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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 : 미공개 ‘works on paper’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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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 
‘Bonne Année !’  
(남관 미공개 works on paper collection)展

젬 갤러리(대표/책임큐레이터:현재민)가 1990년에 작고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가인 남관(南寬)(1911-1990)의 미공개 ‘works on paper’ 콜렉션 展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남관은 인간을 닮은 문자추상과 휴머니즘적 정신세계의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입니다. 경북청송에서 태어나 일본 태평양미술학교를 나왔고, 1950년대 중반에 프랑스로 가서 수학하고 현지에서 가장 인정받은 세계적인 예술가로서 활동한 그의 선각자적 위치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는 또한 1966년 유서 깊은 망퉁비엔날레에서 파블로 피카소, 쟝 뒤뷔페, 안토니 타피에스 등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파리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이태리, 스위스 등 세계곳곳의 유명미술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만들어진 60여점의 드로잉, 수채화, 판화, 꼴라쥬 등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작업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주목하게 되었던 것은 그의 소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신비로운 색채들과 끝없는 실험정신입니다. 

작가는 스케치북과 한지, 장지와 인쇄물 등의 각기 다른 종이들을 배접을 하는 섬세한 밑 작업을 통해 다양한 질감이 겹쳐진 화면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서 남관 특유의 독특한 색감이 우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독창적인 채색 재료의 사용입니다. 그는 서양의 수채나 과슈물감을 자유자재의 농도로 조절하며 마치 동양화의 수묵과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어 그의 화면을 더욱 신비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남관은 판화에도 다시 색칠을 하고, 꼴라쥬 작품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어떤 한 기법에 국한되지 않고 그 만의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유로운 탐구를 계속해 나갑니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그의 대표작들에서 보여지는 인간을 닮은 추상적 형상들, 금관의 형태를 닮은 문자 사이사이에서 보여지는 사람의 모습들은 바로 수없이 많은 드로잉과 스케치 등의 study 들을 거치며 이루어진 결정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소 작품들은 결코 대작을 위한 스케치로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의 유재길 교수님은 1995년 열린 ‘남관 5주기 유작전’ 의 전시서평에서 “…그의 드로잉은 습작이 아닌 완성품처럼 보인다” 라며, “남관의 드로잉은 때로 연습장이나 투박한 종이에 낙서처럼 그려진 습작에서 조차 높은 완성도를 느끼게 된다. 순간적 힘의 배출과 완벽한 화면 구성에서 독립된 작은 예술세계를 발할 수 있다… 꾸밈없는 즉흥적 구성과 선묘의 자유로움은 유화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예술세계이다. ‘남관의 예술’을 이해하는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라고 말합니다. (남관의 드로잉. 1995.7. 현대갤러리 전시도록)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가장 잘 이루어냈다는 찬사를 듣는 작가, 남관에 대해 프랑스 파리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낸 베르나르 도리발은 ‘서양적 화법으로 동양의 에스쁘리(Esprit)를 부각시키는 화가’라고 평하였습니다. 결국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 자신의 근원과 함께 다른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조화하려는 끊임없는 고뇌와 노력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작가는 설명합니다. “예술행위란 지극히 내면적인 것입니다. 특히 조형예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으로 제 경우는 내 사의를 격렬하게 퍼붓는 긴요한 장소가 됩니다. 기쁨, 분노, 서러움, 고독, 각기 특유한 사연과 관념을 가진 언어들이지만 이 같은 사건을 한참 동안 쏟아놓고 나면 거사를 끝낸 미치광이처럼 잠잠해지고 화폭에 나타난 꼴은 내 생각의 부스러기들이 흥건히 배어있습니다.” (남관화백 2년만의 작품전. 동아일보. 1983. 5. 31) 

남관은 자신의 작품을 추상화의 범주에 구속시키거나 동양화나 서양화로 분리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는 작품은 그냥 자기 자신의 경험이며 사는 얘기라고 합니다. ‘ “작품은 바로 사람”라고 주장하는 그는 구상이니 추상이니 하는 유파의식을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며 어떠한 형식이든 체험을 통해 발견한 자기내면의 세계를 충실히 표현하는 것이 미술가내지 예술가의 본분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남관화백 소품전. 동아일보. 1970.5.4)

어느 한 범주에만 안주하지 않는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누구보다 순수하고 진지한 작가적 개성을 몸소 보여주었던 작가 남관. 지난 10여년간 이런저런 이유로 저평가되어온 작가의 천재적 예술성과 인간과 진리에 대한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끊임없는 창조의 노력이 이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살아 숨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는 신비로운 색감과 독창적인 추상 형태들, 다양한 인간형상들의 드로잉들이 만들어낸 남관 만의 조형언어를 창조하기까지 작품 하나하나에 쏟은 섬세하고 작가의 정성스런 노력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그의 예술적 정신과 생생한 창조의 몸짓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삭막해진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이 겨울,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 우리들이 살아가는 얘기라는 것을 관람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경험이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장소: Indeco Gallery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15-4
     T: 02- 511-0032 H.P.: 010-4111-7514
기간: 2014년 12월 8일 Mon. – 12월 24일 Wed.
Opening reception: 2014년 12월 8일 4:00-6:00

평론
유재길. 남관의 드로잉. 현대갤러리 전시도록 1995.7.11-21 
I.
남관은 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동양화 붓이나 싸인 펜, 연필 등으로 그린 얼굴들과 마스크, 인물 군상들이 있고, 비둘기나 기러기 그림과 파리 풍경 을 그렸다. 도한 우연한 효과를 실험한 앙포르멜 작업과 도안화된 얼굴 스케치가 있으며, 판화 작품이나 유화의 밑그림처럼 보이는 상형문자 추상화도 보인다. 작은 드로잉 하나하나에 작가는 작품 구상에 관한 단어들과 날짜, 싸인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완결성이 뛰어난 그의 드로잉은 습작이 아닌 완성된 작품처럼 보인다. 

작품에 관한 기록과 완결성. 이것은 드로잉뿐만 아니라 유화작품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며, 작가의 생명처럼 느껴진다. 1970년 필자는 홍익대학에 재직하셨던 선생님 지도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선생님의 말씀 중에 가장 기억되는 것이 화면 구석구석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화면 구성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주제를 생각하고 인간의 이미지를 그릴 때,, 그것은 존재하는 바탕을 중요시하면서 매사에 꼼꼼히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이 시대에 필요한 예술론이다. 인체를 그리는데 있어서도 부분묘사보다 전체를 중요시하라는 것과 싸인하는 위치까지 작품이라고 생각하라는 것 등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II.
남관의 회화적 드로잉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나타내는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그려진 형상들의 이미지 표현이다. 그의 드로잉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나타난다. 무리진 인간의 군상과 자연풍경이 있고, 해와 달, 그리고 별들과 구름, 나무, 산 등 서정적이며 시적인 분위기로 그려진다. 드로잉의 배경은 더욱 추상화된 공간이면서 주제가 되는 대상은 사실적 묘사와 함께 상징적 기호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그의 드로잉은 예술세계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바탕이 되는 종이 속으로 스며든 푸른색과 붉은 색의 얼룩들, 그 위에 순간적 충동으로 그려진 듯한 심상의 이미지는 경쾌하면서도 깊이를 지닌다. 그의 드로잉은 밝음과 선명함이 생명처럼 느껴지며,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얼룩들은 비록 어둡지만 화면과 밀착되어 시공을 초월한 내면의 역사처럼 보인다.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조화롭게 평면 위에 형상화하는 남관의 드로잉은 어린아이보다 더 순수한 자유인의 의지로 해석된다. 

인물
한편 그의 드로잉은 페인팅과 달리 서술적이며 즉흥성이 중요시된다. 선묘로 나타나는 인간과 자연 이미지는 주제를 명확히 하면서 즉흥적으로 그려진다. 대부분 인간을 모티브로 단순하게 그려진 형상들은 무거운 구성의 틀에서 벗어나 가볍고 자유로운 표현이다. 즉흥적으로 그려진 인간군상은 서예처럼 가필이 없는 선묘이다. 단순하며 순간적 결정의 형상들은 화면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인간 형상은 페인팅보다 더 사실적이며, 즉각적 인상 표현이다. 손과 손을 잡은 군상이나 두팔을 벌린 인간상은 결코 어두운 과거의 이미지가 아니다. 이처럼 드로잉에 나타난 군상의 역동적 움직임 묘사는 페인팅과 달리 희망이 있는 낭만적 성격이 강하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캔버스에 그려진 ‘인간상’은 전쟁과 억압 속에서 상처받은 비극적 인간의 형상을 생각하게 하나, 드로잉에 나타난 ‘인간 군상’은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축제 분위기인 것이다. 

배경
이러한 축제 분위기의 드로잉에 배경이 되는 것은 채색되지 않은 여백이나 또는 짙은 푸른색의 공간이 자주 등장한다. 여백과 짙은 색의 공간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독특한 해석으로 여백과 색면은 초월적 성격을 절대적 표면으로 후기 추상회화에서 이야기되는 평면의 순수 공간처럼 보인다. 

재현적 배경이 아닌 드로잉의 순수한 표면은 마음의 거울처럼 비쳐지는 배경이며, 무한대의 공간 표현이다. 또한 드로잉의 배경이 되는 상형문자와 같은 변형된 사각형의 구축 공간은 우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가 배경으로 삼은 이러한 사각형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닫혀진 삶의 현실에서 심리적 탈출구와 같은 상상의 공간인 것이다.
자연 풍경처럼 보이는 드로잉의 배경과 상형문자로 구축된 초월적 공간 속에 인간이나 동식물의 이미지 형상이 없다면 그의 드로잉은 완벽한 추상표현주의 회화이다. 드로잉의 배경은 유화와 달리 두터운 마티에르가 없어 감정 노출이 즉흥적으로 일어난다. 겹쳐진 색조의 변화가 많으며, 푸른색과 붉은 자주색, 그리고 흰색의 여백은 색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려는 평면적 추상회화이다. 배경에 등장한 상형문자 형태, 역시 드로잉에서는 순수한 색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평면인 것이다. 

앙포르멜의 영향
이러한 바탕은 1955년부터 1968년까지 13년간 파리에서 작업하면서 형성된다. 변형된 인상주의 화풍으로 인물을 그렸던 그에게 서구 추상미술은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당시의 프랑스 화단은 비정형 회화라는 앙포르멜 미술의 전성기로 파리시기 남관 예술세계 형성에 결정적 관계를 맺는다. 앙포르멜은 두터운 마티에르를 바탕으로 변형된 인간의 형상이나 동양의 붓글씨와 같은 힘있는 터치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뜨거운 추상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미국의 액션 페인팅과 달리 제스트 (행위성)와 함께 서정적 느낌이 강한 추상화이다. 
남관의 드로잉 배경은 앙포르멜이라고 하는 비정형의 추상화에서 시작되면서 동시에 추상화에서 탈출하는 출발점이 된다. 경계선과 구속된 틀이 없는 드로잉은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다. 때로 표면의 질감과 마티에르 기법이 생략되어 캔버스에서 보여준 추상표현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나 드로잉은 실험적 추상표현의 배경과 함께 구체적 형상이 그려지면서 비대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III. 
그의 드로잉은 자연과 꾸준한 대화를 나누는 인간중심의 휴머니즘 예술이다. 결코 드로잉이 단순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의미하거나 양식적 특성을 살리는 유형의 습작이 아니다. 더욱이 여가를 위한 유희나 대작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다. 순간적 표현으로 경쾌하면서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하는 살아 숨쉬는 그림이 남관의 드로잉이다…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추상화의 선각자로 불리는 남관이 자신은 추상화가각 아니라고 자주 언급한다. 이것은 하나의 서구 현대미술사조에 자신을 얽매이기 보다 독자적으로 자유롭기를 원하는 예술가의 독백이다. 이에 관한 구체적 증거는 그의 드로잉이다. 그의 많은 드로잉에서 볼 수 있듯이 추상적인 공간과 함께 인간이 등장하면서 추상과 구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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