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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기 : 옛 이야기 20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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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기 '옛 이야기 20'- #005 Gelatin Silver print  12X16inch  2018


 난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났다. 새까만 물이 흐르는 개울과 물만큼 까만 나무를 보며 어디가나 이러려니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속칭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 무렵 속초로 흘러들었다. 뒤로는 우뚝 솟은 설악산이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적응을 못했다. 38이북이라는 왠지 낯설기만 한 곳이었다. 1년만 있다 가야지 가야지하며 보낸 세월이 어언 30년이 훌쩍 지나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내가 터를 잡은 속초 이웃 양양에 장이 선다. 양양장에는 멀리 동해, 묵호에서 온 장꾼이 있는가 하면 화일리, 천곡리, 임천 등 주변 골짜기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모여든다. 속초 시민들도 양양으로 장보러 간다. 속초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양양장에 가면 구할 수 있었다. 그 때는 그랬다.

난 덩달아 간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속초에서 양양으로 장보러 간다. 다른 장꾼처럼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도 아닌데 장날만 되면 간다. 한 번 씩 다녀오면 파김치가 되는데도 다음 장이면 또 간다. 싸전에 들렀다가 어물전으로 해서 채소전 까지 두루 돌다보면 파장이다. 


장상기 '옛 이야기 20'- #010 Gelatin Silver print  12X16inch  2018

양계장을 하며 큰 경운기를 자유자재로 몰던 계란 팔이 아주머니도 만나고, 싸전에서 홍천, 임계등지에서 고추를 떼다 파는 부부도 만나고, 어물전에서는 명태를 말려서 파는 할머니도 만났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좀 더 살가운 장꾼이 있었는가 하면 얼씬도 못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장꾼도 만났다.

그러기를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어느덧 10여 년을 다녔다. 지금은 리모델링으로 옛날 장 모습이 아니다. 왠지 삭막하고 허전하고 애잔한 정이 느껴지던 장날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좋게 개량하고, 더 편하게 리모델링하여 더 많은 장꾼을 모이게 한다는데 왠지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양양장을 멀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장상기 '옛 이야기 20'- #011 Gelatin Silver print  12X16inch  2018



지난여름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렀을 때는 모르는 장꾼이 더 많았다. 싸전에서 쌀 팔던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그 옛날 채소전에서 나를 아들처럼 반겨주시던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신다고 안쓰러워하신다. 장날이면 들러 칼국수 먹던 식당 앞 채소전 아주머니도 암으로 장사를 그만 두셨다 한다. 강릉에서 초당 두부 가져다 파는 아주머니 앞에 전을 폈던 옷장수는 벌써 장사를 접었다 고 초당 두부 파는 아주머니가 알려준다. 한 때는 같이 점심도 먹고 막걸리 잔도 기울이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잊혀져가는 장꾼들이다.

어물전에서 마른 명태를 파는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아직도 사진 찍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옛날 이야기 한 번 하셨슈우~” 한다. 그 옛날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어볼 때 “훗날 옛날 얘기 하려고요....” 했었는데 그 얘기를 기억하시나보다. 내가 “아직요......”하며 얼버무렸더니 쯧쯧쯧 하시며 안쓰러워 하신게 지난여름이다. 

이제야 그 옛날 이야기를 하나보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인 듯하다. 전비 준비를 하라는 인덱스의 통보에 꿈이라면 깨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었다. 1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를 위하여 기꺼이 갤러리를 제공해 주신 갤러리 인덱스 관계자 분께 감사드린다.     - 작가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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