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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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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 SooHee 성수희  

 

비의 선물(The gift of Rain)


나는 중첩된 모래 위에 '비의 선물'(The gift of Rain)이라는 시리즈로 작업을 하고 있다.


‘비’는 마치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하듯 나에게 ‘설레임’을 주고,

때로는 친구 같은 존재로 위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빗방울을 머금은 싱그러운 장미(장미소녀 또는 장미집)는 현실 속에서 벗어나 위로 받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 



비의 선물 시리즈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 저마다의 크고 작은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 를 매개체로 희망, 바램, 꿈 등을 덧입혀 꿈꾸는 상상의 세계(유토피아)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위로 받고 싶어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지금의 당신에게 내 그림이 위안과 치유, 그리고 행운을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 구름, 햇빛, 바람, 흙(오브제로 모래) 등은 꽃이 피는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들이다.

꽃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필요조건들이다.



비의 선물 시리즈 중 <작품19 -인간과 자연 그리고 순환->은

인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표현하였다.

인류와 자연계는 끊임없는 반복이며 결국엔 다시 돌아오는 순환의 관계이다.

등장하는 동물 또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와 유기적인 공존을 지향한다.



‘자아’로부터 시작 되어진 사유는 ‘자연’으로 확대되고 결국엔 모든 현상은 연관되어있고 순환이 되고 있음을 내재하고 있다.   

작가일기





비의 선물, 혹은 고독한 소녀의 성장기_성수희의 그림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그림 속에 있는 소녀의 얼굴이 꽃처럼 피었다. 그녀의 머리는 장미꽃 화관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그림에서 장미는 소녀의 치마가 되기도 한다. 장미소녀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공간을 채운 블루계열의 색깔과 그림의 바탕에 깔려 물결처럼 흐르는 선으로 보아 물 속 같기도 하고 하늘 저편 어딘가 공기가 고요하게 흐르는 무중력 공간 같기도 하다. 어디든 현실 속 공간은 아닌 듯이 보인다. 비의 선물이라는 테마로 비추어 일단 물의 세계에 가까운 어느 곳일 것 같다. 화면에는 여기저기 빗방울이 수정구슬처럼 떠다닌다. 각각 비의 구슬 안에는 꽃잎, 나비, 작은 뭉게구름, 열대어나 금붕어 비슷한 물고기들, 별과 초승달 등이 들어있다. 이 모든 부유하는 이미지들은 소녀의 앳된 얼굴에 떠오르는 막 잠에서 깨어나 불현듯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리둥절한 듯한 시선과 더불어 그림을 한층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에 막 잠에서 깨어난 시선. 그림을 지배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러한 눈으로 보는 세계이다. 그곳에는 따스한 분위기의 빛깔이나 신선한 음악처럼 전해지는 정서적 파장이 있다. 이러한 파장은 마치 어느 오월 아침 선잠에서 깨어난 소녀의 시선에 문득 투영되는 비시간적인 세계의 투시도처럼 청량하다. 이 청량감은 이 세계에 속해있으면서도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몽롱한 시선으로 꿈을 꾸거나 분주한 세계의 소음과 북적거리는 세상 풍경에서 눈을 돌려 문득 다른 것을 찾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마법의 너울 같은 것이다.

  


혼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의미상으로 모순이다. 그러나 성수희의 그림에서 외로운 소녀는 혼자만의 오케스트라를 펼친다. 한없이 연약하고 쓸쓸한 세계가 자아내는 음표와 멜로디는 고립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자기화하기 위해 끈질기게 엮어나가는 시간의 기나긴 끈이자 외침이다. 그것은 소녀로부터 여인이 되기까지의 끊임없는 자아의 성장에 관한 궤적이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여성으로서의 작가의 성장기(成長記)와도 같다.



소녀는 연약하다. 세상의 모든 꽃잎은 연약하다. 그것은 앳되고 일시적이며 순식간에 소외되고 부서지기 쉽다. 그토록 짧게 나타나지만 시각적으로 그 파문은 길고 아스라하게 지속된다. 짧지만 긴 것. 그것은 시간의 탄력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시간은 짧고도 긴 역설의 기억 속에 있다. 기억 안에 스스로 휘말려있는 시간은 기억의 기나긴 미로를 따라 천천히 밖으로 풀려난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동안 작가는 기억 속에 감겨있는 지난 시간을 하나씩 풀어내어 반추하면서 시공간의 단절과 외로움을 견뎌냈을 터이다.



그녀의 '푸른 고래'라는 그림에는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공중에 떠있다. 동터오는 아침이나 해질녘 시간인 듯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두 그루의 나무가 고래 아래쪽의 땅 위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물속처럼 보인다. 고래는 공기 중에서 물속인 듯이 안락하다.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고래는 비행선처럼 무중력 상태로 유영한다. 고래는 무게가 없다. 그토록 큰 용적을 떠받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고래 자신의 경쾌함이다. 묵직한 양감을 상쇄하는 유선형의 미끈한 몸통. 밝고 유쾌한 표정. 여성성을 나타내는 궁글고 풍요로운 몸체. 그것들의 양력만으로도 삶은 모든 무거움을 버티어낸다. 삶은 자신의 무게를 잊고 떨쳐낼 때 가벼워진다. 이렇게 그녀의 그림에서 무거움은 순식간에 가벼운 멜로디로 화한다.

  


'길 잃은 새끼 고양이에게'라는 그림에서 어린 고양이가 겹겹의 장미꽃잎 속에 숨어있다. 아마도 작가의 기억에서 잠시 실종된 그녀의 아이였을 적 분신일지도 모를 고양이는 작가의 기억의 한 페이지 미궁 속 같은 꽃잎들 한 가운데 잠입해있다. 고양이의 표정에는 누군가 어서 빨리 자기를 찾아내 주었으면 하는 조바심과 동시에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거라는 술래의 장난기 어린 불안이 묻어있다. 어쨌든 새끼고양이는 끝까지 엄마고양이나 주인이 자기를 잊지 않고 어서 찾아내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작가에 의하면 집이나 옷처럼 몸과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하는 장미꽃의 안락한 폐쇄회로에 갇힌 기억 속의 고양이는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 기다림은 곧 시들고 떨어져버릴 장미꽃의 시간을 받아들임으로써만 아기고양이를 큰 고양이로 성장하게 한다.



성수희의 그림에서 장미꽃은 직선적인 시간의 한계를 벗어난 삶이 동시성과 복합성으로 이행하는 장치로서도 기능한다. 토끼를 따라 이상한 굴에 들어간 앨리스 앞에는 여러 가지 수상쩍은 물건들과 동물친구들이 기다린다. 자신도 모르게 미지의 장소에 놓인 약을 먹거나 작은 동물이나 사물들과의 야릇한 파티에 어울리며 소녀는 몸을 줄이거나 늘인다. 동시에 그녀 앞의 시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줄거나 늘어난다. 성수희의 그림 속 소녀가 보는 세계 또한 장미꽃 잎 속에서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겹겹의 장미꽃잎은 한 겹씩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그것은 마술에서 동시다발적인 장면전환을 위한 장치와 같다. 소녀는 자신의 꿈에서 과거 현재 미래 시제를 동시에 움켜쥐고 있다. 이에 따라 캔버스 위에 섬세한 모래를 섞어 칠한 그림의 바탕 위에 물결처럼 이어지는 잠재적인 질감의 너울거리는 선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시간과 행위들을 동시적으로 이어주는 끈이자 통로가 된다.




그런가 하면 공간에 떠도는 빗방울 속에 들어있는 작은 세계들 역시 제각각 또 다른 시간을 가두고 있다. 그것은 소녀의 눈과 뺨에 다가와 서늘한 감각의 각성을 불러오는 비의 선물이다. 이 세계이지만 이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시제들. 그러기에 그림의 주제인 '비의 선물'은 이 세상에 내재하는 새로운 시간구조를 환기하는 감각의 열린 문이다. 불안하고 미성숙한 소녀는 비의 선물을 통해 전혀 새로운 시간을 산다. 마치 앨리스가 정원의 토끼굴 속 미로를 통해 뜻밖의 시간 속으로 서슴없이 틈입하듯이. 그러나 그림 속 소녀는 이 세계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더욱 단단하고 어엿한 마음을 지닌 여인이 되어. 앨리스의 선잠 속에서 또는 작가가 재해석한 쉴레의 그림 속에서 무방비한 채 세상에 노출된 소녀들이 어리둥절하고 터무니없는 미지의 나라를 통과해 결국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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