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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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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현 개인전 Nano & Cosmos>   

 

 작가 길현은 일반적인 물감을 쓰지 않고 자신이 만든 특수물감의 화학작용을 이용한다. 즉, 먹과 소금, 요소, 색 안료, 아교 등을 섞어 만든 이 특수물감은 수분이 증발하며 결정이 생겨난다.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뵐러(F. Wler, 1800~1882)에 의해 요소결정체가 발견된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결정의 결과 성장이 이용되었으며 길현은 이 결정을 결합해 더 큰 결정체가 만들어지는 <화학적 성장 - Chemical Growth>의 원리를 이용한다. '화학적 성장'체인 결정은 질감, 길이, 갈라지고 터진 정도, 색의 섞이는 정도 등에 따라 플럭(floc)이 만들어지고 플럭의 응집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그는 결정체가 모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을‘그림이 자란다’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자라는 그림에 조형적 행위를 가함으로 인하여‘그림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명의 근본인 DNA구조와 단백질의 매뉴얼로 만들어지는 유기체성장이 없이도 화학적 성장은 계속된다. 그는 결정체가 계속하여 자라나는 과정을 생명현상으로 보아 프로세스<Process>화 한다. 프로세스란 결정체가 자라나는 환경전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결정체가 모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예측하기 힘든 우연성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특수물감의 농도 및 응집효율, 시간, 작가의 제스쳐등으로 통제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그의 작업실은 마치 화학 실험실과도 같다. 각양각색의 물감이 가득 담긴 물감통이 즐비하고 물감의 농도를 맞추는 저울과 건조 과정을 실험하는 방이 있다. 한쪽에는 시험작품들과 작가가 선택하지 않아 버려진 작품도 즐비하다. 장마철에는 그림이 건조되지 않아 고민을 하던 그가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에는 결정체가 녹아버릴까 내내 전전긍긍한다. 여기에는 그의 표현처럼‘그림을 키우는 것’이고 스스로 자라도록 기다려주는 기다림 미학이 통할 뿐이다.  

 

생명은 순수지속(la dure pure)에서 외부적 요인에 저항하는 내적인 생명충동이 항구적 변화를 일으켜 끊임없이 새로운 상태를 낳는다고 베르그송이 말했듯이 질료의 내재적 궁극성이 갖는 힘으로 새로운 생명을 발현시켜 보여주는 길현의 작업은 존재를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생명을 탄생시켜 보여주는 살아있는 회화 La Vita Picture인 것이다.

 - 노순석(조형예술학박사) 


 


그의 설치작품은 특수물감의‘화학적 성장’작용과 이미지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어‘그림이 자라는 과정’을 관람자가 보고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회화작품이 정리되고 단아한 모습에 비하여 설치작품은 원시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러나 설치작품에 프리즘을 달아 보이기도 하고 거울에 비추어 보기도 함으로써 그의 새로운 공간에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어 가고 있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그는 둥근 원형의 설치물 <Nano & Cosmos - Blue Pond>와 <Nano & Cosmos - Red Pond>는 가운데 관을 통하여 특수물감이 솟아오르는 조형물이다. 연못의 중앙은 물감이 계속 솟아올라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점차 바깥쪽으로 결정체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무성하게 자라난다. 아마도 무한의 시간을 갖는다면 계속하여 <화학적 성장>이 이루어 질 것이다. 


 동양에서 물(水)은 오행(五行) 중 하나로 생명과 형체의 본원이며 통일과 분열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로 이해되어져 왔다. 모든 것은 물에서 나와 물로 돌아간다고 봤으며 또한 정신과 생명이 물(水)의 작용으로 생성된다고 여겼다. 이처럼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물(水)의 에너지에게 예술행위의 주체 자리를 양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작가는 생명에 대한 경의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한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스로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길현의 작업방식과 회화의 새로운 진보를 즐기는 관람자간의 만남을 설레임으로 기대해본다. 

                            

  - <길현 미술창작스튜디오>  디렉터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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