합일체이며, 거기서 태극인 머리가 생겨납니다. 몸체의 녹색은 자연성의 차원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새 연작중 <부활>이란 제명도 상징성을 지닙니다. 쇠퇴하거나 없어진 것이 다시 성하게 일어나는 것을 부활이라고 했을 때, 그 의미는 마치 역의 사유가 지닌 문화 문법의 전통이 다시 살아남을 뜻한다고 봅니다. 특히 작가가 ‘새’ 연작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도 우리 문화의 새 상징의 전통에 관심을 둔 것입니다. 그리고 동서양에 걸쳐서 새가 지닌 영적·정신적인 가치로서의 초월성, 무애한 자유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 <생성의 이치>를 표상한 부분입니다. 여기에는 역의 이치를 담고 있는 주역의 괘상(卦象)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집니다. 그래서 <씨-곤괘로부터>라는 것은 중지곤(重地坤, ䷁)이 소재입니다. 위아래가 음(陰, ☷, 凹, 地)으로 오목한 사각 형상이 서로 맞물려 있고, 그 가운데 머금고 있는 것이 <씨>가 됩니다. 주역에서 땅(地)의 덕성은 만물을 포용하고 기른다고 한 점을 조형화했습니다.

<움-주역 천부지재>라는 작품은 주역의 뜻으로 ‘하늘이 덮고 땅은 싣는다’는 이치를 조형한 것입니다. 작품에서 하늘(天, 圓,)은 은빛으로 둥글게 위에서 감싸고 이어지며, 땅(地, 方,)은 진초록으로 받쳐주면서 그 사이의 연두빛 형상이 싹트는 하나의 생명(움)으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스테인레스 강철의 은빛과 어울린 색채감은 생성의 뜻을 한층 더해줍니다.

<잉태-지천태괘로 부터>는 역시 주역의 괘 가운데 가장 길하다는 뜻을 지닌 지천태(地天泰, ䷊)를 소재로 했습니다. 괘에서 위는 음(地, ☷, 陰, 凹, 方, □)이고, 아래는 양(天, ☰, 陽, 圓, ○)이 자리합니다. 기운으로 볼 때 음은 내려오고, 양은 올라가는 가운데 서로 만나서 교감하고 화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잉태합니다. 작품이 지닌 조형의 구조는 이러한 이치를 보여주며, 비스듬히 받치고 있는 부분이 조화(調和)의 기운인 충기(冲氣)을 표상합니다. 그래서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지천태의 이치로 화생한다는 사실을 보입니다.

<붕새>는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붕새(鵬)가 소재입니다. 장자의 표현에 의하면, 붕새는 날개의 길이가 3천리며, 한 번 날갯짓 하면 9만리를 나르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하나의 새를 빌려서 구속이 없는 절대의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니는 것을 상징한 것입니다. 작품에서는 ‘푸른 빛’을 지니고 솟아오른 삼각형의 산 위에 추상성에 가까운 ‘은빛 새’의 큼직한 모습이 붕새입니다. 역의 사유에 의해서 이 작품을 살펴보면, 여섯 용(龍)으로 상징되는 중천건(重天乾, ䷀)의 4효와 5효의 이미지로 대입이 됩니다. 산은 4효의 약룡(躍龍)이고, 붕새는 5효인 비룡(飛龍)의 변용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별자리’ 문화와 관련된 두 작품입니다. <별들의 여행>은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마치 열쇠 모양으로 기다란 막대기를 기둥으로 뻗어 있는 것이 ‘자미성’이고, 밑 부분에 받치고 있는 네모 모양의 것이 ‘북두칠성’, 그리고 둥글게 감고 있는 곡선 형태가 ‘은하수’로 표상된다고 합니다. 

다시 역의 사유를 빌려서 살펴볼 때, 자미성으로 보이는 부분은 오행으로는 화(火, ☲)에 속하고, 은하수는 수(水, ☵), 그리고 북두칠성은 토(土)의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물과 불의 상호작용, 그것을 중재하는 토의 작용에 의해서 하나의 상관성을 지닌 완성체가 이루어짐을 보게 됩니다. 특히 하나의 은빛 몸체로 서로 어울린 모습은 형상은 다르지만, 별의 가족임을 상기시킵니다. 

<별의 설화>’라는 작품은 ‘북두칠성’과 ‘은하수’의 표상입니다. 변형된 마름모 형태로 크게 감싸고 있는 곡선의 유연한 모습은 은하수, 별들의 길입니다. 그 흐르는 길은 오행으로 수(水, ☵)가 되는데, 수 괘의 구조를 보면 바깥은 음(⚋)이고, 가운데가 양(⚊)입니다. 그 1양이 작품에서는 가운데 별모양의 ‘북극성’으로 어떤 근원적인 에너지로 표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두칠성은 은하수에 조화롭게 곡선형으로 유기적인 형체를 이루고 음(⚋)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끝자락에서 날카로운 양(⚊)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로는 음과 양을 구유한 태극의 성품입니다. 천상의  별들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일관되게 역학적 조형 사유가 보입니다. 

김 작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우리 생명의 기원은 빅뱅 이후 우주 탄생 과정에서 많은 별들이 생겨남에서 비롯하며, 그 별들의 생명에 의해서 우리 지상의 생명도 가능해졌다는 우주적인 실존을 깨달았고, 그 자각적 체험을 조형으로 표상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잊어버린 별자리에 대한 ‘행성 적 사유’를 다시 환기하게 됩니다.

III.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의 경향은 대범하면서 간결한 형태의 구조 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동적인 선과 선적인 면의 흐름으로 해서 기운을 표현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륨감, 양감이 상당히 우세합니다. 금속에 곁들인 색채는 단순한 조형미의 차원을 넘어서서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늘날 미술이 시각적인 면에서 조형성이나 조형감, 조형미를 추구하는 데에 치중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김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경향성을 넘어서, 뜻과 이치를 지닌 일종의 어떤 상징 조형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형미(造形美)를 겸비한 새로운 개념으로서 <조형의(造形意)>를 지닌 작품의 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2023. 9. 20


*** 편집자 주

옥영식(玉榮植, 1944~   ) 원로 미술평론가로 동서양 미술의 통합적 사유를 구축하는 한편, 오랜 수행 편력으로 그의 눈은 예리하고, 글은 지평이 넓고 깊다. 최근 한국 추상 조각 태두 김종영의 작품이 주역의 철리(哲理)를 함축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3년여에 걸친 연구 성과를 김종영 미술관 소식지에 발표함으로써, 한국 미술계의 지난한 서구 편향과 왜곡 현상을 돌아보게 하였다. 앞으로 그가 던진 의미는 화두처럼 한국 미술계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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