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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아 : 점령은 그러한 권한이 확립되고 행사될 수 있는 영토로만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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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은 그러한 권한이 확립되고 행사될 수 있는 영토로만 확장된다.”

 

The occupation extendsonly to the territory where such authority

has been established andcan be exercised.

 


 

지현아

 

 

 

사회 영역에서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장소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왜 장소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하는가? ‘점거(occupation)’는사회 안에서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자리를 확인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장소의 점거가존재에 대한 인정을 얻는 투쟁이라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회의 주체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에서 발단된 감정의 표출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은 1907 10, 육로 전쟁의 법규 및 관습에 관한 헤이그 협약(HagueRegulations) 42조항 「적대국의 영토에 관한 군사 권한(Military Authority Over the Territory of the Hostile State)」에서차용했다. 인정 투쟁, 확장, 영토, 권한 등 장소성과 관련한 키워드를 통해 장소의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왜 투쟁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인정 투쟁 Recognition Struggle

2018 11,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를 오픈 할 무렵, 나는 무기력과 우울이라는 그림자와 싸우고 있었다. 예술 활동의 공백이 5년째 이어졌고, 이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서둘러 이공간을 마련했다.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그림자를 떨치고 나라는 윤곽을 다시 또렷하게 그려나가야만 했다. 그러한 의지로 세운 이 영역에서 나는 끊임없이 움직임의 반경을 계산하고 노동,예술 작업을 꿈꾼다.

나의 영역을 확립하는 행위는 집을 짓고 보수하는 과정과 닮았다. 집을청소하고 정리하고 수리하는 작업은 곧, 이 집이 나의 고유한 장소가 되었다는 확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 집에 대한 소유권, 즉 나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건축물의 유지보수는 우리의 일상이 공간과 갖는 관계이다. 그러므로지극히 합리적인 동시에 생산적이며 실천적인 활동이다. 장소에 대한 권한은 일상의 노동에 의해서만 유지될수 있다. 노동은 곧 사회로부터 우리의 영역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 서사이다.

 


확장 Extension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용 자재, 그 중에서도 건축 보양재를 중점적으로사용했다. 전시장 내부의 구조물은 무게와 부피가 있으며 명백히 물성에 기초해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벽면에서 바닥까지 공간 전체에 백탑지를 둘렀고 전시장 바닥에는 플라베니아와 목재를 사용하여 구조물을세웠다. 그 외의 조형물은 주로 세라믹 타일, , 백시멘트로 만들었다. 이 같은 재료들은 현재 이곳이 수리 중이라는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장소는 지금 변모 중이다. 완성을 무한히 유예시키고 있다. 마치 무질서한 구조로 있다가 질서를 갖게 되는 유리처럼 임의적이고 유동적이다.보수 중인 장소에서 우리는 열린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이 장소에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이러한가능성을 통해 장소의 확장성이 조장된다. 전시장에 배치된 구조물은 여전히 무언가가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있다. 이는 곧 새로운 움직임, 역동이 이 장소에서 발생할거라는 암시이다.

 

 

영토 Territory

2020 7, 작가 연대 차원에서 나는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 김도희작가의 <씨가 말랐대> 시리즈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장소 주체로서 배제된 여성들의 분노를 보여준 이 전시에서 여성 예술인들은 여성의 고유 영토에 대한 적극적인회복 의지를 피력했다. 남성 중심의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작업. 프로젝트스페이스 영등포에서의 이번 전시는, 그러므로 여성의 기호를 식목하는 일종의 재영토화 작업이다. 영역을 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변이하는 유연한 태도는 자기 영토를 돌보고 지키는 데에서 유발된 본능이다.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변모할 수 있는 경쾌한 몸짓. 완성에고착되는 대신, 변화를 수용하고 그것을 변이시킬 줄 아는 유연한 태도.그러한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전시장의 설치물은 이 영역에서 발생된 적극적인 영토 회복 의지의 증거물이 되는 셈이다.

 

 

권한 Authority

이번 전시는 여성이 영역의 주체로서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촉발했다. 장소의 점거를 통해 우리 존재에 대한 인정을 획득하고 유지보수라는 행위를 통해 영역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는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또한 예술계 안에서 경력 단절자가 겪는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려는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역에 대한 권한은 확장을 위한 물적 토대이다. 이러한 권한을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전개하며 수행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역 확보를 위한 나의, 혹은 우리의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공간은 변모 중이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미래의 비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음은 또 하나의 확장 가능성을 만들지만 그 이전에나는 영역에 대한 권한을 먼저 확정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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