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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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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희 먹을쌓다
2014.10.4-11.9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광



일점(一點)으로 이루어 가는 궁극의 세계 

황유정 |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최근 광주의 젊은 작가들이 독창성과 실험성 강한 작업으로 외국 기획자의 관심을 받으면서 국제무대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역미술을 뒷받침 하는 광주시립미술관으로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지역 젊은 작가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세계 미술무대를 향한 발판을 다지는 일일 것이다. 우리미술관에서 매년 개최하는 청년작가초대전 역시 이런 노력의 하나이다. 올해는 독특한 시선의 수묵 추상작업으로 주목받는 정광희 작가를 초대하여 지금의 작업에 이르기 까지 거쳐 온 변화와 결과 된 다양한 작품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정광희 작가는 작업의 출발점이 이채롭다.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여느 작가와 달리 서예를 전공했고, 서예미학을 현대적 추상작품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작업방식도 독특하다. 작업의 바탕이 되는 화면은 한 장의 장지가 아니라 일일이 네모지게 접어 붙인 1cm 내외의 쪽면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쪽면 위에는 고서(古書)지가 덧입혀지고 음영과 채색을 보강하는 배채법(背采法)이 더해진다. 몇 번의 수고가 들어가야 하는 이 과정 자체가 수행의 일부로 느껴진다. 예로부터 ‘서(書)’는 ‘서(書)’를 쓰는 사람의 학문과 예술, 나아가서는 인품까지도 나타낸다고 생각했기에 서예를 고귀한 정신예술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서예는 문자를 쓰는 차원을 넘어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로 불렸다. 정광희의 작업 역시 자신을 수양하는 선비 정신을 닮아있다. 무언의 도(道)를 가는 정광희는 무엇에 이르고자 하는 것일까?

최근 사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빠름’이다. 수많은 광고에서 ‘빠름’을 노래하고 빠른 속도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읊조린다. 그런데, <아는 것 잊어버리기>(2009),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2012) 등의 작품 시리즈를 내놓는 정광희는 ‘빠름’의 대세 속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듯하다. <아는 것 잊어버리기>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 지식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보면서 무의식적인 내면을 존중하고자 붙인 제목 이었다.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작품 시리즈 역시 내면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다.


생각이 형상이라는 대상의 한계를 벗어날 때 정신성은 더 확장되고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광대함을 갖게 된다. 그 광대함은 비어 있다는 것이고 비움을 통해 정신적 충만함을 갖게 된다. 비움은 또한 모든 것을 수용하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작업노트(2012)


백지 위에 한 점을 찍듯이, 쪽면의 증식으로 만들어진 역동적 화면에 거대한 한 획을 그으면서 정광희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하고 정신성을 획득하고자 한다. 더딘 시간의 작업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성찰함으로써 형상을 벗어나 막힘없는 사고의 자유로움을 바라는 것이다. 특히 쪽면작업을 할 때 덧씌우는 한지와 고서지의 중첩은 어린 시절 체득 된 분청사기의 은은하고 깊이 있는 미감을 발현하기 위한 시도였다. 분청사기에 대한 느낌을 쓴 정광희의 글을 보면, 그에게 내재된 미감(美感)이 어린 시절부터 오랜 동안 숙성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느림의 보폭으로 정진해 가는 구도자임을 자처한다.


나는 한지에 수묵작업으로 분청사기의 바탕을 표현한다. 특히 분청사기의 색과 질감은 수묵위에 한지의 반투명성과 같은 듯 다르게 너무나도 닮아 있다. 한지에 수묵을 칠하고 그 위에 다시 한지를 덮어서 나타나는, 농묵에서 담묵으로의 은은한 변화는 분청의 짙은 바탕 위를 귀얄 기법이나 덤벙 기법 등을 이용하여 백자안료로 덮는 것과 같이, 오랜 숙성에서 오는듯한 그윽한 깊이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분청사기가 지닌 은은하고 깊이 있는 미감은 고서지를 이용한 나의 수묵 추상작업에 있어서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분청사기는 어머니의 숨결이다’ 작업노트(2014)


여기서 정광희 작업의 키워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정신성’이다. 선비정신의 결정체인 서예의 조형성을 현대 추상미술로 제시하였으며, 한국의 얼이 담긴 분청사기의 미감을 먹의 농담과 한지의 중첩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한지, 먹, 붓’이라는 재료적 측면과 ‘서예의 필선’으로 결과 된 작업이라서 ‘정신성’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정광희 작업의 출발을 눈 여겨 볼 때, 한국 전통 예술에 경도된 오랜 정신수양으로 획득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키워드는 ‘비움과 채움’, ‘단순함’이다. 거의 3m 길이로 육중하게 내려 그은  일획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지만 검은 필선이 비움의 공간일 수도 있고, 흰 여백이 채움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채움과 비움’이 생각의 관점에 따라 뒤 바뀔 수 있는 화면이다. 무궁한 블랙홀처럼 흡수되어 버릴 수 있는 채움이요, 눈부신 빛으로 채워진 비움이다. ‘비움과 채움’이 순환하는 유기적 상태로써,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또한 내려 그은 한 획은 모든 것을 포괄한 응축된 덩어리다. 내면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가장 원형인 것을 발견하고자 사물과 자연을 단순화시키고 최소화시킨다. ‘단순함’은 불필요함이 제거된 순수 형태이다.

2014년, <현장, 지역을 넘는 수묵형상>전(상해 히말라야미술관)에서 전시한 <인생-5.18> 작품은 오로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한일(一)자를 그은 작은 패널 작품 518개가 연결되어 벽면을 꽉 채우는 작품으로 광주정신을 위한 헌정이었다. 한일(一) 한 자, 한 자는 소중한 개개의 한 사람을 의미하며, 518의 숫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하나가 되어 참여한 이름 없는 시민들을 상징하는 상징체이다. 거대한 힘도 ‘하나’라는 일점에서부터 발원됨을 일깨움으로써 일점이 갖는 상징과 힘을 새롭게 확인시킨 작품이다. 

더욱 보폭을 넓힌 정광희는 2014년 7월 개최됐던 광주 롯데갤러리 초대전에서 대나무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대나무 숲길은 명상의 공간이 됨과 동시에 정신을 경계케 하는 죽비(竹篦)와 같은 강렬한 느낌을 이끌어 냈다. 상록전시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는 300여개가 넘는 대나무로 더욱 대규모의 대숲을 만들었다. 평면이되 3차원적 구축을 상기시키는 쪽면은 내부의 꿈틀거리는 에너지로 결국 연결을 끊어버리고, 각각 하나의 대나무로 우뚝 솟은 생명체가 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는 더욱 직접적으로 선비의 기개를 떨치고, 강약의 농담으로 감싼 대나무는 3D 입체 화면을 펼치고 있다. 대나무는 모세관이 되어 땅의 기운을 끌어 올리는 통로가 되고, 세상사 군더더기를 산화시키는 정화장치가 된다.

정광희의 작업은 지금도 변이를 거듭하는 중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철판 작업은 수묵을 과감히 벗어난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업 역시 수묵의 연장으로, 화면 위의 묵선을 끌어내어 검은 철판으로 공간에서 3차원 드로잉을 시도 한 것이다. 그는 변하지 않는 철판 표면이 생명체의 약점까지도 초극한 부동(不動)의 절대성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필획 덩어리는 화면을 벗어나 자존적 존재가 되어가고, 대상을 벗어나기 위한 사유는 비정형 세계의 공간을 확장시켜 간다. 모든 군더더기가 사라진 원형질의 세계로 틈입이 가능할 때까지 묵묵한 작업의 끈을 늦추지 않는 그의 열정과 믿음이 새로운 작업의 원동력인 듯하다. 대상과 관념의 틀을 벗어나고 이성의 작동까지도 멈춘 궁극의 세계를 향해가는 그의 작업이 어느 지점에 까지 다다를지 몹시 기대가 된다.


무제, 가변설치, 한지에 수묵, 대나무, 2014


무제, 가변설치, 한지에 수묵, 대나무, 2014


인생, 210x900(each 23.3x34.5cm,230ea), 2014


무제, 200x100x1cm, 아연철판, 2014


무제, 100x135cm, 한지에 수묵, 2013


무제, 170x130cm, 한지에 수묵, 2014


무제, 270x197cm, 한지에 수묵, 2013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270x197cm, 한지에 수묵, 2013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300x200cm, 한지에 수묵, 2012


인식으로부터의 자유, 200x300cm, 한지에 수묵, 2009



인식으로부터의 자유, 162x130cm, 한지에 수묵, 2006



정광희 Jeong Gwang Hee

1971 전남 고흥 출생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서예전공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한국화 전공 

개인전
2014  一點 (광주시립미술관상록전시관,광주)
2014 대숲에서-선비의 정원에 들다 (롯데갤러리,광주)
2012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도립전라남도옥과미술관,전남)
2009 아는 것 잊어버리기 (광주신세계갤러리,광주)
2008 아는 것 잊어버리기 (닥터박갤러리,양평)
2007 생성과 소멸의 은유 (가나아트스페이스,서울)
2005 돌과의 대화전 (예사랑갤러리,서울)

단체전
2014 상해신수묵예술대전-현장,지역을 넘는 수묵경험 (상해히말라야미술관,상해)
         북경질주전 (광주시립미술관상록전시장,광주)
         홍콩호텔아트페어 (마르코폴로호텔,홍콩)
2013 국제 현대 수묵전-완.의(玩.意) (산동성미술관,중국)
         세계적수묵-국제수묵작품전 (심천산수전원미술관,중국)
         Korea Contemporary (ART PARK Gallery,Kalsruhe,독일)
         칼스루헤아트페어 (Kalsruhe,독일)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입주작가 발표전 (798With space,북경)
         송쫭예술제 (상상미술관,북경)
         한중작가전 (798 TN Gallery,북경)
         광주시립미술관 북경 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북경환티에,중국)
2012 어제와 오늘 (가나아트,부산)
         한국 현대미술현황과 전망전 (구 광주시립미술관,광주)
2011 한-UAE 외교30주년 문화교류전 (술탄문화재단,두바이)
         손끝의 창조 (광주비엔날레 전시장,광주)
         內外之間展 (광주시립미술관,광주)
2010 KIAF (코엑스센타,서울)
         “지역네트워크”전 (아르코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부산시립미술관)
2009 독일 쾰른21아트페어 (독일)
         한.중 수묵 교류전 (의재미술관,광주)
2008 오픈옥션 (오픈갤러리,서울)
         광주미술의 현황과 전망전 (인사아트센타,서울)
2007 한국미술100인전 (한국미술센타,서울)
         제1회 인사미술제 (윤갤러리,서울)

레지던스프로그램  
2013 북경레지던스 입주작가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북경) 

E-mail   artbos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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