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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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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림“Dots”

10.31-11.5 갤러리인사아트

11.7-11.13 춘천 명동집


류재림의 작업은 최소한의 표현단위인 점(dot)에서부터 시작한다. 캔버스에 주사기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 극히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꽃의 이미지를 완성해나가는 그의 작업은 마치 미립자로 이루어진 유기체를 창조해나가는 과정과도 같다. 그가 얻어낸 화면 가득 확대된 진달래의 이미지는 정적인 식물이라는 소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운동성을 갖고 꿈틀거리는 동물을 연상시킨다.

 

디지털화된 욕망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

 

2008년 개인전 Windows의 색색의 바코드를 배경으로 한 차가운 장미 이미지나, 2011Behind의 관상용 물고기 작업에서 이미 작가는 인간의 욕망으로 대변되는 물질문명의 대상으로써 이면에 숨겨진 욕망과 그 허상에 대하여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작업이 열을 맞춘 듯 정교한 디지털 망점으로 표현되었다면, 최근 Dots시리즈의 진달래꽃의 이미지는 불규칙적인 점들이 모이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디지털망의 체계 속에서 무한 증식되는 욕망의 꿈틀거림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로 전환되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그의 작업의 시작은 높은 산을 오르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작가는 지난한 겨울이 지나고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오면, 산 위로 올라야 얻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찾으러 떠난다. 그 곳에서 불규칙적으로 피어있는 하늘거리는 진달래들을 채취하고, 정교한 사진작업을 통해 그해의 작업의 기초가 완성된다.

이후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거대한 캔버스로 옮겨진 진달래는 마치 촉수처럼 엉키고 늘어지고 구부러진 꽃술의 불규칙성과 이파리의 굽이치는 주름들을 통해 그 의미가 전치(데페이즈망 dépaysement)되어 또 다른 유기체와 같은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꽃이라는 감상용의 수동적인 대상을 동적이고 주체적인 표상으로 끌어올리는 전치의 과정은 그가 그리는 인물작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늙은 아버지와 장인어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나이 듦에서 오는 굴곡진 주름들이 강조됨으로써 겹겹이 구부러진 산맥과도 같은 장대한 세계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그 안에서 대상이 살아온 굽이치는 세월이라는 시간성과 돌출된 점들의 공간감이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초봄에 금세 피고 지는 진달래의 속성과 생명력을 잃어가는 노인의 얼굴은 생()의 유한함을 극대화시키는 소재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곧 스러져버릴 유한한 대상을 무한한 디지털세계를 연상시키는 망점들을 통하여 화면에 수놓는 작가는 불완전함과 완전함의 경계 속에서 치열하게 고행하는 수도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벽면을 가득 채운 깊고 어두운 바탕의 작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위로 반짝이는 빛들이 공간감을 형성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움직이는 하나의 우주와도 같다. 삶을 빛에 비유한다면 어둠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삶이란 얼마나 허무하며 찰나와 같이 반짝이는가? 한낱 빛나는 점일 뿐인 존재들의 유한성은 그의 작업 속에서 극대화되어 언제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지 모를 위험성을 간직한 채 아우라를 자아낸다.

 

숭고와 시뮬라크르

 

류재림은 조형언어의 기본인 하나의 점(dot)을 확대시킨 작업을 이번 전시에 포함시켰다. 작가의 점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평면의 점이 아닌, 주사기로 짜낸 하나의 입체적인 원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상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인 단위를 끝까지 파고들면서, 정작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의 불완전성이다.

오히려 이 작업 속에서 그나마 바탕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그림자일 뿐인 것이다. 우리가 실제라 믿는 이미지의 유령들(시뮬라크르 simulacre), 그 부재하는 실제의 이미지들은 현실보다 더한 현실을 환기시키고, 화면 속에서 너울대는 진달래의 일루전(illusion)은 마치 낭만주의 그림과 같은 숭고의 체험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화면 앞에서 밀려오는 숭고의 경험을 손에 넣으려 다가간다면, 당신 앞에 그 실체는 곧 찰나와 같이 사라지고 오직 점(dots)으로 흩어져버리는 허망함만을 얻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하나의 세상에 대하여, 그 유한한 삶에 대하여 돌아보게 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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