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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비 : 숨; ...비로소 숨을 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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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비 개인전
숨; ...비로소 숨을 쉬다
2021.9.1 - 9.7
갤러리H




전시평론
절대 자유의 세계를 찾아서: 숨쉬기와 마음 빗질

장진성(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동양회화사 전공)


박승비 작가의 이번 전시는 숨을 쉬는 행위를 통해 원기(元氣)를 흡입함과 동시에 정신이 원기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지극한 즐거움을 얻게 되는, 그 결과 인간이 스스로 자아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절대 자유인인 지인(至人)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승비 작가의 사유 및 작업의 시작과 끝은 숨쉬기, 즉 식(息)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다. 식(息)은 코의 모습을 본뜬 자(自) 자(字)와 마음을 뜻하는 심(心) 자가 결합된 것이다. 코를 통해 공기가 들어가고 나가며 숨쉬기를 통해 심장이 뜀으로써 인간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목숨이라는 말은 목을 통해 숨이 들어가 생명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숨쉬기는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코를 통해 공기를 들이마심으로써 몸속에 산소가 공급되고 심장이 뛰게 된다. 인간은 연속으로 숨을 쉴 수 없다. 따라서 숨을 쉴 때는 한번 공기를 들이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들이마셔야 한다. 숨을 고르게 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호흡법이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을 지닌 자연(自然)이라는 말은 고른 숨쉬기를 통해 얻은 자유로운 경지를 뜻한다. 스스로 자(自)는 코 비(鼻)의 옛 글자이다. 코로 숨을 편안하게 쉴 때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氣 숨결 -마음을 빗다Ⅳ 41×53cm, 23×53cm 장지에 분채, 혼합재료 2021


우리말에 기(氣)가 막힌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기색(氣塞)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가 막힌다는 숨이 막힌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기는 공기, 대기를 뜻하지만, 숨 또는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을 뜻하기도 한다. 『논어(論語)』 「향당(鄕黨)」 편에는 공자(孔子)가 조정에 드나들 때 바른 몸가짐을 하고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서술한 구절이 나오는데 그 중 “숨소리를 죽여(낮추어) 마치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하셨다[屛氣似不息者]”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을 통해 기(氣)와 숨[息]이 오래전부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는 글자 안에 쌀 미(米) 자가 들어있는데 본래 쌀알처럼 미세한 것이 수증기나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의미했으며 나중에 공기, 대기, 숨, 우주 만물의 생명력과 같은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박승비 작가는 숨쉬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기와 숨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였다. <氣, 숨결> 연작은 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기이며 이것을 들이마시는 것이 숨쉬기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명 에너지가 아무런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대지에 물 흐르듯 흘러가고 인간은 이 기를 마심으로써 숨을 쉬게 된다. 이 연작에 보이는 마치 눈[眼]처럼 둥그런 모양의 물체는 기(氣)의 상형문자이다. <숨>, <숨 쉬다>에는 한글로 숨 자가 그려져 있다. 숨 한 글자는 단순하지만 인간이 태어나면서 처음 쉬는 숨처럼 사람이 생명체로서 본격적인 삶을 살아가는 극적인 순간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는 엄마 배 속에 있다가 처음 숨을 쉬면서 인생을 시작한다. 숨, 이 한 글자는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준 가장 중요한 시작이었다. 숨을 쉼으로써 우리는 산다. 

숨을 쉬지 못하면 인간은 죽는다. 숨은 곧 생명을 유지해 주는 힘이다. 아울러 숨을 쉬는 것은 구속, 속박,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이자 해방이다. 숨을 쉬는 것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공기는 자연에 떠도는 기(氣)이다. 따라서 숨을 쉬는 것은 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공기는 원기(元氣)이다. 원기는 만물을 형성하는 근원이다. 『예통(禮統)』에는 “천지는 원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만물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天地者, 元氣之所生, 萬物所自焉)”라고 원기의 역할이 적혀 있다. 천지와 만물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원기이다. 숨을 쉬는 것은 단순히 산소를 흡입하는 것이 아니다. 숨을 쉬는 것은 하늘과 땅에 흐르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에너지인 원기와의 만남이다. 숨을 쉼으로써 인간은 자연의 생명력인 원기와 일체가 되며, 인간의 정신은 자유롭게 원기 속에서 노닐게 된다. 우주 만물의 근원적 생명력인 원기가 충만(充滿)한 곳은 숲이다. 나무, 풀, 이끼, 냇물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끊임없이 원기를 만들어내는 곳이 숲이다. 기문(氣門)이라는 용어가 있다. 기문은 기가 출입하는 곳이다. 기가 막힌다는 것은 기가 출입하는 문인 기문이 닫힌 현상을 말한다. 기는 문을 통해 어떤 제약도 없이 사통팔달(四通八達)함으로써 이 세상에 살아있는 생물에 생명력을 공급한다. 원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막힘도 없이 원기는 세상에 퍼져야 한다. 숲에는 원기의 흐름을 막는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숲에서 숨을 쉼으로써 원기와 일체가 된 사람은 휴식(休息), 안식(安息)의 즐거움을 느낀다. 휴식, 안식은 모두 평안한 숨쉬기를 지칭한다. 특히 휴식이라는 용어 중 휴(休) 자는 인간[人]과 나무[木] 글자가 합쳐진 것으로 사람이 나무 그늘 밑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사람은 나무 밑에서 숨을 고르게 쉬면서 자유롭고 평안하며 행복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박승비 작가의 <숲 숨>, <숲 숨결>은 수목이 번성한 숲에서 숨을 쉬면서 원기를 흡입하고 자유로운 몸이 되는 체험을 그린 것이다. 박승비 작가에게 숲은 절대적 자유의 쉼터이다. 이 쉼터에서 그는 모든 세속의 번뇌를 넘어선 절대적인 고요함, 즉 정적(靜寂)의 세계를 발견하였다. 숲은 고요하다. 사람이 침범하여 소리를 내지 않는 한 숲은 조용하고 자연의 소리만이 들린다. 고요한 숲에서 사람은 평안함의 희열을 느낀다. 박승비 작가의 <적정(寂靜)>은 원기가 충만한 숲에서 생각과 언어가 모두 끊기고 옳고 그름의 시비를 넘어 마음과 몸이 극도로 고요한 상태에 이른 경험을 그린 것이다. 화면에는 영자(英字)인 ‘silence’가 그려져 있다. <안(安)>은 박승비 작가의 말처럼 “모든 생각이 멈춰지고 호흡이 고르게 되면서 이르는 편안한 상태”를 보여준다. 안(安)은 안식(安息), 즉 평안한 숨쉬기를 의미한다. 숨이 고르게 되면 모든 잡다한 생각이 사라지고 사람은 절대적인 자유와 행복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氣 숨결 鳶飛魚躍 연비어약 23×53cm×2ea, 장지에 혼합재료 2021


이번 전시의 핵심 작품들인 <氣, 숨결> 연작은 장지에 흙을 발라 먹 또는 먹과 분채를 가한 후 표면을 긁어낸 작품으로 기(氣)는 마치 자유로운 물, 생동하며 우주를 떠도는 에너지의 흐름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원기를 들이마시면서 형성된 숨결은 바로 이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원기와 일체가 되면서 정신은 생동하는 에너지 속에서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된다. 종병(宗炳, 375-443)은 「화산수서(畵山水序)」에서 절대적인 정신의 자유로움을 ‘창신(暢神)’이라고 불렀다. 창신은 글자 그대로 정신이 막힘없이 펼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종병은 산수화의 기능은 인간의 창신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취(萬趣)가 신사(神思)에 녹아 있다. 내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 창신(暢神)을 할 따름이다(萬趣融其神思, 余復何爲哉, 暢神而已)”라고 하면서 웅장한 산봉우리와 구름 낀 숲을 그린 산수화를 감상하면서 사람은 정신의 자유로운 펼쳐짐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氣, 숨결>은 바로 창신의 경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水魚之交> 또한 <氣, 숨결>과 동일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물고기는 물을 만나 살아간다. 인간이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듯이 물고기는 물을 만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흐른다. 물은 약동하는 생명력 자체이다. 마치 원기와 같이 물은 생동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숨을 쉬면서 원기와 일체가 되듯이 물고기는 물을 만나 하나가 된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가듯이 사람은 원기 속에서 정신의 절대적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물과 원기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경계는 사라지고 만물은 하나가 된다[萬物齊同].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 사유, 관습은 모두 원기를 만나게 되면 허상이 되어 사라진다. 숨통이 트인다는 것은 사회적, 관념적 구속(拘束)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숨을 쉬는 것은 절대적 자유의 획득을 의미한다. 이때 우리를 짓눌러왔던 관념들, 가령 미(美)와 추(醜)와 같은 개념은 완전히 상대화되면서 원기 속에서 소멸한다. <美與惡>과 <唯與呵>는 아름다움과 추함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헛된 개념임을 비판한 작품이다. 정신이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게 되면 우리를 속박해 왔던 고정관념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박승비 작가가 2018년에 연 개인 전시인 <양양도도(陽陽陶陶)>전에 내놓은 작품인 <신유원기중(神遊元氣中)>은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자연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압축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정신이 자유롭게 원기 속을 유영(遊泳)하는 것을 뜻하는 ‘신유원기중(神遊元氣中)’은 장자(莊子)가 이야기한 소요유(逍遙遊)의 경지이다. 소요유는 정신의 자유로운 노닐기이다. 특히 ‘자신을 비워 세상에서 노니는[虛己遊世]’ 것은 자아를 버린 지인(至人)이 무한한 공간 속에서 어떠한 제약도 없이 우주의 원기와 하나가 되는 절대 자유를 의미한다. 지인이 누리는 이러한 절대 자유가 곧 양양도도(陽陽陶陶)이며 지락(至樂)이다. <양양도도전>에 출품된 박승비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지락(至樂)>에는 “무릇 그 경지에 들어가게 되면 지극한 아름다움과 지극한 즐거움을 얻게 되고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어 지극한 즐거움의 경지에 노니는 사람을 지인이라고 한다(夫得是至美至樂也 得至美而遊乎至樂者 謂之至人)”라는 글이 적혀 있다. 2015년에 박승비 작가가 연 개인 전시인 <다시 봄, 노닐다>에 출품된 개구리를 소재로 한 연작인 <봄>과 <내 마음의 봄>은 개구리를 통해 자유롭게 노니는 것의 지극한 즐거움을 다룬 작품들이다. 봄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개구리는 곧 지인(至人)과 신유(神遊)의 상징이다. 어떤 속박과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개구리를 통해 박승비 작가는 인간이 가야 할 절대 자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氣 숨결Ⅱ 53×41.3cm 장지에 혼합재료 2020




박승비 작가는 ‘신유원기중’과 같은 원기에 대한 근원적 탐색을 넘어 자신의 자연과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과 불교적 세계관을 융합하여 절대 자유의 경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는 <제행무상(諸行無常)>, <무(無)>,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서 세상의 만물은 순간마다 생멸(生滅),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교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생각이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닌, 또한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에서 만물은 상대화된다. 유무(有無)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의 어리석음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을 통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인연이 사라지면 그 실체 또한 없어지는 것이다. 즉,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박승비 작가는 이러한 불교적 세계관과 숨 쉬는 것의 상징성을 결합하여 원기 속에서 일체가 됨으로써 인간은 모든 경계를 벗어나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원기가 가득한 숲에서 숨을 쉬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心齋], 정신의 여유로움과 평안함[虛靜]은 절대 자유의 경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安>, <淸凉>은 만물에 대한 편견과 집착에서 벗어난 청정한 마음의 경지[淸淨心]를 표현한 작품이다. 호흡과 명상을 통한 숨쉬기는 우리를 헛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박승비 작가는 이와 같은 묵직한 주제를 그림에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한자의 옛 글자인 상형문자, 금문(金文), 전서(篆書)를 활용해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림이자 글씨, 즉 이 두 가지가 합체된 ‘서화(書畵)’이다. 서화는 본래 근원이 같았다[書畫同源]. 고대 중국에서 그림과 글씨는 한 몸이었고 분리되지 않았다. 상형문자 자체가 문자이자 그림이었다. 박승비 작가는 그림과 글씨가 서로 분리되기 이전의 원시적 상태였던 시간으로 돌아가 그림과 글씨의 근원을 살펴보고 있다. 원기 속에 모든 것이 하나가 되듯이 충만한 기의 흐름 속에 그림과 글씨의 경계는 무너지고 이 둘은 하나가 된다. 

박승비 작가는 바로 자연과 우주의 근원인 원기 속에서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양상을 그림 속에 담고 있다. 고른 숨쉬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시작이다. 평안한 숨쉬기를 통해 마음은 고요해지고 자유로워진다. 숨이 고르게 된 후 행하는 명상(冥想) 과정을 통해 사람은 ‘정관자재(靜觀自在)’의 경지에 도달한다. 정관자재는 조용히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진리를 깨닫고 어디에도 속박받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 상태를 지칭한다. 그러나 정관자재의 경지는 늘 마음이 흔들리게 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따라서 항상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세계가 고정된 실체가 없는 무상(無常)이며 일체 만물은 끊임없이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한순간도 같은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자득(自得)하고 세상의 모든 번뇌, 미혹,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마음을 닦는 일이다. 박승비 작가는 정관자재의 경지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마음을 올바로 챙기는 일의 중요성을 <mindfulness>와 <氣, 숨결 - 마음을 빗다> 연작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mindfulness>는 ‘마음챙김’의 중요성을 물이 가득 찬 도자기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사람은 마음을 늘 정화(淨化)해야 하며 정화된 마음은 맑은 기(氣)로 분출된다고 박승비 작가는 생각하고 있다. <氣, 숨결 - 마음을 빗다>는 흐트러진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것, 즉 마음에 빗질을 함으로써 정관자재의 경지를 항상 유지하려는 박승비 작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림 표면에 보이는 선(線)들은 바로 마음 빗질의 흔적이다. 마음 빗질은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관련된다. 항상 마음을 빗질하면 인간 번뇌의 근원인 무지(無知), 즉 무명(無明)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자신을 의지처로 삼고 항상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유지될 수 있다. 

박승비 작가의 <제행무상>, <비상비비상처>,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자등명 법등명>은 세계는 무상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 무명에서 벗어나 사유마저 끊긴 세계의 발견, 철저한 자기 사색과 수양, 마음 빗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숨을 평안하게 쉬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정관자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마음챙김에 힘쓰고 마음에 빗질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는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은 모든 생각이 끊어진 고요한 상태로 박승비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박승비 작가의 그림 주제는 표면적으로는 무거운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지만 자연스러운 숨쉬기처럼 그의 작품은 경쾌하고 청량하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숨쉬기 어려운 세상에서 박승비 작가의 흥취(興趣)가 번뜩이는 작품들은 우리의 숨통을 뻥 뚫어주는 생기발랄한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氣 숨결Ⅳ 60.5×73cm 캔버스, 장지에 혼합재료 2020



작가노트

작업을 시작하면서 숨을 고르게 한다.
화면 위에 색을 올리고, 흙을 쌓아 올리고, 다시 긁어내고, 무수히 반복되는 작업 속에  
어느 사이엔가 가쁜 숨이 잦아들고 숨 쉬는지조차 가늠이 안된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은 변한다는 無常을 마음에 두고 작업을 한다.
점차 형상을 지워나가면서 화면은 점점 단순해진다.
단순해진 화면에 마음을 모은다.

작업을 통해서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을 고요히 한다.
비워진 만큼 보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길 소망한다.

2021년 여름이 끝나가는 즈음에 박승비




숲, 숨결01 130x162 장지에 분채 2021





박승비 (朴升丕 Park, Seung Bee)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1년 9월 박승비개인전 (갤러리H 전관)
2018년 12월 다전박승비학서전 陽陽陶陶(백악미술관2층) 
2015년 4월 ‘다시 봄 노닐다’전(갤러리 M)
2012년 12월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2’전(갤러리 이즈)
2010년 12월 ‘은유와 상징 속에 노닐다’전(갤러리 이즈)

부스개인전
2010년 9월 ACAF 한가람미술관(예술의전당)
2006년 6월 공평아트센터
2005년 중국 북경 무역센터

수상경력
2001년 동아미술제 특선(국립현대미술관)
200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예술의전당)
200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예술의전당)
2005년 서울미술대상전 입선(서울 시립미술관)
200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예술의전당)
2006년 서예문화대전 특선(예술의전당)
2007년 홍재미술대전 우수상(과천문화회관)
2015년부터 2018년 한국서예협회 서예대전 입선 4회
2018년 중국 산동 만인루 당대 국제 전각전 입상

동방예술연구회, 한국전각협회, 한국서예협회, 겸수회 호연지기 회원



寂靜 적정 91×73cm, 장지에 혼합재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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