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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풍속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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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는 여름기획전으로 『21세기 풍속화』전을 준비했다. 당대 시대상을 알기위한 접근방법 중 가장 쉽고 명확한 방법은 풍속화를 조사하는 것이다. 풍속화는 의복, 풍습, 먹을거리, 운송수단 등 복합적 정보가 담겨있는 보고寶庫이자 예술작품이다. 지금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내일이 되면 이미 과거의 일이고 100년 전과 지금이 다르듯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는 어떤 세상으로 달라져 있을지는 상상과 예측뿐일 것이다. 2114년 우리땅에서 살아갈 인류는 2014년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현대사회를 투영하는 것 보다는 2014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행, 사회가 발전되면서 달라지는 가족의 형태, 가치관의 변화로 인한 욕망의 대상에 대한 현대작가들의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을 모아본다.


김태연의 작품은 불화의 도상을 가져와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작품으로 풀어내었다. 불화 속의 인물들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가면서 도식적으로 고착되는 과정처럼 현대의 여성들이 우월한 외모에 대한 갈망으로 성형이라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비슷해지는 외모로 도식화 된다는 흐름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김혜연의 작품 속에는 어린아이와 여자가 함께 또는 각자 등장한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 「일요일 아침」에 나오는 어린여자아이는 작가 자신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모두 하지말라는 것 투성이인 어린아이의 일상에서 일요일 아침이란 부모님의 늦잠으로 누구도 막을 자 없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에 그동안 하고싶었던 일들을 실행하기에 최적인 것이다. 작가 특유의 채도가 높은 색선정과 선명한 선, 과감한 면 분할 등 타협하지않을 듯 한 강한 표현이 친숙한 소재로 풀어지면서 작가의 개성을 이어가면서도 관람자와의 교감을 놓치지 않는다.



7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이야기를 알고있는가? 이 이야기는 김홍식의 「Seven Blind men_도시를 떠도는 여행자들」에서 재해석되어 나타난다. 여기서 코끼리는 유럽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고, 장님들은 바로 관람자들이다. 작품을 보고 싶은 부분만 원하는 만큼 보는 관람자들을 작가는 작품으로 옮겨 작품으로 탄생시켜 전시실에 걸렸다. 도돌이표처럼 순환하는 과정속에서 나 또한 장님이 아니었을까 되새겨본다.



서기환의 작품 속에는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남자하나 여자하나 그리고 아이 이렇게 세 식구들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줄곧 '사람풍경'이라는 작품테마를 가지고 한사람에서 도시의 풍경으로 타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삶에 중대한 사건을 전후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와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서기환의 사람풍경에는 모두를 겨냥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작가 자신의 진솔하고 위트있는 서술이기에 반대로 모두가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연의 작품에는 짧은 고수머리의 작가와 꼭 닮은 여인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세부적으로 먼저 본다면 유려하며 매끄러운 선과 담백한 색감은 한국화의 정갈한 정취를 담뿍 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유쾌한 분위기에 더불어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색을 보면 나 자신이 겹쳐져보일 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동심童心」에서 신실하게 기도를 하는 중에도 느닷없이 온 아들의 카톡에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기 위해 한쪽 실눈을 뜨고 스마트폰 액적을 바라보는 등의 작품들을 보면 중년 여성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으며 동시에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쪽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한 작품이 있다. 이상원의 「In Summer」이다. 작가는 2012년부터 한국의 해운대를 비롯하여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해변을 방문하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해변에 운집해 있는 「In Summer」를 제작하였다. 56×42cm의 종이에 그려진 내용을 설치장소에 따라 배치를 달리하여 공간에 따라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 각자, 또 함께 모두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는 해변가의 해수욕을 즐기는 군상들과도 상통한다.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다 다르지만 모두가 한여름을 즐기기 위해 한 공간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수집된 인물들을 한장한장에 옮겨 다시 배치하여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가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최석운의 작품은 어떻게 보면 작가의 그림일기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이며 그 인물들에게서 포착해낸 요소들을 해학적으로 풀어 화폭에 옮긴다. 휴식의 의미인 목욕탕과 바쁜 현대인의 족쇄 휴대전화의 기묘한 조합은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노곤하게 감은 눈으로 중화된다. 물론 기이한 듯 바라보는 남자와 이도저도 상관없다는 듯 돌아앉아있는 또 다른 남자의 등은 이 작품에 묘한 긴장감을 줌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안정을 준다.



최현석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전시를 할 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기를 요청했다. 자신이 아는 만큼의 것을 있는 그대도 화폭에 옮겨 기록하였기 때문에 첨언을 하여 관람자의 순수한 감상이 오염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국란도國亂圖」에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였고 관람객은 작품을 복잡하고 깊은 의미를 찾아내려 하기보다는 작가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보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막 학위를 받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부터 남녀를 구분없이 다양한 연령대와 이력을 가진 작가들의 참여로 기획되었다. '50이 훨씬 넘은 제가 이 전시에 참여해도 될까요?' 한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받은 질문이었다. 답변은 '50대라도 지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이기에 더욱 작가님의 작품이 필요합니다.'였다. 다방면의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들은 소소한 우리의 이야기와도 같다.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지구를 구하는 대단한 것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인 것이다. 「21세기 풍속화」전을 통해 현대사회의 쓰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유쾌한 이면들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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