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동백꽃 밀푀유전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동백꽃 밀푀유 
Millefeuille de Camélia

전시기간 2016. 12. 9. ~ 2017. 2. 12.
오프닝 2016. 12. 9. (금), 18:00
참여작가 강홍구, 구민자, 김준, 나현, 신제현, 천 졔런, 위안 광밍, 저우 위정, 류 위, 무스뀌뀌 즈잉,
후원/협찬/주최/기획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김현주, 조주리, 왕영린

입장료/관람료 없음
관람가능시간 및 휴관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및 1. 1. 휴관)
장소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3,02-760-4850~3

전시 연계 프로그램
※ 자세한 사항은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 참고 
1. 전시 라운드 토크 
 ㅇ 일시 : 2016. 12. 10(토) 오후 4시 
 ㅇ 장소 :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2. 표류와 교류사이: 국제 전시 조직의 이상과 실제와 큐레이토리얼 리서치에 대하여 
 ㅇ 일시 : 2016. 12. 20(화) 오후 4시
 ㅇ 장소 :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3. 전시연계 특별 강연 시리즈_아티스트 X 이론가 Matching Lecture Series 
 ㅇ 기간 : 2016. 12월-2017. 1월 사이 매주 금요일 16-18시 진행, 총4회
  a. 구민자 X 주영하(음식인문학자) (※ 12월 16일만 예외적으로 15-17시 진행예정)
  b. 나현 X 전진성 (역사학자) 
  c. 김준 X 임태훈 (미디어 연구자)
  d. 강홍구  X 정다영 (건축전문 큐레이터)
4. 큐레이터 참여 프로그램_대만 가정식 원격요리 모임
 ㅇ 기간 : 2016년 12월 17(토), 24(토) 2회, 12-1시 30분
 ㅇ 장소 : 아르코미술관 전시장
5. 퍼블릭 퍼포먼스
 ㅇ 기간 : 2016년 12월 9(금) 신제현 작가 오프닝 퍼포먼스
 ㅇ 장소 : 아르코미술관 전시장
6.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
 ㅇ 모집 : 2016년 12월 9-25일, (※ 추후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에 별도 공지)
 ㅇ 교육 : 2016년 12월 28일(수)
 ㅇ 실행 : 2017년 1월-2월 중 주말 예정 



동백꽃 밀푀유


1. 원격접사, 멀리서 가까이 보기

지난 해 11월 한국 큐레이터들이 무더운 타이페이에 당도했을 때, 그리고 대만 큐레이터가 화답의 형식으로 올해 2월 서울을 찾아왔을 때, 우리는 서로의 낯선 환경을 꿰뚫어 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달성되지 않았고, 호감이나 관심과는 별개로 오해와 혼선은 여전했다. 습관적으로 유사성을 찾는 데 골몰했고, 차이에 대해서는 애써 그 낙차를 과장시켜 보기도 했다. 


한 해가 다 가도록 우리의 교류는 표류와 시찰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움이 있었다. 교류란 표류, 시찰, 여행의 경험과 기록이 축적된 후의 선택이다. 표류, 시찰, 여행, 교류는 반드시 순차를 이루지는 않지만 대체로 낯설음이 소거되어가는 흐름순이다. 친밀함을 확인하는 정서적 기저에서 외교적 친선의 국가적 차원까지 교류가 내포하는 의미는 실로 광대하다.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의 과정은 동일성과 차별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상호 성숙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류라는 과제를 마주함에 앞서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서로의 문화적 생산물(신화, 예술, 의례, 또는 그 무엇이든), 즉 낯설게 보이는 독특한 삶의 면모를 보편적으로 해석해 직접성을 해체시킴으로써, 그 낯섦을 사라지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 말한 ‘원격접사’(遠隔接寫)란 거리를 둘 때 오히려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원격접사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교류 전시의 구조는 이 이율배반적인 용어가 암시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본 전시를 준비하는 김현주, 조주리, 그리고 대만의 왕영린은 피할 수 없었던 심리적 표류와 기술적 시찰의 단계를 지나 협력 기획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고민을 주고받았다. 시차와 거리를 두면서 건져 올린 자잘한 문제의식을 그러모으고 각자가 포착해 낸 돌출 지점이 전체적으로 어떤 지형도를 그려낼 수 있을지 논의했다. 


2. 부루마블, 한 바퀴 돌아 바로 옆

양국 큐레이터들이 모인 초기의 기획회의에서 우리는 우주개발 시대의 부동산 투자 게임의 일종인 ‘모노폴리(monopoly)’ 보드 게임의 80년대 한국 버전인 ‘부루마블’(Blue Marble)과 대만 버전인 ‘대부자’ 게임에 내장된 에피스테메를 비교문화적 시선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돌이켜보니 꽤 흥미로운 출발 지점이었음에 틀림없다. 부루마블의 배치도를 보면 출발점을 사이로 서울의 이웃도시가 바로 타이베이인데, 주사위의 공정한 확률에 따라 이 도시가 바로 이어질 확률은 1/6 정도로 희박하다. 아마도 크게 한 바퀴 돌아 이어질까 말까한,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인 셈이다. 부루마블에서 촉발된 지정학적 논의는 이내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이어지다, 최근 양안의 정치쟁점과 일본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기에 대한 거대담론으로 소급되어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생산해 냈다. 

  

우선, 식민지배와 전후 사회변동을 관통하며 작동되었으리라 가정되는 양국의 역사적 연결점을 조밀하게 추적하는 것을 전시의 한 축으로 제안한 조주리는 작가 연구에서 출발한 다양한 창작 작업을 통해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과거의 유산을 현재로 끌어와 일상과 교차시키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정전화된 역사로서 서술된 지식지를 동시대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거나 다른 쟁점으로 연결, 이동하는 작업을 재발굴, 생산해 나갈 심산이었다. 


한편, 김현주는 동시대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한국 사회, 경제, 문화의 보편적 이해를 구하기보다 특수하고 주변적인 요소로부터 발굴한 한국의 파편을 내어 놓고자 했다. 작가들과 기획자들은 그 파편들의 조합과 재배열을 통해 가능한 이야기들의 갈래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탐사가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역사와 삶의 파편을 수집하고 만들어내는 작가의 일과 그것을 다시 멀리 두고 관찰 해석하는 기획자의 일이 역동적으로 교직되도록 하는 것이 본 전시의 본령이 될 것이다. 

  대만 큐레이터, 왕영린은 사회경제사적인 관점과 전후 세대의 전환구조를 통해 한-대만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것을 제안하였다. 경제적 부강과 정치적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지금의 대만사회를 견인 해 온 부모세대, 소위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에서 왕영린 스스로가 속한 자식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로의 이행에서 대만 사회가 맞닥뜨린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는데, 그것은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했다.  


3. 중층들: 비가시적 역사층에 관한 다자적 시선들

전시에 소개될 작가들의 방대한 작품을 조사하고 간추리는 과정에서 기획자의 문제의식과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 양국의 작가들은 예민한 통각으로 사회적 임계점이 폭발하기 직전의 이상징후들을 간파해냈고, 이미 오래 전에 집단적으로 은폐되거나 자연스레 망각된 역사의 잔상과 여파들을 여전한 시선으로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성마른 행동가이기보다 조심스러운 내부 고발자였고, 표준편차 안에서 지금 이곳을 수긍하기 보다는 기각역 안에서 방치된 미약한 단서들을 되짚어 보는 의심꾼 같기도 했다. 


서로의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타자의 풍경을 비추고 다시 반추하는 연결고리들을 작업을 통해 발견하는 일은 무척 즐거운 과정이었다. 일견 무관해 보이는 개별적 작업들은 어떠한 방향에서 집합을 형성하더라도 서로 엉뚱한 방식으로 교점을 확보하며 맞물리게 된다. 가령 동아시아에 침투된 제국주의와 미각 산업주의의 지형 안에서 시행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사업을 역공학적 방식으로 되돌리려는 신제현의 설탕 만다라 작업은, 전후 대만 사회에서 무수한 일용직을 전전했던 60대 남성의 노동의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펴낸 저우 위정의 작업과 더불어 한 개인의 미시적 노동사와 거시 경제사의 문제를 스치듯 건드린다. 전자가 식민 산업 시스템을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파고들고 있다면, 후자는 실재하는 개인의 삶으로부터 역사를 재구성해보는 방식을 취한다. 


한 달 여 간 대만에 거주하며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다양한 구씨를 만나 당나라식 만두 만들기라는 친밀한 퍼포먼스를 수행한 구민자의 작업은 크게 보아 오늘의 아시아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족성(姓)의 기원과 이산에 대해 짚어보는 시도로 읽힌다. ‘성씨’로 표상되는 민족성과 가족성의 문제를 오늘의 시점에서 당나라까지 소급해 들어가는 시간성은 희미하게나마 앞의 두 작업과 묘한 공시성을 형성한다. 역사와 개인을 가로지르는 시공간성에 대한 작가적 재구성은 무스뀌뀌 즈잉에 의해 다시 한 번 뒤틀리게 된다. 1936년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베를린 올림픽에서부터 2016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내 대만인 멤버가 야기한 외교 분쟁 사태까지, 커다란 진폭을 그리며 작동하는 동아시아 내의 지정학적 문화갈등과 독일까지 확장되는 다자 관계가 빚어낸 특정 순간들은 근대 시각 매체의 영향력이 응축된 카메라의 시점 권력과 연결되며, 앞선 작업들과는 다른 층위의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장르적으로 사진과 영상, 사운드 설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작업들은 결국 광폭한 압축성장 이면의 배제, 공동화, 망각의 사슬을 각기 다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류 위는 ‘바보들의 배’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수많은 인력과 물질이 드나드는 기차역이라는 사회적 노드에 정박해있는 배제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만 없는 존재로서 배제되는 노숙자의 현실은 이동 과정의 한 지점일 수밖에 없는 기차역의 공간성과 닮아 있다. 사진작가 강홍구는 행정도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사라진 마을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시점이 한참 흐른 지금 꺼내어 놓는다. 이제는 세종시로 덧씌워진 과거의 흔적을 사진 기록으로 제시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냉정하지만은 않은 장치를 통해 개발로 야기된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설정하는 데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위안 광밍은 핵발전소 건설로 공동화된 휴양 섬에 대한 현재를 인간의 시선이 아닌 드론의 시선으로 불가촉 지대를 선회하며 엄밀하게 기록하며, 김준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건물 내부에서 힘차게 작동했을 물탱크의 멈춤과 비움을 소리의 진맥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되살린다.  


그 끝에,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구성했던 잔향을 끈질긴 시선으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간과 장소위에서 복원하고, 묵직한 역사적 중층들을 독특한 시선으로 연결시키는 작가들이 있다. 나현은 두 개의 개별적 사건으로 점처럼 분산되어 있는 역사의 특정 시점을 작가적 구상력으로 이어 붙인다. 작가는 1980년대 5.18일 이후 자취를 감춘 광주의 거지 무리와, 같은 날 미국에서 급작스레 폭발해버린 화산으로 사라져버렸다는 미확인 동물 ‘빅풋’과의 선긋기를 시도한다. 결핍과 잉여, 은폐와 폭발이라는 대비적 심상과 감정이 80년대의 어수선한 정세 속에서 뒤섞이게 된다. 일제 식민 치하에 건설된 타이페이의 나환자 수용소의 생성과 소멸의 역사를 기이할 정도로 시적인 화면 안으로 소환하는 대만의 거장, 천졔런의 영상 작업은 질병을 통해 구획되는 사회적 경계와 폭력의 문제와 도시개발을 통해 급격히 패이고 덮여지고 마는 집단기억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 동백꽃 밀푀유

전시의 제목으로 명명된 ‘동백꽃 밀푀유’(Mille-feuille de Camélia)는 단절되어 보이는 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문화적 연결성에 대한 시적 은유다. 상하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대만으로 조사여행을 다녀온 후 큐레이터들에게 강렬한 잔상과 잔향으로 남아있던 짙푸른 나뭇잎의 녹음과 열대과일에서 피어난 달콤한 미각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다.

  

사전적인 의미로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밀푀유(mille-feuille)는 흔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의 일종을 의미한다. 얇은 층 겹겹이 크림을 듬뿍 바른 패스트리가 오븐의 공기와 만나 부풀어 오르면 아름답고 달콤한 밀푀유가 된다. 그러나 그 역사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달콤함이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16세기에 등장한 이 과자는 나폴레옹(Napole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디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임을 나타내는 나폴레옹이란 이름은 루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제국 건설과 맞물려 그의  군대가 거쳐간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제국의 영토였던 오늘날의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북유럽에서는 여전히 나폴레옹이 밀푀유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 단순한 달콤함보다는 달콤쌉쌀함(bittersweet)이 밀푀유에 더 적합한 수사일지 모른다. 

  

외형적으로 수많은 겹들에 쌓여있으며 그 계보 속에 혁명, 전복, 전쟁, 침탈 등의 국제사회사와 이에 따른 문화인류적 영향관계를 담고 있는 이 과자에, 선홍에 가깝게 개화했다가 핏빛으로 떨어지는 ‘동백꽃’ 의 수식을 덧댄 이유는 그 강렬한 색감이 전하는 시각성을 의미에 투영하고자 함이며, 본 전시  ‘동백꽃 밀푀유’가 열리는 시기가 동아시아에서 동백꽃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밀푀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동백꽃이 일본의 장미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동백꽃 밀푀유’는 전시라는 외면이 지닌 시각예술의 화려한 면모의 이면에 자리한 정치 현안, 사회 쟁점, 경제 문제, 문화인류학적 층위를 세계와 근대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의 자장 아래 살아가는 한국과 대만의 10인의 작가가 드러내는 통찰과 실천으로 담보해 낸다. 


5. 0도와 15도 사이

전시가 열릴 12월은 아시아 전역에서 동백꽃이 차례로 개화하는 시기다. 관람객이 찾을 전시장 주변의 온도를 가늠해 본다. 한국의 겨울 평균 온도 0도. 대만 겨울 평균 온도 15도. 전시장 안은 분명 한국 체감 온도보다는 다소 높고 대만보다는 낮을 것이다. 이곳을 찾는 관객이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따뜻한 시선이나 역사 문화적 환경과 사회에 개입하는 뜨거운 마음을 기대했다면 우리가 찾은 작가들에게서는 그 기대가 충족되기는 어려울 테다. 그러나 한국, 대만이라는 국가특수성이 각각의 개별성으로 산재한다기보다 가로지르고 합류하는 접점이 분명 존재함을 목도하고, 나아가서 그 보편성(들)이 살아오거나 살다 사라져간 존재에게 얼마나 서늘했을지, 그 보편의 이면이 전하는 냉기와 전시로 표상되는 붉은 심상의 역설적 대비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