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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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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소개
 기억 공작소Ⅰ『서용선』展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생각이 그려지는」
“작업은 재주가 아니지요, 재주보다는 공감과 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리는 것보다 그릴 준비를 갖추는 게 어렵지요….” 서용선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화상’, ‘도시’, ‘역사’, ‘신화’를 소재로, 화면 밖으로 쏟아질듯 표출하는 강렬한 원색들과 거칠게 그은 붓 선들의 긴장감을 떠올린다. 그것은 전쟁직후의 작가가 성장한 시대적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불안과 결핍감에 관한 문제의식이며, 그림을 넘어서 현실로 뛰쳐나가려는 욕구, 사회와 인간관계의 압박 등을 표출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작가의 태도는 무엇일까? 작업에 관한 작가의 기본 태도는 인간 탐구이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를 살핀 자아와 전쟁이후 파괴되었던 서울의 도시화라는 현실적 삶 속에서 겪은 도시와 일상, 그 도시 공간과 공유해온 현실 참여적인 역사, 그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뿌리로서 신화, 그 흔적과 상상력 등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생각’과 그 감수성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신체행위’로 구성된다.

‘생각이 그려지는’이란 제목의 전시 입구에는 서용선의 작업실 장면과 인터뷰 동영상을 담은 작은 모니터 1점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면 벽에 500x400㎝ 크기의 천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회화 대작 1점이 있고, 바닥에는 통나무를 조각한 인물 두상 12점이 질서 있게 줄지어 있다. 파란색 구름이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과 수평의 굵고 거친 선들을 교차시켜 구조화한 비자연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공 세계의 기하학적 형태는 2006년에 이어 2011년에 그린 ‘베를린 성당’이다. 1747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베를린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거의 다 붕괴되었다가 이후 새롭게 복원한 역사적 도시 공간의 일부이다. 작가는 1990년 중반 이래 몇 차례에 걸쳐 베를린에 체류하면서 전쟁이후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의 구체적인 정치 상황과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도시공간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현대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도시공간의 시각적 체험과 생각에 주목하였다. 베를린 도시공간에서 마주한 일상들은 작가가 체험한 70년대 이후 급속히 도시화한 서울의 그것과 비교되고 그러한 비교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다. 작가는 일상의 도시를 주의 깊게 보며 그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고 그 흐름 속에서 의미가 생겨나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작가 자신의 감수성에 주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그림 앞의 바닥에는 20x30x70㎝정도 크기의 나무 조각 ‘머리’들이 가로 3줄, 세로 4줄로 놓여있다. 전기톱으로 대략 거칠게 조각하고 먹 선으로 표시를 한 ‘머리’는 인간의 감수성을 현실적 물질 형태로 생성하는 작가의 원형적原型的 행위를 상징하려는 듯, 인간에게 친숙한 나무의 자연성을 그대로 살려 조각하였다. 이들 ‘머리’에 대하여 작가는 “사람의 머리를 조각하는 일은 그 복잡한 두뇌의 기능을 생각할 때, 어처구니없는 행위지만, 인간의 형태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라며, 동일성을 위한 재현이 아니라 감수성의 표현에 주목하고 있음을 말한다. 
 나무 ‘머리’의 왼편에는 60.5x72.5㎝ 크기의 2015, 2016년 작 자화상 ‘그려지는 손’이 걸려있다. 노랑바탕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의 옷을 입은 작가의 모습은 오른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눈동자와 붉은색 얼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시의 장면들은 어느 한 순간의 도시 일상에 이어 삶의 실제 역사와 자아를 상상하게도 하지만, 그 진동은 이곳과 멀리 떨어진 도시의 시공간적 감각의 촉수를 깨워 일으키는 알 수 없는 힘을 동반하고, 시간의 층위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 관객에게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어 뒤돌아 보이는 반대편 벽면에는 전시실에 설치된 설정에서처럼 작가의 생각이 그려진 100여점의 대표작이 영상 이미지로 선보인다. 

이 전시는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작가의 태도와 그 신체 행위로 인한 물질적 현실화의 사태로 이루어져있다. 작가의 태도에 대해서는 구조와 감수성 사이의 균형을 재설정하는 현상으로 해석 가능하다. 여기에서 ‘베를린 성당’은 ‘구조’를 상징하고, 12개의 ‘머리’는 인간의 ‘감수성’을 의미할 수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회화에서 캔버스가 ‘구조’의 역할을 하고 물감이 ‘감수성’을 담아내는 것과 유사하다. ‘감수성’이라는 그리는 행위의 원초성原初性을 몸에 각인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리는 행위를 통하여 역사라는 개념적 해석과 현실이라는 현상의 지속 상태를 구조적으로 엮어 낼 수 있다. 서용선에게 있어서 ‘그림’은 ‘생각’이 머문 것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 그 자체이다. 그에게 ‘생각’은 순간순간 깨닫는 ‘감수성’과 다르지 않으며, 그의 그림은 세계 구조와의 만남이라는 작용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그려지는’ 사건인 것이다.

이 ‘생각이 그려지는’ 전시에서 작가는 어떤 구조와 인간 감수성 사이의 대응과 그 균형이 지닌 탁월卓越한 힘과 공감共感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를 예술의 힘 혹은 충만감이라고 부르곤 한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 작품이미지

서용선, 그려지는 손


서용선, 베를린성당




그려지는 손, 72.5×60.5cm, Acrylic on canvas, 2015, 2016

베를린 성당, 400x500cm, Acrylic on linen, 2006, 2011

머리 21, 33, 25, 10, 31, 11, 5, 29, 35, 19, 3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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