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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er = Palace 이유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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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자본주의의 진풍경



상징주의. 현실에 천착하는 그림들이 있다. 사실주의가 감각적 현실의 닮은꼴을 지향한다면, 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한 증언을 꾀하고, 나아가 현실에 대한 실천적 참여를 유도한다. 사실주의가 기법과 방법에 관련된 문제라면, 현실주의는 현실에 대한 태도와 관련이 깊다. 사실주의가 형식미학에 기울어져 있다면, 현실주의는 내용미학에 쏠려있다. 
이유선의 그림은 알만한 모티브들에도 불구하고 도상성이 강한 것으로 인해 사실주의보다는 현실주의에 가깝다. 현실주의가 현실을 증언하고 호출하는 과정과 방법으로 치자면 도상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도상성이 주제의식을 한눈에 부각하는 시각적이고 이념적인 효과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도상성은 루카치의 전형성에 해당하는데, 한 시대를 관통하는 전형적인 도상이며 초상이며 아이콘이다. 이런 전형성을 작가는 상징주의라고 부른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이념적인 좌표에 주목하고 그 좌표를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의 눈에 들어온 좌표가 십자가다. 십자가는 현대도시의 진풍경을 이룬다. 그 진풍경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드러나 보인다. 도시 위로 밤이 내려앉을 즈음에 십자가는 불을 켠다. 칠흑 같은 어둠 위로 부유하는 십자가들의 붉은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공동묘지가 생각나고, 묵시록적이고 세기말적인 풍경이 떠오른다. 공동묘지와 십자가와의 연관성이 생각나고, 그 생각이 죽음의 메타포와 연결된다. 


똑같은 풍경에서 작가는 한밤중에 활주로 가장자리에 도열해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아니면 잠자는 도시 위로 이미 출격한 전투기들을 떠올린다. 연상 작용에 의해 십자가가 전투기와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그 연상은 자연스러운 것인가. 왜 하필 전투기인가. 십자가는 평화를 상징하고, 전투기는 전쟁을 상징한다. 얼핏 두 상징적 좌표의 연관관계는 정반대로 보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런 부자연스런 관계로부터 자연스런 의미연관을 읽어내고 캐내는 것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캄캄한 밤처럼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암울한 시대에 저 홀로 불 밝히고 있는 교회는 과연 등불의 역할을 하고 있고 평화의 복무를 다하고 있는가. 혹 평화는 고사하고 교세확장과 돈 잔치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흔한 말 중에 위선이 위악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있다. 위악에 대해선 때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개선될 여지도 있지만, 위선은 자기암시와 자기최면으로 축조된 것인 만큼 구제불능이기 때문이다. 그 위선에 가린 권모술수와 미혹이 전쟁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십자가와 전투기와의 부자연스런 관계는 자연스런 관계로 변모된다. 
감성이 잠들 때 이성이 눈을 뜬다. 세상이 어둠에 잠길 때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지혜의 날갯짓으로 어둔 세상을 감싼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위선이 무의식을 파고들지 모르고, 전투기가 당신의 평화를 풍비박산 낼지도 모른다. 작가의 그림은 이성이 죽고 미네르바의 올빼미도 더 이상 날아오르지 않는 이 시대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같다. 

건축물들의 도시. 그리고 작가의 감각 레이더에 붙잡힌 좌표가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축물들이며 마천루들이다.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되어져서 잘 인식을 못하는 편이지만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고 있는 이 마천루들이야말로 도시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마천루하면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연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연상이 어느덧 우리의 일이 되었고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유선은 20년 넘게 강남의 끝자락에서 살았다. 이런 환경 탓에 각종 개발과 재개발과정을 거쳐 강남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지척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아마도 마천루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이런 환경으로부터 자연스레 유래한 것일 터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의 인상을 결정짓는 사건이 2000년대 초 도곡동에 세워진 타워팰리스의 출현이다. 국내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건립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찔한 건물들이 앞 다투어 키를 키우면서 들어서고, 덩달아 도곡동 일대의 풍경도 판이해지고 생경해졌다. 그리고 그 판이함과 생경함은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처럼 변하는 도시를 마치 생명체처럼 생장하는 유기적 도시며 생태도시의 한 모델로 볼 수가 있을까. 눈치 챘겠지만, 작가는 여기서 오히려 유기적 도시에 반하는, 그리고 생태도시에 역행하는 경우를 발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가려진, 아니면 공공연한 자본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다. 
적어도 현재 스코어로 봤을 때 아직도 타워팰리스가 일대에서 제일 높다. 타워팰리스는 너무 높아서 웬만한 먼발치에서도 어김없이 시야의 권역에 들어온다. 타워팰리스는 낮에도 잘 보이고 밤에는 더 잘 보인다. 타워팰리스는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심지어는 무의식마저 파고든다. 이처럼 낮 위로, 밤 위로, 의식의 표면 위로, 무의식의 수면 위로 우뚝 솟은 타워팰리스는 흡사 자본주의의 기념비 같다. 마치 자본주의를 기념하고 자본주의 물신을 숭배하라고 주문을 걸어오는 것 같다. 그 주문에 홀리고 말고는 저마다의 자유의지에 달린 문제이지만, 그 주문으로부터 귀를 닫는 순간 당신은 시대로부터 도태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하고, 여차하면 잉여인간으로 퇴출당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시대에 탈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자본주의는 현대판 종교다. 그리고 그 종교의 교주가 물신이다. 그리고 물신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 끝까지 전도하라는 지상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이 그 지상명령을 과업으로 떠맡으면서 전 세계의 시장화를 실행한다. 그렇게 세계는 유산자 계급과 무산자 계급으로 양분된다. 종교에는 종교에 걸 맞는 아우라가 있어야 하고, 성상이 있어야 하고, 성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가 있고 종교로서의 권위를 유지할 수가 있다. 타워팰리스가 바로 그 성상이다. 그렇다면 성화는 어디에 있는가.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마천루들 뒤편으로 무슨 노을처럼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데, 그것이 바로 후광이며 성화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성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투기들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다. 자본주의 물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주체가 있다면 언제든 출격해 풍비박산 낼 태세다. 

작가의 그림에선 검고 붉은 색채가 지배적이다. 사실은 이 색채감정 마저 상징적인 기능과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라는 인상이 들고, 따라서 상징주의로 소급되거나 환원되는 작가의 그림과 주제의식에 일관성을 부여해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묵시록적 비전을 연출하고 상징하는 십자가, 이전투구와 같은 자본주의 전쟁을 연출하고 상징하는 전투기, 그리고 자본주의 물신의 성상을 상징하는 타워팰리스 위로 검붉은 색채가 내려앉으면서 암울한 비전을 드리운다. 더욱이 화면은 마천루들로 빼곡하고, 자본주의 성상들로 인해 답답한 느낌이다. 이마저도 숨 막히는 도시라는 상징주의를 위해 의도되고 계획된 것일 터이다. 
그 건축물들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혹 건축물들이 사람들의 주군은 아닌가. 작가의 그림은 더 이상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도시며, 사람들로부터 탈취한 인격을 덧입은 건축물들만 우뚝한 도시, 그런 유령도시를 예시해준다. 


고충환 (Kho, Chung-Hwan 미술평론)

학력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2008
덕성여자대학교 대학원미술학과 동양화전공 졸업 2011


전시경력
개인전
2009 symbolism, 갤러리벨벳 인큐베이터, 서울 <벨벳 인큐베이터 연례공모 당선 전시>
2011 건축물의 도시, 갤러리 이즈, 서울

단체전
2008 근맥전, 경인갤러리, 서울
화생전, 갤러리 꽃, 서울
2009 서교육십 2009: 인정게임, 갤러리 상상마당, 서울
운현궁애, 관훈갤러리, 서울
서교난장2009, 갤러리 상상마당, 서울
2010 Bibliotheque 展, 갤러리 상상마당, 서울
2010서울 메트로 전국미술대전 수상전, 서울메트로 경복궁 전시관, 서울
인사미술제특별기획 Good Choice 미래의 작가전, 우림화랑, 서울
2011 신진작가 ART FESTIVAL 꿈틀, 공평아트센터 공평갤러리, 서울
제1회 SDU 미술상 수상전,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제2회 울진 금강송 그림전, 울진청소년수련관, 울진

수상경력
2010 서울메트로 전국미술대전 입선
2011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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