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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윤 : 마음을 기댄 풍경 EPIPHANY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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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대화’
2020 상반기 기획공모전 작가
우지윤 ‘EPIPHANY’展
2020. 1. 8 (수) ~ 2020. 1. 14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감각의 대화’ 2020 상반기 기획공모전 우지윤 ‘EPIPHANY’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0. 1. 8 (수) ~ 2020. 1. 14 (화)


2. 전시내용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2020년 상반기는 ‘감각의 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세미, 우지윤, 서지수, 설혜린, 심윤옥, 신민경, 길재영 총 7명의 작가를 선정하였으며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릴레이 형식으로 연이어 펼쳐지게 된다.


감각의 대화

  인간의 대화는 말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말, 즉 언어를 통한 대화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 관습적 체계 속에서 행해진다. 예술 또한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고 교류하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하지만 예술은 일반적 대화방식과 달리 어떠한 규칙이나 약속에 얽매어있지 않다. 작품을 통해 직관적인 느낌으로 전달되는 감각적 언어의 예술은 그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사뭇 다른 부류의 소통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성과 객관성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주관적 표현의 결과물인 예술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감각이 우선으로 살아있는 예술을 보며 관람객들은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을 조금 더 본능적으로 느끼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줄 것이며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감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경애의 순간


큐레이터 나가람


 꼭대기 방에서 그녀는 바닥에 맞춰 놓은 석고 조각 그림을 바라본다. 두 연인이 유령이 된 연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남자는 다른 모든 남자를, 여자는 다른 모든 여자를, 위험에 빠진 모든 인간을 상징하고 있다. (헛된 기다림, 나딤 아슬람, 민음사, 한정아 옮김, 2013, p.47)

  남동생을 찾는 러시아인 라라는 딸을 잃은 영국인 마커스를 찾아 아프가니스탄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의 집은 그의 아내가 오래 전 그렸다가 진흙으로 덮어버린, 아름다운 성화로 가득하다. 그의 아내는 신을 믿지 않았기에 인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행함(do)을 증명하기 위해 신의 이야기를 인간의 육신과 세상으로 묘사한다. 잦은 침입과 세월 앞에 색색의 모래로 가라앉을 연약한 눈동자들을 그린다. 갖은 위기를 맞은 후에 석고 조각이 되어버린 그림들을 벽에 맞춰 넣으려는 라라와 마커스의 노력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우둔하나 동시에 말로 할 수 없는 숭고함을 담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보낼 수 없는 어떤 종류의 경외는 동시에 인간 간에만 가능한 경애로도 읽힌다.

 우지윤은 생소한 땅 위에 서서 눈에 담기는 풍경을 그려낸다. 한때 존재했으나, 떠나온 지금 그 실체를 확언할 수 없는 순간들을 붙들어 놓았다. 아스라한 풍경으로 무너져 내리는 화폭 속 세상은 우리 모두의 기억을 반추하게 하며, 그 때가, 그 것이, 그 순간이 거기에 있었는지 질문한다. 모든 것을 붙들었다가 다시금 지워낸 듯 한 화면(<overflowing(2019)>)은 모호하게 남아있는 기억의 한 순간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화면의 하단과 우측에 덧입혀진 하얀 색은 향수의 한 겹일 수 도 있고,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의 한 부분일 수 도 있다.

 회화는 결국 기억과 시지각간의 상관관계로 설명되고는 한다. 무언가를 그려서 남기려는 우리의 오래된 노력을 결국 한시적 순간을 가능한 길게 늘려 그 순간을 곁에 머물게 하려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의 미술실천이 계속해서 공간과 관계로, 사회와 정치로 우리의 눈을 현혹함에도 불구하고 회화의 고귀한 본분을, 화가의 마음을 경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화는 우리의 유한함을, 신뢰할 수 없는 우리의 기억을 보다 오래 보존하고자 하는 모종의 약속인 것이다. 회화에서 스키마(Schema)란 우리가 무언가를 그려내는, 또 그려진 것을 인식하게 하는 ‘도식’을 가리킨다. “잘 훈련된 화가는 도식(Schema)을 습득, 이를 바탕으로 그리고자 하는 것을 재현한다”.  실제 세계를 미술 언어로 옮기는 번역의 행위는 재현 방식의 도식화라고도 할 수 있다. “지각이란, 어쩌면 본래 어떤 예상(기대)의 수정작업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키마의 형성 과정은 기억의 형성 과정과도 닮아 있다. 어떤 대상을 직관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방법으로 인지할 수 있는 형태와 색채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일찍이 곰브리치는 스키마를 이해함에 있어 심리학을 도입해보고자 시도하기도 했다. 우리의 마음에 새겨진 재현의 방식, 마음으로 그려내고 읽어내는 그림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나 여기, 우지윤은 “소통의 부재”를 느낀 순간으로부터 그림을 시작하고 있다. 형용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언어에 기대는 대신 화면(plane)에 기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회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해 온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소통체계는 다시금 와해되며, ‘영원’이나 ‘소망’과 같은 너무나 인간적인 지점으로 돌아간다. 이 지점에서 우지윤의 그림은 회화의 오래된 직무로부터 벗어나 이미지-만들기(Image-making)으로 도약한다. 회화는 기억의 보조도구이기를 멈추고, 독자적인 것으로서의 생명을 시작하며 “증거”하기 시작한다.

 도시는 우리를 서로 갈라놓고, 우리의 말과 입술을 마르게 한다. 유효한 소통의 방식이 불가할 때, 작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빛을 보며 ‘마음을 기댈 풍경’을 찾고자 했다. 쟂빛을 덧입은 꽃잎은 만지면 바스락 하며 소리를 낼 듯하다(<Let me sow Love 1(2016)>).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은 현실적인 입체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생경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하단부에 낭자한 붓자국을 쫓게끔 유도한다. 흘러내리는 듯 한 배경은 따뜻한 색채이지만 곧게 서 있어 냉정하다. 우리가 이것을 꽃으로 읽어내더라도 이는 단순히 꽃이 아니다.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스키마와는 달리, 우지윤의 회화 속 대상들은 계속해서 편견을 밀어내며 다시금 지각하기를 권고한다. 이때 이미지는 과거를 지칭하면서도 현재형으로 우리의 손에 잡힌다. 과거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증거’하는, ‘현재’가 된다. 그리고 이로서 증거는 “위험에 빠진 모든 인간”을 위한 섬이 된다. 우지윤의 노력은 무던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은 영원과 대치되는데, 이는 총탄과 폭발이 난무하는 내전 상황 속에서도 애정이라는 꽃을 피워낸 <헛된 기다림> 속의 인물들을 연상케 한다. “모든 이름이 내 이름이죠”라는 자민의 말처럼, 우리는 세상 만물에 깃든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순간에서 영원을 발견한다. 때문에 우리가 붙들어 낸 순간은 특정적이지만 동시에 특정될 수 없다. <Unseen Scene(2016)> 속 빛바랜 잎사귀는 하나의 잎사귀이면서 동시에 수천 수만의 다른 잎사귀이고 또 모든 잎사귀들은 다시금 저 잎사귀이기도 하다. 가만히 모로 누워 바라보노라면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를 확신하게 하는 순간이 화면 안에 가만히 담겨, 우리를 마주 본다.






Let me sow Love 1, 130x80cm, Oil on canvas, 2016






3.작가노트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 낯선 타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국의 땅에서 소통의 부재 속 길을 잃었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수단인 언어의 부재를 마주하면서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의 상실을 경험했다.
 Ex nihilo; Something out of nothing.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생겨난 무언가. 세상이 창조된 ‘그 자체’의 손길이 살아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매일의 풍경 안에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과 소망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내게 또 다른 형태의 관계의 매개체가 되었다. 이 순간은 나로 하여금 ‘epiphany’를 경험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유효했던 소통의 방식이 분절되었을 때 나는 감각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었다.

 그러나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즐비해 있는 서울의 풍경 속에서는 더 이상 새롭게 유효한 소통이 어렵다는 것. 이 불가능성을 넘어서기 위해 나는 마음을 기댈 풍경들을 찾아다녔다. 귀중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우연한 순간들을 수집하며 꿰매고 엮었다. 이 시도들은 대체물이지만 그 자체로도 완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백을 메꾸고자 하는 시도들. 관계의 재생 가능성은 보다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숭고한 차원에서 엿보인다.

 그 지점들을 이곳에 나열하고자 한다. 풍경과 하나 되어 가는 폐수영장, 무심코 놓인 생명, 나른한 오후의 빛, 곧 땅으로 사라질 꽃잎들이 수북하게 쌓인 바닥, 바람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나뭇잎의 춤사위, 손 떼 묻은 오래된 것, 잠깐이면 사라질 수면의 몸짓. 그림의 출발점은 기억이다. 우리는 기억하는데 서툴다. 우리의 마음은 난처하게도 사실적이든 감각적이든 중요한 것들을 잘 잊어버린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그림을 통해 그것을 증거한다. 가시적 이지 않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갖는 순간들에 대한 증언, ‘증거하기’라는 회화의 오래된 책무를 떠올리고자 한다.





Unseen Scene, 130.3x89.4cm, Oil on canvas, 2016


4. 작가약력


학력
2019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치료교육전공 석사 재학
2017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학사 졸업
2012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2009 예원학교 졸업


개인전
2020 Epiphany 마음을 기댄 풍경, 갤러리 도스, 서울









Untitled, 193.9x112.1cm, Oil on canvas, 2019







Remembering Nashville, 116x91cm, Oil on canvas, 2019








overflowing, 145.5x112.1cm, Oil on canvas, 2019







Unseen Scene, 145.5x112.1cm, Oil on canva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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